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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옥산 설산 등산 5박6일
2014년 3월15일부터 20일까지 부산석봉산악회는 대만에서 제일 높은 옥산(3,952m)과 두 번째봉인 설산(3,884m)을 등산했다. 대부분 옥산이나 설산을 나눠 별도 일정으로 등산을 하는데 우리는 이 두 산을 한 번의 출국으로 올랐다. 설산은 정상부근에 눈에 많은데다 눈 덮인 급사면에서 대원 3명이 약70m아래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을 했다. 옥산은 대원16명이 모두 한꺼번에 올랐다. 여기 산행기를 올리는 것은 혹시 설산과 옥산을 등산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빈다. <김철우>.
3월15일 토 맑음
아침5시30분 목욕감
7시 다시한번 여행 채비를 점검함.
7시50분 집에서 나와 지하철3호선을 탔다.
지난3월1일 중부베트남을 다녀 온지 보름만에
대만 옥산 설산 등산을 하기위해 다시 외국으로 나가니 내 스스로도
민망하다. 집사람에 참 미안하다. 이유야 어떻든 다른 사람들은
돈이 많아서 저렇게 자주 외국 나들이를 한다고 생각 할 것이다.
8시40분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이들이 나왔다.
민망하고 미안한 것도 탑승절차에 들어가면서 까맣게 잊어버렸다.
우리 팀은 석봉산악회 16명, 대구에서 온 2명, 혜초 여행사 지사장을 포함해 모두18명이다.
9시30분 발권을 한 뒤 출국 수속을 끝냈다.
10시45분 탑승.
에어부산은 승무원이 친절하고 분위기도 괜찮지만
기내식만은 아무래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12시20분 타이페이 도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시간은 13시20분으로 이 나라가 한 시간 늦은 탓에 실제비행시간은 2시간20분이지만 시차를 감안하면 1시간20분이 걸렸다.
입국수속을 끝낸 뒤 공항에서 다시 점심을 먹었다. 기내식이 허약한 탓이다.
세계 4대미술관의 하나인 고궁박물관을 관람했다. 장개석 총통이 중국 대륙에서 군함으로 싣고왔다. 전시품목인 70만점이고 전시 작품 대부분이 중국 5천년 역사를 대표하는 천하의 명품이 너무 많아 부럽다. 하지만 1시간10분만에 관람을 끝내 주마간산 격이다.
버스로 이동 중 저녁을 먹고 저녁8시 자이란시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08:40 김해 국제공항 도착
09:00 여행 회원 확인
09:30 출국수속
09:50 출국 수속 끝내고 탑승 대기실로 감
10:45 탑승
11:00 이륙
13:20 (대만 시간 12:20) 타이페인 도원국제 공항 착
14:40 (이하 타이페이 시간) 식사 후 버스탐
15:30 고웅 국립박물관 관람 입장료 10,000원
16:40 관람 끝낸 뒤 버스로 이동
18:00 식사
19:00 쟈오시 호텔 도착 여장 품
3월16일 일 맑음
대만은 1년 365일중 200일 이상 비가 오는데 우리가 머무는 5일동안은 날씨가 계속 좋다면서 이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가이드는 강조한다.
자오시에서 설산 등산로 입구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5시간 안팎이 걸린다. 이동 중 주유소에서 잠시 쉬었는데 이 일대가 대만에서 유명한 양배추 생산 단지다. 어설픈 한자 글체로 高麗菜(고려채)라고 쓴 안내판도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고려채라고 했을까. 혹시 고려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동 중 점심식사를 했다. 반찬이 다양하고 깔끔해 값을 물었더니 우리 돈으로 1인에 23,000원이다. 설산등산로 입구검문소에 도착했는데 해발2140m로 한라산보다 190m나 높다. 큰 버스에서 내려 작은 버스로 갈아타고 등산로 입구까지 갔다. 길이 좁아 큰 버스는 다닐 수 없단다. 등산로 입구는 해발 약2,300m이고 사무실 겸 휴식을 할 수 있는 건물과 전망대가 있다.
설산 등산의 마지막 쉼터인 369산장까지 산길7km다. 우린 369산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한밤에 설산까지 산행을 할 예정. 등산로는 외길이고 처음엔 갈지자(之)를 그리며 느슨하게 오른다. 등산로 입구에서 치카산장(2,460m)까진 2km이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0.1km단위로 도착지 와 출발지 산장 거리를 새긴 이정표가 있어 쉽게 위치를 알수 있다.
짙은 숲이 계속되다 369산장 절반 거리인 3.5km를 넘어서자 사방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망대에서 잠시 쉰다. 앞쪽에 경사가 심한 능선이 솟았는데 힘이 많이 들어 눈물고개라고 부른단다. 실제 걸어보니 높은 산의 급경사 능선치고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경사가 심하지 않는 능선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조망하기 좋은 곳이 여기 저기에 있다. 산길 삼거리다. 왼편은 설산동봉까지 0.1km, 오른편은 369산장으로 가는데 2km다.
오후5시10분 해발3,201m인 설산동봉에 올랐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춥다. 눈 앞에 보이는 높은 산들은 눈을 잔뜩 덮어쓴채 웅크리고 있다. 설산 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두 손을 모으고 절을 세 번 올리고 안전산행을 빈다. 오후6시 369산장에 도착했다. 산장까지 50분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는데도 지루해 짜증이 난다.
369산장은 뒤편 봉우리가 해발3,690m라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높은 곳이라 바람이 세차고 기온이 낮다. 우리 일행 모두 한방이다. 전기도 냉난방도 없다. 방은 군대 막사같이 침상이 마주하고 가운데 복도가 있다. 침상은 1,2층이다. 침낭을 배급받아 깐다. 모두들 심한 추위를 느낀다. 일부 회원은 고소증으로 무척 힘들어 한다.
산장 계단에서 어둠에 묻어오는 사방을 둘러본다. 음력2월16일 밝은 달이 창백한 빛을 뿌려 그나마 이 곳 저 곳 정경들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식사 같지 않은 식사를 식당 밖 노천 식탁에서 벌벌 떨면서 열심히 먹었다. 한국서 가져온 김치 김 등 밑반찬이 있어 그런대로 먹는 즐거움을 안긴다. 나는 밑반찬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후배들이 세심하게 잘 챙겨줘 참 고맙고 또 미안하다. 진한 동료애를 깊이 느낀다.
해발3,100m의 369산장은 설산을 등산하는 마지막 출발점이다. 이곳에서 자는 듯 마는 듯 하다 새벽에 산을 오른다. 관리인이 없는 무인 산장이다. 실내가 음침하고 환기가 잘 안돼 산장이 꽤 오래된 것 같다. 우리를 돌보기 위해 함께 온 대만인 도움이들이 침낭을 챙겨주고 식사도 준비해준다.
침낭안으로 들어가기 전 옷을 벗는 게 아니라 옷을 겹겹이 입는다. 나는 내의와 오리털파카에다 다시 바람막이 옷과, 두꺼운 바지를 껴입고 모자를 쓰고 등산 양말도 신는다. 침낭 안에 발열제를 넣고 전기가 없기 때문에 랜턴을 머리위해 놓아둔다.
잠자리에 들어간다. 창에는 대밭에 부는 바람따라 부서지는 달빛처럼 밝고 어둠이 강약을 이뤄 물결처럼 일렁인다. 등쪽 찬 기운이 온몸을 시리게 하는데도 침상 저쪽에서 가볍게 코를 곤다. 내일 새벽 설산등정을 앞두고 3월16일은 이렇게 마감한다. 침낭 안이 점차 따뜻해 진다.
05:45 일어남
07:00 식사
08:00 버스 출발
10:00 주유소서 휴식
11:20 무릉농장
12:15 식사 후 버스 출발
12:40 설산등산로 입구 검문소 해발2,140m
12:55 설산등산시작점 건물 전망대 해발2,300m
14:10 치카산장 해발2,460m 등산시작점 건물2km 369산장5km
15:20 이정표 등산시작점 건물3.5km 369산장3.5km
16:00 눈물고개 아래편 전망대
16:30 눈물고개(극파)
17:05 설산 동봉, 산장 갈림길
17:10 설산 동봉 3,201m
17:20 설산 동봉 산장 갈림길
18:00 369산장 해발3,100m
19:00 식사
20:00 취침
3월17일 월 맑음
옷을 많이 껴입은 탓에 자는 도중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잘 잤다. 산행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 때문인지 깨우지 않아도 밤2시에 모두 일어나 산행 채비를 한다. 새벽2시20분에 쌀죽 한 그릇을 먹었다. 맛을 느낄 수 없다. 배낭을 메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달빛이 환하게 빛나 웅크린 마음을 조금 풀어준다.
얼마 걷지 않아 갑자기 짙은 어둠이 검은 커턴을 친다. 랜턴으로 이리 저리 비쳐 보니 거대한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울창한 숲이 모든 빛을 삼키고 차단한다. 여기가 그 유명한 흑삼림(黑森林) 즉 삼나무 검은 숲이다. 이 숲은 날이 밝을 때까지 이어진다. 양팔을 둘러도 남을 만큼 크고 큰 나무가 밀림을 이룬 대단한 이런 숲이 부럽기 그지없다.
랜턴 불빛은 하얗고 예리한 칼날이 돼 일직선으로 어둠을 싹둑 싹둑 자른다. 우린 잘린 어둠의 그루터기를 밟고 한발 한발 나아간다. 눈이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숲은 이어진다. 아이젠을 신는다.
해발3,500m를 넘어서자 작은 나무가 엉겼고 숲은 사라졌다. 창에 가린 커튼을 걷듯 눈앞이 환하게 보이지만 앞쪽과 좌우쪽은 능선과 봉우리가 병풍처럼 아니면 사발 안쪽처럼 빙 둘렀고 우리는 골짜기를 따라 올라왔다.
찬란한 햇볕이 쏟아지기를 기대하지만 동녘에 구름이 많아 아름다운 해돋이는 글렀다. 비스듬히 눈 기슭은 밟고 한발 한발 고도를 높인다. 조금만 더 가면 능선 정수리에 닿고 그 너머 해발3,884m인 설산이 있을 것이다.
해발3,700m지점이다. 여기서 정상까지 900m안팎의 거리. 조붓한 길인데다 눈이 얼어 아이젠을 했는데도 미끄러워 잠시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내 앞에 선 회원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더니 눈 덮인 기슭로 쏟아져 내려간다. 그 순간 바로 뒤에 있던 회원이 미끄러지는 회원을 잡으려다 눈으로 인해 균형이 깨지자 눈 깜작할 사이에 저 아래 골짜기에 널브러졌다. 아아 하는 순간에 짧은 찰나에 4,50m 골짜기로 굴렀다. 쓰러졌던 두 회원이 꾸물 꾸물 일어선다. 다행이다.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선두 쪽에서 회원 한명이 어떻게 된 건지 또 눈 위를 굴러 순식간에 골짜기 아래에 처박혔다. 미끄러진 회원 두 명이 있는 골짜기 바로 옆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회원3명이 급경사 눈 위로 구르는 뜻하지 않은 사고. 눈 많은 한국 산에서도 이런 사고가 없었는데 눈 적은 대만산에서 눈 위를 미끄러지다니.
이 사건으로 회원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크게 놀랐다. 일부 회원은 고소증으로 균형 감각이 무딘데다 눈 위의 추락사고를 보자 걷는 것 자체가 두렵고 사기도 크게 위축됐다. 산행을 계속 한다는 건 아무래도 더 큰 사고를 부를 요인이 될 것 같다. 산행대장이 산행을 중단하고 하산한다고 말했다..
세 사람 중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인가. 정상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햇살 쏟아져 빤작이는 기슭에 새기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흑삼림을 내려와 369산장에 도착하니 8시10분이다.
배낭을 꾸린다. 라면과 죽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하산을 한다. 하산 길은 등산길보다 지겹다. 등산은 꼭대기를 오른다는 목적이 있지만 하산을 그런 목적이 없는 탓일까. 설산동봉 삼거리-눈물고개를 지나 치카산장에서 잠시 쉰 뒤 12시20분 설산등산로 출입검문소에 도착했다.
아쉬움이 큰 산행이지만 그래도 3,700m까지 올랐다. 세 사람이 눈 위로 미끄러졌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건 하늘이 돌본 탓 아니겠는가. 어제 점심을 먹었던 무릉도원에서 식사를 하고 버스를 달려 호텔에 도착, 짐을 푸니 9시20분 이였다.
02:00 일어남 산행채비 참으로 죽 먹음
02:50 369산장서 산행시작
05:15 아이젠 착용
05:55 해발3,700m도착 정상까지 800m거리
회원 3명 눈 위로 미끄러짐
정상 등산포기 하산
08:10 369산장 라면 등 간단한 아침식사
08:50 369산장 출발 하산
09:40 설산 동봉 삼거리
10:20 눈물고개 아래 전망대
10:40 369산장-등산로시작지점 건물 전망대 절반 각3.5km
11:20 치카산장
12:20 설산등산로 입구 검문소 해발2,140m
12:40 무릉도원 식당 점심 식사
13:35 식사 후 버스 출발
19:00 저녁 식사
20:20 호텔 도착
3월18일 화 맑음
등산하거나 여행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비 많은 이곳에서 다행이다. 우리가 떠나는 날인 20일부터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가이드는 우리보고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짐을 꾸린다. 오늘은 대만에서 제일 높은 산인 옥산 바로 아래편 배운산장까지 가야한다. 버스를 타고 가지 도중 가이드가 빨간 봉투 3개를 꺼내드니 어제 설산에서 미끄러졌던 세 회원에게 하나씩 나누어 준다. 빨간 봉투에는 대만 돈 200원이 들어 있다. 빨강은 액을 쫒고 돈은 재물이 들어오는 것을 뜻한단다. 위로와 행운을 비는 여행사의 마음 씀씀이가 마음에 든다.
이동하는 도중 대만에서 소문난 녹차 생산지인 아리산을 지나간다. 아리산은 해발2,470m로 높은데다 이 기슭에서 자라는 차는 알맞은 토양에다 적절한 온도 차이로 맛이 빼어나다고 한다. 우리가 지나는 도로변에는 차를 파는 집들이 어이진다. 아리산 일대는 관광지로도 유명하고 특히 아리산 해돋이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고.
해발2,500m에 있는 동포산장(무인산장) 주차장에 내려 옥산 입산관리사무소까지 걸어간다. 여기서 다시 승합차를 갈아타고 등산들머리인 해발2,760m인 타타카 안부에 도착했다. 낙석에 대비해 안전모를 주었다. 배운산장까지 8.5km, 배운산장서 옥산 꼭대기는 2.4km. 산허리를 자르며 오르는 길이 타타카 안부에서도 여인들 머리 가르마처럼 환하게 보인다.
11시25분 산행을 시작한다. 왼편은 기슭이고 오른편은 확 트여 위아래 쪽이 아주 잘 보인다. 등산로는 한동안 큰 나무가 전혀 없다. 비스듬히 기슭을 오르고 또 산줄기를 돌아간다.
어제 올랐던 설산 등산로와는 많이 다르다. 처음부터 숲이 있지 않고 경사가 심하지 않으며 흙길이나 자갈길이라 걷기 편하다. 특히 갈 방향과 오른편 조망이 대단히 아름다워 이를 보는 재미가 피로를 잊게 한다. 고소적응을 위해 천천히 걷는다.
가끔 숲이 나타난다. 숲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아주 큰 고사목이 여기 저기 서 있다. 둘레가 몇 아름이나 되는 나무가 숲을 이룬 것도 장관이다. 바다에서 솟아나 지금도 바위에 조개 화석이 박혀 있다는 어마어마한 암벽인 대초벽(大峭壁)을 지난다. 산장이 가까울수록 길은 비탈지고 짙은 숲이 산을 덮었다.
마침내 오후5시10분 해발3,402m인 배운산장에 도착했다. 타타카 안부에서 5시간 45분이 걸렸다. 배운산장은 설산의 369산장보다 환경이 무척 좋다. 우선 전기가 들어오고 관리인이 있는 유인산장이다. 산장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다. 이 산장 건립으로 인해 산행 허가가 잘 나오지 않아 옥산-설산 등산을 기획하고도 3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저녁식사를 한 뒤 취침 준비를 한다. 어제 설산 369산장서 잔 경험도 있어서 적당하게 옷을 껴입는다. 난방은 없지만 환경이 좋으니까 회원 모두가 안도한다. 침상에 누우니 우풍이 덜해 따뜻한 편이라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저녁7시20분 침낭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05:45 일어남
07:00 식사 (동방명주 호텔)
08:00 버스 출발
10:35 동포산장 주차장 해발2,500m
10:55 산장서 관리사무소까지 걸어감.
11:15 옥산 입산 관리사무소
11:25 타타카 안부 해발2,760m
11:50 등산 시작 배운산장까지 8.5km
12:35 산행 중 도시락으로 점심
13:00 식사 수 출발
13:33 옥산 전봉(3,239m) 갈림길
14:30 배운산장 4km
14:55 해발3,200m 지점
15:45 배운산장 2km 지점
15:55 대초벽
17:10 배운산장 해발3,302m
18:20 식사
19:20 취침
3월19일 수 맑음
새벽2시25분에 일어나 눈을 부비며 식사를 한다. 식사는 흰죽, 빵, 우유다.
장비를 챙겨 산행을 시작한다. 한밤이지만 달이 있어 하늘도 산천도 희미하게 드러난다.
배운산장에서 정상까지 2.4km거리라 크게 어려움 없이 올라 갈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길도 그렇게 경사지지 않아 걸을만하다. 이곳도 노거수(老巨樹)가 무리를 이룬 짙은 숲이라 빛이 잘 스며들지 못해 어둡다.
한라산이나 지리산은 수목 한계점이 해발 1,900m안팎인데 이곳은 해발3,500m 전후 인 것 같다. 숲이 사라지고 키 작은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바로 위쪽 마루금에 정상이 있다고 한다. 아직 어둠은 가시지 않았다. 숲이 감싼 어둠의 커튼을 자르던 랜턴 불빛이 이번에는 희붐한 공간을 밝힌다.
4시10분 산장 1.1km 옥산1.3km지점에 도착하니 온통 바윗길인데다 된비알 중 된비알이다. 아이젠을 했지만 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눈이 없는 곳은 날카롭고 납작한 바위 조각이 깔려있다. 크기가 손바닥한데 잘 못 건드리며 쉽게 무너져 내린다. 모두가 안전모를 쓴다. 잡고 오르는 작은 바위기 빠지기도 해 모두가 조심조심 한 걸음 한 걸음씩 신중을 기한다. 쇠줄이 있지만 이 쇠줄을 지탱하기위해 박은 시멘트 덩어리가 그대로 땅 위로 솟아올라 쇠줄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쇠줄을 잘 못 잡으면 몸이 균형을 잃고 발을 잘 못 디디면 얇은 돌 조각이 사정없이 떨어져 가슴이 죈다. 회원들의 얼굴에 공포가 번진다. 고소증을 앓는 회원들은 몸까지 추슬러야 하므로 이중 삼중 고생을 한다. 눈이 있는 곳은 아이젠을 했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 급경사 절벽으로 구를 수 있다.
어떤 곳은 한 사람이 통과하는데 3분 이상 걸린다. 낙석이 심한 산이라 낙석차단터널이 있다. 천장에 쇠와 철망을 얽어 놓아 떨어진 바위기 그곳에 걸리게 해 놓았다. 눈이 많이 온 탓에 터널 안에 눈이 쌓여 일어서면 철망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 하는 수 없이 기어서 이곳을 통과한다. 터널이 100m는 넘을 것 같다. 이 터널을 지난 뒤부터 진짜 된비알 오름이 날카롭게 솟아 있다. 잘못 해 손을 놓으면 천야만야 낭떠러지를 굴러야한다. 아찔한 절벽에 숨이 턱 막히고 발이 떨려 주저앉고 싶은 곳도 적잖다. 정상까지 오르는 1km안팎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이런 길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쇠밧줄 길이도 500m는 넘는다. 한발자국 한발자국에 생명의 숨결을 느낀다.
아침6시30분 대만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해발3,952m의 옥산 정상에 섰다.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 회원16명이 모두 올랐다. 회원 몇몇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사방이 너무 잘 보인다. 옥산 남(3,711m), 서(3,528m), 동(3,853m), 북봉(3,833m)이 저마다의 호위봉을 거느린채 눈 덮인 산줄기가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포효하듯 옥산 주봉으로 몰려오는 모습은 장관이다. 바위가 빚은 거칠고 험악한 풍광이 온몸을 엄습한다. 험하고 험한 돌산의 위엄과 아찔한 위험을 함께 느낀다.
하산이다. 급경사에다 눈이 여기 저기 붙었고 잘못 건드리면 떨어져 내리는 돌길은 올라오는 것보다 더 아슬아슬하다. 어떻게 내려가야 하느냐며 퍼질고 앉는 회원도 있다. 하지만 정상은 매몰차게 춥다. 바람이 거세다. 내려가지 않을 수 없다. 아기들이 걸음마를 배우듯 모두가 뒤뚱거리며 온 신경을 집중해 내려간다. 두 다리와 쇠밧줄이 생명선이다. 젖 먹던 힘까지 보태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쓴다. 급경사 절벽 저 아래가 보이자 다리가 후들대 눈을 감는다.
낙서방지터널에 도착해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다시 급경사를 내려간다. 눈이 적어졌지만 잠시 방심해 발을 잘못 놓으면 돌이 구른다. 얼굴에 땀이 솟는다. 겨우 눈이 없는 안전한 비탈에 내려왔다.
험한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온 탓인지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다. 이제 발걸음도 가볍다. 2.4km 산길을 바람처럼 내려왔다. 고소증도 숨을 죽였는가.
배운산장에 도착해 다시 장비를 챙기고 아침 식사를 한 뒤 하산을 한다. 대초벽-무인산장을 거쳐 타타카 안부에 도착했다. 마침내 옥산과 설산을 오르는 등산일정을 마무리했다. 설산은 올라가지 못했지만 고스락을 오른 것 보다 더 큰 배움을 얻었다. 옥산을 올라감으로써 바위산의 위용과 장엄함, 험난함, 인간 정신의 위대함, 집념과 의지의 결실을 깊이 깊이 새겼다. 지금까지 설산과 옥산을 하루 간격으로 오른 팀은 아직 없었다고 가이드가 강조한다. 우리가 최초라고 한다.
동포산장 주차장에서 낙석으로부터 안전을 지켜 준 안전모를 반납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 오후1시 식사를 했는데 이 식당에서 눈을 덮어 쓴 옥산 꼭대기가 보여 우린 다시 한 번 감격에 빠졌다. 타이페이까지 4시간30분을 달려와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짐을 푼 시각은 7시30분이었다.
02:35 기상
03:00 식사
03:30 산행시작
04:00 배운산장0.7km 정상1.7km
04:10 배운산장1km 정상1.4km
06:30 옥산 정상 3,952m
07:15 옥산0.2km 배운산장2.2km
08:25 옥산1.7km 배운산장0.7km
08:45 배운산장 3,402m
09:40 배운산장서 하산
10:15 대초벽
10:20 배운산장2km 타타카안부6.5km,
10:45 무인산장
12:20 타타카 안부
12:35 동포산장 주차장
13:00 점심식사
14:00 버스로 타이페이로 향함
18:30 타이페이 착 저녁식사
19:30 호텔 도착 여장 품
3월20일 목 흐림 비
아침 식사를 한 뒤 좀 느긋하게 장개석총통의 중정기념관으로 갔다.
89세로 세상을 떠난 장개석총통을 기리는 중정기념관은 북경에 있는 자금성처럼 웅장허더, 건물 색깔도 주황색이다. 국민모금으로 세워진 이 기념관은 본관 높이가 70m에 이른다. 중화민국 국민이 장개석을 얼마나 추앙하는지 중정기념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장개석 총통의 모든 개 여기게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본관에서 시간마다 행하는 초병교대식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멋진 복장과 절도 있는 동작은 군인 정신의 총화요 정교함의 절정이었다.
타이페이 국제공항인 도원에서 대만과 작별한다. 5박6일 짧은 일정이지만 아주 긴 등산 역사를 간직한채 출국수속을 끝냈다. 3시간 안팎을 날아가면 부산이다. 의자의 안전벨트를 조인 뒤 눈을 감는다. 5박6일 옥산 설산의 대만 일정이 꿈결같이 밀려온다. 뿌듯하다 정말 뿌듯하다.
06:45 기상
07:00 식사
09:00 버스를 타고 이동 장개석총통 기념관 관람
11:00 공항착
13:30 타이페이 출발(이상 대만 시간)
16:50 김해국제 공항 착(한국시간)
오후4시50분 부산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약1시간이 늦었다.
기약 없는 이별을 하기 마련이고 며칠간 뜸북 들었던 정이 마치 삼베바지 가랑이에 바람 새 나가듯 그렇게 없어져 버린다. 지하철로 택시로 버스로 모두가 자기집을 향해 황급히 간다. 집에 와 여행가방을 풀고 짐을 정리했다.
여행이나 등산을 갔다온 이 때가 가장 허전하고 또 이별의 아쉬움이 잔 물결을 이룬다. 갑자기 피로가 봇물처럼 몰려온다.
<옥산 셜산에 대한 보다 많은 사진은 다음블로그'산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에 게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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