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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BS 보도국 정치부 이재기 부장
목 차
1도입
2전개
1 공직후보자 지지선언제도란 무엇인가? 2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통해 본 지지선언제도 3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4 후보자 지지선언이 선거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은? 5 중립을 지키는 신문사들 6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를 둘러싼 찬반 논란 1)찬성 입장 2)반대 입장 7 부정적인 유권자들 8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 제도의 시사점 9 공개적 지지와 암묵적 지지 1)한국언론의 선거보도 2)공개적 지지와 암묵적 지지
3맺는말
1.도입
지난 2008년 10월 27일 미국 뉴멕시코 주(New Mexico)의 주도(州都) 산타페(Santa Fe) 시내에 뿌려진 월간신문 ‘The New Mexico Sun News'에 모든 미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문 1면 머릿기사가 민주당 대통령후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승리했다는 내용으로 장식됐기 때문이다.
선 뉴스는 헤드라인을 ‘Obama wins!'란 굵은 글씨로 뽑고 그 아래에 웃고 있는 오바마 후보의 사진을 면 전체를 터서 실었다. 신문을 받아 든 시민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뉴멕시코 주 내에서 영향력 있는 신문 가운데 하나인 선 뉴스가 대통령 선거일을(11월 4일) 1주일 이상 남겨 놓은 시점에서 선거의 결과 보도를 내보냈으니 놀랄 법도 했다.
이 신문의 앞선 개표 보도로 뉴멕시코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전역에서도 작은 법석이 일어났다. 24시간 뉴스 채널 CNN과 AP통신 등은 긴급 뉴스로 이 기사를 타전했고 출근길 시민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신문사측이 내세운 해명은 더욱 걸작이었다. 선 뉴스의 편집자는 “when it comes to calling the winner of a presidential election, everyone wants to be first. the New Mexico Sun News hereby claims that achievement”라고 적고 있다. ‘기사 잘 써줬으니 오바마 후보, 우리한테 전화 좀 해주시오’란 식이다.
실시간 보도를 할 수 없는 월간지의 한계를 감안해 이미 대세가 기울고 있는 선거결과를 앞서 보도함으로써 주위의 이목을 끌어보자는 신문사측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센세이셔널한 기사를 내보내 부수를 크게 늘려보려는 속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큰 사회적 논란이나 시비거리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한국적 풍토에서는 신문사가 문을 닫아야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이 일었을 것이다.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신문사가 어떻게 그런 편파 보도를 할 수 있느냐는 독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상대후보 선거 캠프의 국회의원이나 선거 참모들이 떼거리로 신문사에 몰려가 사장실에 진을 쳤을 것이다.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다분히 치기어린 기사지만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신문의 정치선거 후보자 지지선언’(Newspaper Endorsement)이란 특이한 제도가 미국 선거의 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어서 그렇다. 다만 뉴멕시코 선 뉴스는 제도의 한계를 살짝 벗어나 전국적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2.전개
(1)공직 후보자 지지선언제도란 무엇인가?
미국의 신문들은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200여 년 동안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Newspaper Endorsement)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1983년 미국의 신문편집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신문의 3/4이상이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12%는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1) 주지사와 시장, 주 검찰총장 등 지방직 공무원은 물론이고 연방 상원, 하원 의원과 대통령선거 등 모든 형태의 공직 선거 후보자가 지지선언의 대상이 된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시장 선거가 치러진다고 가정해 보자. 지역 신문사들은 후보자와의 1 : 1 인터뷰나 학력을 비롯한 이력조사 등 사전에 치밀한 조사를 거쳐 후보자의 공직수행능력과 도덕적 자질, 성향 등을 파악한다. 또한, 설문조사나 전화인터뷰, e-mail 등의 형태로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친다. 모든 조사 결과를 취합한 뒤 이를 근거로 신문사 편집국 내부에서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해 지지할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1992년 실시된 대통령, 주지사, 연방의원, 주의원 동시선거에서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 타임즈(The Seattle Times)는 1992년 5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클린턴, 브라운 민주당 후보들에게 주요 선거쟁점에 대한 설문지를 보낸 뒤 그 결과를 정리해 보도했다.2) 이어 선거 한 달 전인 10월 4일에는 사설을 통해 클린턴-고어 민주당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투표 5일전에는 그동안 신문사가 취합한 모든 자료를 근거로 각급 선거별 지지후보를 결정한 뒤 특정 후보자들에 대한 일괄 지지의사를 밝히는 사설을 신문에 게재했다.
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만 각기 생각이 다른 편집위원들의 의견이 한 곳으로 집결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견 조정이 어려울 경우, 신문사주나 편집국장들이3) 영향력을 행사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Byton St. Dizier이 1986년 펴낸 “Reputation Endorsements, Democratic Position: An Editorial Page Contraction"책에 의하면, 5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가진 일간신문들 가운데 85명의 논설 페이지 편집장들이 응답한 조사에서 46%가 자신이 속한 신문이 정치적 안건에 대한 신문사의 입장을 결정할 때 발행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선거 입후보자 지지결정에서 발행인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응답한 편집장은 무려 81%나 됐다.
일단 지지할 후보자가 결정되면 신문사를 대표하는 집필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작성하고 이를 신문사 사설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후보자에 대해 공개 지지의사를 밝힌다. 후보들에 대한 지지 사설의 내용과 형식도 자못 흥미롭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후보자를 바라보는 언론사의 일반적인 입장과 경제, 국가안보, 헌법과 법치, 후보자의 자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을 설명하면서 지지의사를 밝히지만 반대 후보에겐 정책과 자질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가혹하리 만큼 맹렬하게 비판을 가한다. 규모가 작은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업무수행능력을 중심으로 지지 사설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 지지 사설을 게재하는 시점은 언론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차피 이 제도 자체가 관행적으로 행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시기와 관련된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일 두세 달 전부터 산발적으로 지지선언이 나오기 시작해 선거일 2주 전부터 신문사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선거일 1주일 전 피크를 이룬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매 4년마다 11월에 치러지기 때문에 선거가 있기 3~4달 전부터 선거일까지 서너달에 걸쳐 지지선언이 이뤄지는데 통계적으로 보통 1주일전 가장 많은 신문사들이 지지선언의 대열에 동참한다.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에는 신문사들이 지지선언을 통해 대통령선거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후보 선택의 시점이 임박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역으로 신문사 입장에서는 선거판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시점에 선택함으로써 선택의 정확도를 높이고 부담을 줄이는 이점을 취할 수 있다.
신문사들이 선거 때마다 후보를 지지해 온 관행은 언론의 정보 전달 기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미국 언론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신문이 가진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활용해 사전에 누가 더 공직의 적임자인 지를 판단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제시해 바른 판단을 유도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미국 브라운대(Brown)경제학과 브라이언 나이트(Brian Knight) 부교수와 대학원생이자 동료 연구원인 천 팽 쉬앨(Chun Fang Chiang)은 신문의 후보지지를 다룬 한 논문에서4)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나갈 때 간혹 누구를 지지할 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잘 알려진 정보 소스로부터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고 중요한 소스 중 하나가 언론이다’고 지적한다. 이어, 전통적으로 언론은 잘 기능하는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져 왔지만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가 충분히 객관적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유권자의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혀 신문사 지지선언제도의 부작용 또한 없지 않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신문산업이 태동했을 당시 만 해도 신문사들이 중요한 정보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현대사회의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 신문이 유권자에게 선거정보를 제공해 온 역할의 유용성은 반감된 것도 사실이다.
(2)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통해 본 지지선언제도(Newspaper Endorsement)
2008년 미국 대선 과정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간 당내 대선 전초전,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탄생이란 커다란 이슈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진행됐고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시 부시 대통령 치세에터진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 장기화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미국민들의 염증, 만성적인 재정적자 때문에 미국인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은 아주 높았다.
오바마 후보는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공화당 8년 정권에 싫증을 느낀 미국 중산층 지지를 끌어들이며 경향각지의 신문사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 내지만 공화당의 존 매케인(John McCain)후보는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보다 과감하게 보여 주지 못해 보수 성향이 강한 언론사 조차 오바마 후보 지지로 돌아서게 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언론사의 지지 선언 사설에도 이같은 선거 분위기는 그대로 나타난다.
선거가 임박한 2008년 10월 중순 뉴욕의 한 신문은 신문사들의 지지선언을 다룬 기사에서 보수성향의 신문사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이 오바마 후보 지지로 돌아선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지만 44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유독 160년 시카고 트리뷴지의 역사를 깨고 지지 정당을 바꿨다. 트리뷴지는 사설을 통해 “우리는 오바마 후보의 지적인 엄격함과 도덕적 한계, 주의깊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에 대한 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준비된 후보이다.”고 극찬했다.
미국 서부의 유력지 LA 타임즈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아무 후보도 지지하지 않던 자사(自社) 전통을 깨고 10월 26일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1972년 대통령선거에서 리처드 닉슨 후보를 지지한 이후 36년 동안 특정 후보를 편들지 않은 관행을 허문 것이며 동시에 신문사 127년 역사상 첫 민주당 후보 지지였다. LA 타임즈는 그해 1월 22일자 사설에서 이번 대통령선거 부터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면서 지지선언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테리 트론케일(Terri Troncale)이 대표 집필한 사설에서 “오바마 후보는 잘 교육받았고 달변이고 열정적이고 꾸준하고 성숙한 후보로 그는 현 상황에서 국가를 대표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선거정치 전문가를 누른 그의 능력은 강력한 리더십과 조직적 자질을 보여준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씨는 우리 문화의 토대가 되고 있는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다. 겸손한 배경을 가진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으로서 그는 흑인 젊은 층의 곤궁한 입장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며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 George W. Bush 대통령을 지지했던 덴버 포스트(Denver Post)를 포함해 지지후보 교체 대열에 합류한 신문사는 10월 중순까지 27개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전체 지지획득 수는 오바마 후보 127개 신문사 대 매케인 후보 49개로 그 격차가 3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고 현직인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는(Texas) 공화당 지지 신문사가 많았다. 텍사스의 달라스 모닝뉴스(Dallas morning news)는 “매케인은 (정권의) 계속성과 안정감, 국민들이 바라는 권위를 가졌을 뿐아니라 부시 대통령 치세로부터 단호한 단절을 선언했다”는 지지 이유를 밝혔다.
사실 오바마 후보가 수 많은 신문사들을 자신을 향한 지지대열에 동참시키고 몇몇 신문사들이 100여년 동안 이어오던 전통조차 헌신짝 처림 버릴 수 있게 했던 것은 그가 미국인들이 가진 변화에 대한 열망에 부응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 오바마의 인기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편집인발행인 저널의 편집자 그렉 미첼(Greg Mitchell) 과 덱스터 힐(Dexter Hill)은 “오바마 후보는 신문 편집자들에게 더 인기있는 후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선언에서도 앞서가고 있다”고 밝힌 반면, “매케인 후보는 대선 당시 극소수의 메이저 신문으로부터만 지지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미국사회 주류 언론사가 언제, 어떻게 자신들의 지지 사설을 게재하는 지 안다면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의 실체가 보다 분명해진다.
미국 내 진보성향 신문사의 대표주자 뉴욕타임즈(NewYork Times)는 2008년 대선에서 선거의 윤곽이 사실상 드러난 시기 타 언론사들 보다 조금 앞선 10월 24일 민주당 오바마 후보 지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타임즈의 지지선언에 앞서 선거와 언론계 전문가들은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지지하는 등 지속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을 유지해 온 점으로 미뤄 타임즈의 오바마 지지는 예견 가능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뉴욕타임즈의 2008년 10월 24일자 사설 제목은 'Barack Obama for president'이다.5) 신문의 발행부수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독자들이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후보 지지 사설은 작성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설 내용 한 구절 한 구절이 언론사의 신뢰성과 직결되고 선택이 임박한 독자들은 사설을 참고해 투표장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사설은 그 자체로 공공에게 제공되는 선거정보이다. 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오바마 지지의 변을 밝혔다.
“과장된 말들은 대통령선거 운동의 밑천이다. 그러나,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는 국가의 미래가 진정으로 균형점에 걸려 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8년 치세 동안 실패한 리더십에서 표류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후임자에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상처 입은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그리고 시민들이 허리케인의 홍수로부터 피신할 수 있는 지, 적절한 건강보험을 찾을 수 있는 지, 예견됐고 막을 수 있었던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서 그들이(시민들이) 집과 직업, 저축, 연금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지, 제도적으로 시민들을 돕고 보호하기 위한 능력을 상실한 정부를 물려줬다.
전임자의 치세가 힘겨웠던 만큼 새로운 대통령 선거는 쉽다. 지난 2년 동안의 격렬하고 추한 선거운동 이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는 자신이 바로 미국의 44대 대통령이 될 올바른 선택임을 입증했다. 오바마씨는 지도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희망과 변화란 그의 초기 공약의 진정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수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그는 냉철한 두뇌와 좋은 판단력을 보여줬다. 우리는 오바마 후보가 미국이 직면한 문제점들의 해결책을 찾는데 긴요한 폭넓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 낼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 반면 상대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동시에 아리조나 출신 상원의원 존 매케인씨는 파당적 분열과 계층간 반목,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암시로 선거운동을 이끌면서 미국 정치의 변방 저 멀리로 후퇴해 버렸다. 그의 정책과 세계관은 과거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명백하게 맞지 않는 러닝메이트 선정은 의회에서 26년 동안의 업적 조차 바래게 하는 희망없는 최악의 판단이었다. 메케인 선거운동의 특별히 추한 본질은 정제되지 않은 감정에 기초한 선택을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는 말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어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는 생활이 처한 현실과 후보자들이 제공하는 처방들을 꼼꼼히 바라볼 때 어떤 더 큰 가치가 있다. 그 차이점은 심대하다. 메케인씨는 ‘모든 사람이 혼자힘으로’라는 공화당적인 이데올로기를 더 많이 제공하는 반면, 오바마씨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란 또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씨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전당대회 연설에서 정부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피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모든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장난감들을 안전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학교, 길,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한다....(중략)”
지지사설은 경제(the Economy)와 국가안보(nation security), 헌법과 법치(the constitution and rule of law) 등 분야별 지지선언으로 계속된다. 경제분야에서는 “미국 재정위기는 수십년에 걸친 공화당의 탈규제 정책과 반세금 정책의 피해이다. 이런 공화당의 정책들은 엄청난 잘못임이 밝혀졌지만 레이건 혁명의 보병임을 선언한 존 매케인씨는 여전한 탈규제 정책의 신봉자이다. 버락 오바마는 미국과 미국의 기업을 지키기 위해 아주 근원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예견하고 있다....(중략) 오바마씨는 국가 세금구조가 더 공정하게 변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는 부시의 불공정한 감세로 이득을 본 부자 미국인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중략)”며 근원적인 처방을 주문하고 있다.
국가안보분야에서는 “국가를 부시 대통령 이전으로 돌려 놓는데는 엄청난 도전이 있을 것이다. 세계속에서의 국가 이미지를 고치고 국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수행하고 미국을 앞으로 리드해 나가는 데는 강력한 의지와 개성과 지성, 냉철한 판단력, 강한 추진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오바마씨는 이러한 자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중략)”고 평가하고 있으며 오바마의 인간적 자질에 대한 타임즈의 평가는 전폭적인 수준이다.
“오바마씨는 후보가 되기 위해 가장 모진 공격을 견뎌냈다. 그는 미국인이 아니라고 불리웠고 비밀스럽게 이슬람의 신념을 숨기고 있었다는 이유로 피소당했으며 공화당원들은 그를 국내 테러분자와 연계시켰고 그의 아내의 국가관을 의심했다. 이런 공포와 분열의 정치, 인격살인은 지난 2000년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존 메케인을, 2004년 존 케리 상원의원을 이기는데 도움이 된 것이다. 그것은 실패한 대통령의 압도적 테마였다.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은 너무나 심각해서 단순히 네거티브 광고를 척결하는 것만으로는 풀 수 없다. 이 나라는 현명한 리더십, 열정적인 리더십, 정직한 리더십,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버락 오바마는 이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이상이 타임즈가 오바마에 보내는 지지선언이다.
지지 선언에는 단순히 신문사가 특정 정파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만 포함된 것이 아니다. 전임 행정부의 실정과 미국이 처한 현실을 분석 지적하면서 미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후보자의 자질과 문제해결 능력, 상대 후보를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까지 선거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패키지로 담겨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신문 편집인발행인 저널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일인 2008년 11월 4일까지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매케인 후보와 비교해 2배 정도 많은 신문사 지지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신문은 296개 였고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한 신문사는 180개에 불과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신문사 296개 가운데 22%인 66개 신문사는 공화당 에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신문사란 점이다. 같은 기간 미국 대학신문의 지지는 78대 2로 그 격차가 더욱 컸다.
그리고, 2008년 10월 31일 현재 123개의 주간지나 격주간지 가운데 57곳이 오바마를 지지했고 매케인 지지 신문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 집계됐다. 최종 집계된 주간지 격주간지의 지지비율은 121 대 33이었다.
미국 20대 신문사의 후보자 지지 현황표
()는 신문판매부수.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66개 신문사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지지를 바꿨기 때문에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신문사의 후보자 지지선언 통계를 통해 대통령선거의 판도는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론,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맞붙은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신문사 지지선언 비율이 공화 204 대 민주 213으로 민주당이 앞서고도 선거에서는 지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또한, 1984년 공화당 레이건과 민주당 먼데일 후보의 대결에서는 먼데일 후보가 55% 대 34%로 훨씬 많은 신문사의 지지를 획득한 반면, 1976년과 1980년 대통령선거에서는 80%의 압도적 비율로 공화당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음을 나타내주는 통계가 있다.
개개 선거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신문사 지지선언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신문사의 지지선언 결정과정에 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는 요인은 사주의 정치적 성향이고 사주들은 대체로 그들의 경제적 수준이나 교육 정도 등으로 미뤄볼 때 공화당 지지성향이 강한 인물들이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이 신문지지 선언에서 선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한 선거에서는 신문사의 지지선언수가 선거결과와 정확하게 일치된 경우가 많아 미국 정치에서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는 선거결과의 풍향계 역할을 했고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Cumulative Endorsements6) 2008년 11월 4일 현재
(3)Newspaper Endorsement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신문사의 대통령, 주지사, 연방 의원 후보 등 각종 선거 후보자 지지선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지 그렇지 않은 지를 계량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신문사의 지지선언제도 자체가 어떤 법적인 권위가 부여된 제도가 아니라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져 오는 비정부분야의 영역에 속해 있을 뿐아니라 선거의 승패는 수 많은 변수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설사 계량적 연구결과가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체 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리해 내기도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 신문은 특정 사회 속에서 주요한 정보전달 창구로 기능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유권자들이 신문의 지지선언을 따르는 지 안 따르는 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지선언을 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투표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따라서, 어떤 특정 선거에서 -50개주나 되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 보다는 소규모 단위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신문의 지지선언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진보적인 성향의 신문사인 뉴욕포스트(Newyork Post)의 1958년 뉴욕주지사 선거 관련 사설은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로 인해 결국 후보자를 선거에서 떨어지게 한 잘 알려진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뉴욕포스트지는 선거가 임박하자 뉴욕 주지사 재선에 나선 애버랠 해리만(Averell Harriman)에게 지지를 보내는 사설을 내보냈다. 그러나 신문의 사주인 도로시 쉬프(Dorothy Schiff)는 돌연 마음을 바꿔 선거 전날 밤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가 친아랍 반이스라엘주의자’라는 주지사 해리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거짓말은 용서받을 수 없고 유권자로부터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의 독자 공지 사항을 추가로 배포했다. 쉬프 사장은 “만약 여러분이 나에게 동의한다면 내일 투표에서 주지사를 지지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면을 활용해 사실상 낙선운동을 벌였다. 이로 말미암아 현직 주지사 해리만이 낙선하고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넬슨 록펠러가 당선됐다.
당적이 민주당인 해리만 주지사는 재임 중 뉴욕주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목적으로 주의회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법률안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의회에서 번번이 통과가 좌절됐다. 재임 중 특별한 치적이 없었고 지사직 수행이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면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보지를 지향하는 뉴욕포스트가 각종 여론조사와 내부 회의 절차를 거쳐 결정한 진보성향 후보 해리만 지지를 철회하고 돌연 공화당 후보지지로 돌아선 것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뉴욕포스트의 사설이 힘을 발휘한 것은 포스트지의 주민 영향력과 현직 주지사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부른 역풍,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을 보여온 신문이 하루 아침에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브라운 대학교(Brown) 경제학과 브라이언 나이트 공공정책학 부교수와 같은 대학 대학원생 천 팽 쉬앵은 신문의 지지선언제도에 대한 연구결과를7) 토대로 “유권자들은 신문사의 지지 발표에 따라 지지 권유된 후보자들을 지지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영향의 정도는 신문이 행한 선택의 신뢰성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립적이거나 우편향적인 신문들의 지지보다 좌편향적인 신문들의 민주당 후보 지지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덜 미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좌편향적인 신문들의 공화당 후보 지지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의 키셉반도(Kitsap Peninsula)에 위치한 Bremerton시의 경우 키셉선(Kitsap Sun)이란 한 지방 신문사는 2009년 11월 치러진 지방직 공무원 선거에서 16명의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설을 자사 신문에 일괄 게재한 뒤 50%가 넘는 9명의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브라운 대학교 나이트 교수는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던 27개 신문이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는 미국 신문 발행인편집인 저널 자료를 근거로 “반대 후보를 지지했던 신문들의 오바마 후보 지지는 늘 민주당을 지지했던 신문으로부터의 지지보다 더 신뢰성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영향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9년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 현직 크리스 크리스티(Chris Christie) 주지사는 단 3개 신문의 지지를 받고도 권위지 뉴욕타임즈 등 3개 언론사의 지지를 받은 크리스 데이지트(Chris Daggett)후보와 16개의 신문사로부터 지지를 획득한 또다른 후보를 제치고 주지사에 당선돼 신문사의 지지선언이 후보당선과 반드시 일치되지 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신문의 선거 입후보자 지지선언제도는 대통령선거나 주지사 선거 등 규모가 큰 전국 또는 전 주 단위의 선거보다는 시장이나 주.시의회 같은 지방선거에서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11개의 캘리포니아주 신문들이 1948년에서 1964년까지 했던 지지선언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8) 전국 및 주 단위의 지지선언보다 소지역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선언이 투표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유권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소스들이 별로 없을 때 신문의 지지가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아넨버그 공공정책센터(Annenberg public policy center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가 행한 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과 공화당 밥 돌 후보가 격돌한 1996년 대통령선거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이 구독하는 신문이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 지 잘 몰랐다고 한다.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는 신문 독자 중 11%가 그들 신문이 밥 돌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고 14%는 신문이 아무도 지지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으며 돌 지지 신문 독자 중 1/3가량은 자신들의 신문이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다. 이 데이터는 전국 단위 선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음을 나타내준다.
또 다른 여론조사는 구독 신문이 누구를 지지했는 지 알고 있는 독자들 중 1%가 지지선언이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답했고 10%는 그들의 선거 결정에서 다소간 역할을 했다고 답했지만 정작 긍정적인 답변을 한 11%의 독자들 가운데 1/4은 잘못된 지지선언 결과를 알고 있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아이오와주 에임스(Ames)시에 있는 데일리 트리뷴 편집자 미첼 가트너(Michael Gartner)는 “선거의 규모가 클수록 지지선언의 영향력은 작다, 그러나 지역선거에서는 사설을 작성하는 편집자가 후보자와 대화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코네티컷 포스트(the Connecticut Post)지의 사설 저자도 후보지지가 박빙승부, 다수 후보간 박빙승부가 예상되고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투표자가 많은 때 후보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넨버그 센터의 캐슬린 홀 제이미슨 이사는 지난 2000년 집필한 저서 『Everything you think you know about Politics and Why you're wrong』에서 “사설의 직접적인 효과는 찾기에 충분할 만큼 중요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신문 지지선언의 효과는 주로 후보자가 후원하는 그들에 대한 광고를 통해 나타난다.”고 밝혔다. 특정 신문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이 그 자체로 영향력을 발휘한다기 보다는 후보자나 후보자 선거 캠프가 사설 내용을 인용한 광고를 통해 선거운동에 나설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제도는 미국 정치사에서 후보자에 대한 정보공개, 또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방편으로 기능해 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 갈 때 누구를 지지해야할 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는 매체의 홍수라 할 만큼 각종 매체가 넘쳐나고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마음만 먹으면 매체에서든 인터넷 공간에서든 손쉽게 선거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투표에 임박해서야 선거정보를 찾게 되는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바로 이때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매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문이다.
전술한 것 처럼 신문사설이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계량해내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전국적인 선거보다는 중소 규모 선거일수록, 진보성향 언론사가 보수 후보를 보수성향 언론사가 진보 후보를 지지할 때, 이슈가 적은 선거일수록, 중립적인 성향의 독자일수록 신문의 후보자 지지선언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반대로 후보지지선언을 해야하는 신문사 입장에서는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결정 절차를 지휘 또는 주도하는 발행인과 편집인, 편집위원회의 성향과 전통적인 신문사의 경향성(보수나 진보)이 선거의 종류를 불문하고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후보자 자질이나 유권자 지지는 선거 때마다 달라지는 결정 과정의 변수에 불과하다.
(4)후보자 지지선언이 선거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은?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부에 이은 제 4부로 불릴 정도로 근현대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해 왔다. 그늘진 곳을 들춰내 보도하고 권력의 부당한 권한 남용을 감시하는 기능,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언론이 행사하는 권한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보호돼 온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언론이 행하는 보도의 내용을 두고 권력기관이 나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어도 민주국가에서는 일종의 금기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신문사들이 선거에 앞서 내보내는 지지선언 사설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도 외부로부터 사설을 내보내는 과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청탁할 수 없다. 오로지 언론사 자체의 기사 생산 메커니즘과 자정기능에 따라 작성 보도되는 것이다.
미국 각 주에서 인쇄되고 있는 수 많은 신문사는 저마다 다른 역사와 규모, 역량, 정치적 경향성을 가졌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나오는 각 신문의 지지선언이 모두 객관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후보 쪽으로 경도되거나 신문사 사주나 편집국장의 입김에 좌우되는 등 주관적으로 치우치거나 자격을 갖춘 적임자를 지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의 유력지로 손 꼽히는 뉴욕 타임즈나 시카고 트리뷴, LA 타임즈 조차도 진보성향인 뉴욕 타임즈는 진보후보를 지지하는 횟수가 많고 시카고 트리뷴이나 LA 타임즈는 오로지 보수 성향 후보만 지지하는 오랜 자사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애초부터 신문사들이 선거 때마다 내놓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선언을 유권자들이 따라도 괜찮을 정도로 객관성을 갖춘 견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사설을 읽는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정치적 식견을 갖춘 사람들은 사설의 내용을 분별해서 수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유권자들은 사설 내용에 따라 선택의 향방이 오락가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지선언이 선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디어의 편향성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공직을 위해 실력이 낮은 적임자가 아닌 후보를 선택하는 잘못된 선택을 이끌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브라운 대학교 연구팀이 “민주주의에서 언론 역할에 대한 핵심적 의문이 유권자들이 과연 언론의 편향성을 걸러낼 만큼 충분히 영리한가?” 그리고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할 때 오도된 보도에 대한 의존을 스스로 줄일 수 있는가?”란 의문을 던지는 것도 지지선언의 편향성을 인정하는 것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 미디어에서 정보를 찾으려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 경도됐다는 것을 아는 소스로부터 정보를 깎아내려는 속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디어의 판로는 정치적 동기가 아닌 이익 동기에 의해 좌우된다. 다시 말해서 뉴욕 타임즈가 진보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겉으로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진보성향 독자들을 겨냥하는 그리고 그들의 회사 이미지를 흩트리지 않으려는 이익동기가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문사의 지지선언으로 인한 편향은 미디어 소비자의 선호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그들의 신념을 더 확고히 해주는 특정 뉴스를 소비하기를 선호한다고 가정할 때, 경쟁은 신문들이 이데올로기적 극단으로 이동함으로써 그들 자신을 차별화하도록 강요한다. 소비자들이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를 선호한다할 지라도 독자들이 정보소스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그러한 기사를 이용한다면 편향성은 생겨나게 된다.
즉 정치적 편향성은 독자의 신념이 신문사의 지지선언에 영향받아 강화될 때 생겨나고 이는 투표결정에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전체 선거결과를 잘못된 방향으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5)중립을 지키는 신문사들
지난 2000년 미국 신문 발행인편집인 잡지가 전국적으로 20만부 이상의 부수를 가진 신문사의 96%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 신문의 70%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미국 최대 신문인 유에스에이 투에이(USA Today)와 월 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끝까지 선거중립을 고수하고 있는 대표적 신문사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판매부수가 177만부 유에스에이 투데이 171만부로 미국내 1,2위 신문사로서 전국적 지명도와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 지지사설을 게재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어떤 선거에서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대 다수 신문사들이 사주의 영향력이나 입김에 좌우돼 지지선언의 대열에 동참하듯이 이들 신문사가 중립을 고수하는 것도 사주들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0여년 전 USA 투데이를 창간한 알렌 노이하스(Allen H. Neuharth)는 특정 후보지지는 신문의 품위를 떨어트린다는 신념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알렌 노이하스는 “지지행위는 여러분에게 모욕일 뿐 아니라 지지를 하는 신문의 정치취재는 옳든 그르든 독자들의 눈에 의심을 사게 된다”고 소속 직원들에게 밝혔다.
이 신문 편집 페이지 편집자 브라이언 갤러거(Brian Gallagher)역시 “편집위원회가 기능하는 많은 나라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하나의 옳은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편집위원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인구통계학적으로 어느 정도(인적구성이) 다양하다. 비록 우리가 후보 지지를 원했다 할 지라도 어느 후보를 지지할 지에 대해 편집위원회의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신문의 정치적 중립 유지에 대한 유에스에이 투데이 사주의 견해는 관련 분야의 바이블 처럼 각종 연구와 저술에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폴 지곳(Paul Gigot)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 페이지 편집자는 “특정후보 지지는 신문 사설란의 본래적 목적이 아니다. 신문 사설란의 본질적인 목적은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며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문이 지켜야 할 원칙이란 낮은 세금과 자유무역, 단호한 미국의 대외정책, 전 세계에 걸친 민주주의 가치의 증진 등 자유시장의 철학적 규정 아래 놓여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언론사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추구해야할 사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곳은(Gigot) “모든 정당의 정치인들은 이런 원칙들에 대한 그들의 선호에 따라 사설 페이지에서 칭찬을 받기도 하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며 정치권에 대한 비타협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월 스트리트저널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수입철강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혹독한 비판 기사를 내보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부시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수입 철강에 부과되던 관세를 철폐하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1년 6개월 동안 무려 12건의 사설로 부시를 공격했다.
월 스트리트저널지는 어떤 아이디어, 그리고 특정 후보가 그 아이디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지는 지를 사설에 반영할 뿐 후보자를 사설의 주제로 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비타협적 원칙을 굳게 견지하는 대표적 신문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언론에 영향받아 전통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해오던 언론사들이 과감하게 관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아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Atlanta Journal Constitution)은 2009년 11월 자사 신문에 게재한 “Is the newspaper political endorsement a thing of the past?”제하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했다.
“(전략-前略)....정치적인 지지를 없애기로 결정하는 대신 후보자들이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맟추기로 했다. 신문의 지지선언이 과거에는 중요했을 지 모르지만,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오늘날 사람들이 믿지 않는 (우리)신문의 ‘11번째 지지선언’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지 의문이다. 나는 신문 기자가 객관적일 것이란 생각이 과도하게 중요하게 평가됐고 신문의 지지사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를 밝혔다.
(6)newspaper endorsement를 둘러싼 찬반 논란
유에스에이 투데이를 비롯한 몇몇 신문사들은 불편부당을 신문사 운영의 큰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대다수 신문들은 유권자에게 선거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명분삼아 선거 때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지지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신문사들이 200년 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온 제도지만 지난 세기말부터 과연 신문사들이 후보자를 지지하는 관행을 계속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유권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통로라고는 오로지 신문과 라디오 뿐이었지만 정보,통신,언론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맞춤형 매체의 초기형태인 케이블TV가 채널만 누르면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쌍방향 IPTV시대로 접어 들었고 인터넷 이용이 전일화 돼 인터넷 신문과 블로깅, 트위터, 신문사의 인터넷뉴스 등을 통해 선거 뿐 아니라 어떤 정보라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매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시대적 상황 변화에 기인해 과거 유권자에게 선거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서의 긍정적 기능이 약화되고 유권자를 오도해 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제도시행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1)반대 입장
반대론자들은 반대의 주요한 이유로 신문이 객관성을 잃기 쉽고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와 유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인터넷이 발달해 누구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신문사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논거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근대적인 개념의 신문이 1800년대 후반에 창간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경우 1700년대부터 신문이 창간돼 활동해 왔다. 초기 미국의 신문들은 주로 정치뉴스를 비중있게 다뤘고 이것이 오늘날 후보자 지지선언제도의 뿌리가 됐다고 한다.
앤디 터커(Andie Tucker)콜럼비아 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부교수는 “신문의 주된 존재 이유는 정치뉴스를 공급하는 것이었고 신문들은 주로 정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을 뿐아니라 정당의 직원(당직자)을 신문사의 직원으로 뒀다”고 밝히는데 이는 초기 신문사와 정당의 관계가 어떠했는 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앤디 교수는 “객관적인 언론은 중립적인 뉴스를 다룰 것이라는 생각은 미국의 초기 언론사와 완전히 맞지 않고 후보자에 대한 지지는 편향된 저널리즘 시대의 흔적”이라며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 무용론을 펴고 있다.
같은 입장에서 24시간 뉴스채널 CNN의 해설편집자(CNN Managing Editor) 릭 스텐겔(Rick Stengel) 역시 “신문의 지지선언은 종종 정당들과 제휴했던 18, 19세기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신문의 신뢰성과 실용성이 떨어진 오늘날 독자들에게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저널리스트의 객관성은 의문시 된다”고 밝혔다. 18,9세기 행해지던 후보자 지지선언을 통해 특정 후보에 편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뢰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란 지적인 셈이다.
그는 “미국의 신생 메이저 신문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18년의 역사에서 결코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았고 NPR(National Public Radio)편집부장 미첼 레이시(Michael Lacey)는 신문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들을 일컬어 문화적으로 불필요하고 시민을 못살게 구는 사람(civic bullies)이라고 비판했다”고 인용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직 언론인 가운데 대표적인 지지선언 반대론자로 알려진 뉴욕 타임즈의 사설 페이지 편집자 게일 콜린스(Gail Collins)는 “사설 섹션에 정치와 관련된 글을 쓰도록 요구받았을 때 다른 사람이 쓰도록 놔 두고 자신은 친환경법이나 선거운동 재정개혁 같은 주제에 대한 분류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호언할 정도로 단호히 반대한다. 그는 “타임지가 독자들에 의해 불후의 권위지로서 우상화되거나 비난받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자사의 지지선언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굳이 신문의 지지선언제도를 앞장서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언론인과 시민들은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가 유용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측면이 있지만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할 때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누구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장차 미국의 주류 언론을 책임질 대학신문들은 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08년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왔던 버지니아대학(Virginia)교지 ‘Cavalier Daily’는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와의 단호한 결별을 선언했다. 다니엘 콜버트(Daniel Colbert)편집장은 “우리 신문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대신 공화당과 민주당에 소속된 학생들이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의 정책을 놓고 논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Virginia Tech’의 칼리지트 타임즈(Collegiate Times) 역시 후보지지에 대한 내부논쟁을 벌였지만 누구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Liberty University’의 리버티 챔피온지는 학생 다수가 매케인 지지로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대학교의 신문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지지하지 않기로 했으며 ‘James Madison’대학의 교지 The Breeze도 편집자간 합의가 불발되자 누구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찬성 입장
찬성론자들은 지지선언제도가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사회적 논쟁을 의식해 객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이 제도가 전국 규모 선거보다는 지방선거에서는 분명히 유용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올림피언지는 지난 2009년 12월 30일자 사설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는 신문의 시민에 대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Endorsements are part of newspaper's civic duty)를 통해 지지선언제도에 대해 강력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신문 발행인 죠지 매이슐리어(George le Masurier)는 자사의 후보자 지지선언에 대한 엇갈린 독자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현명하게 지지를 하자마자 특정후보 지지자들은 축하를 해주지만 다른 후보 지지자는 왜 그런 나쁜 짓을 할까 의심하고 또 지지를 하지 않으면 않는다고 독자들이 왜 당신네 신문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느냐고 전화를 걸어온다”. 후보지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이 워낙 차이가 나 고충이 적지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으로 신문산업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불붙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죠지 매이슐리어 발행인은 신문사가 전통적으로 해오고 있는 지지선언제도에 대해 강한 찬성입장을 밝혔다. 지역사회의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은 신문의 책무라는 것, 또 하나는 전국적 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은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토론의 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연중 매주 사설 칼럼에서 주 교통부가 어떻게 지역사회의 교통문제를 고쳐야 하는 지 시, 카운티 공무원들이 해야할 일, 독자들에게도 왜 그들이 자원봉사자 센터에 자원해야 하는 지 그리고 선거를 포함해 모든 것들에 대한 신문의 견해를 발표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리고, 후보지지선언에 대해서는 관심과 논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즉, 대통령선거와 연방의원선거 등 국가적 규모의 선거운동과 달리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그들을 마땅히 드러낼 장소나 수단이 없기 때문에 선거운동의 기회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죠지 매이슐리어 발행인은 “우리는 어떤 정보를 유권자들이 더 잘 알게 되고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고 가장 좋은 후보자를 투표하도록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비공식적인 포럼을 제공한다”. “우리는 후보자들과의 개별적인 만남과 인터뷰, 공공토론 시청, 다른 공동체 지도자들과의 연구, 이슈를 보도하는 우리 자신의 관점을 조합해 지지선언을 기초했으며 우리의 선택은 그 후보자가 다양한 이슈에서 시민들에게 얼마나 잘 봉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지지선언 절차를 신중하게 진행한다”고 주장한다.
칼럼니스트 프로마 해이럽(Froma Harrop)도 “키셉 선과(Kitsap Sun) 올림피언 등 후보지지선언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신문사들은 지지선언 전 반드시 후보자 인터뷰를 실시하고 자사 기자가 아닌 지역사회 이슈들을 다루는 신문사 직원과 편집위원회에서 일하기 위해 자원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지지선언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문사 내부 토론과정에는 많은 수의 기자들이 참여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는 발행인이나 편집인의 독단에 의해 후보자 지지선언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1981년 이후 실시된 뉴멕시코주의 시장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해 지지선언을 한 신문사의 발행인과 편집인을 대상으로 누구에 의해 지지결정이 이뤄지는 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신문사 발행인 독단에 의한 결정이 50%, 발행인과 편집인이 결정 29%, 편집위원실 14%, 편집인 독자 결정 7%의 확률로 조사돼 발행인과 편집인이 갖는 의사결정권한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1978년 전국의회 선거 전에 110명의 선거취재 정치부 기자와 99명의 논설 페이지 편집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9) 신문의 지지선언 결정을 위한 신문사 자체의 토론회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정치부 기자는 4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 관행의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내부의 의사결정 참여자와 메커니즘이 특정후보에 치우치거나 쏠려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7)부정적인 유권자들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양태로 벌어지고 있어 전통적인 이 제도에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시의 뉴스리더지는(News-Leader)는 2008년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자사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스프링필드 시민 100명에게 “누구를 지지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후보자 지지선언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입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 워터슨씨는(Harry Waterson) “나는 지지선언을 해야 한다는 쪽에 투표합니다. 나는 사설 저자가 지성적인 후보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고 게이 리씨는(Gaye Lee) “후보지지선언은 우리가 최종 투표를 선택할 때 어떤 총체적 정보 패키지의 한 부분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댄 프렌치씨는(Dan French) “미디어의 환경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후보나 정책에 대한 지지선언은 여전히 유용하다. 우리에게 당신들의 정제된 견해를 달라. 독자들은 그것을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론자들은 지지선언보다는 뉴스보도에 집중해달라고 요구했다.
애디 하워드씨는(Eddie Howard) “지지선언은 시민 생활과 대화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지지선언은 단지 너무 게을러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을 쉽게 만들어줄 뿐이다. 나는 당신에게 누구를 위해 투표할 지 말하지 않는다. 당신 역시 나에게 누구를 위해 투표할지 묻지 마라”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릭 내글러씨는(Eric Naegler) “지역 공동체를 움직이는 지역적 견해나 사설들은 환영이지만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선언은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뉴스보도에 치우침과 편견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는 반대이유를 밝혔다.
래이 굿달씨는(Ray Goodall) “지방이든 전국이든 후보자 지지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지지선언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보도하는 신문을 본다. 당신의 견해는 다른 사람들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견해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태도를 나타냈다.
(8)Newspaper Endorsement제도의 시사점
미국 신문사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 제도 시행의 제 1목적은 유권자나 자사 독자들에게 선거 특히 후보자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선거 1달 전부터 선거 1주일 전까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설을 집중적으로 싣기 때문에 선거정보 제공이란 측면에서 볼 때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해당 신문사가 치밀한 사전조사와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누군가를 지지해 선거 후 보도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신문사의 권위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해 신문사로서는 사전에 치밀한 조사를 거칠 수 밖에 없다. 비록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사실확인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제도가 자정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지선언 때문에 신문사가 일반 정치뉴스를 전달할 때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한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닌가란 우려까지 잠재울 수는 없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것 처럼, 신문사 발행인과 편집인은 지지후보 결정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최근들어서는 지지선언이 현직 공무원들에게 현격하게 기우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학계의 한 연구통계에 따르면 1940년 60%였던 신문들의 현직자 지지 경향이 지난 2002년에는 무려 90%까지 상승했다. 신문들이 재직 공무원 신분을 가진 후보자들을 주로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가 노출돼 있고 후보자 지지선언으로 인한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나친 현직 일변도의 지지 경향은 미국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정치엘리트의 원활한 공급루트를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신문의 큰 영향력을 업은 현직 후보에 가려 신진 후보나 정치 초년생들은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이 선택하도록 돕는 것 까지는 좋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 결과가 선거에 반영돼 적임이 아닌 후보자가 공직에 선출될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독특한 제도를 200여년 동안 시행해 온 미국 사회 내부에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될 뿐아니라 후보자 지지선언을 포기하는 언론사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점을 반증해주고 있다.
아울러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정치행위이다. 당락을 염두에 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미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정치행위이다. 그 이상의 정치행위가 없다. 그런 정치행위가 유권자나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준다는 이유로 혹은 절차적으로 정당하다는 항변 때문에 정치행위가 아닌 것으로 되지는 않는다. 미국 사회의 주류 언론사인 유에스에이 투데이나 월스트리트 저널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 역시 언론의 본령을 불편부당한 사실보도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굳이 지지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후보자와 관련된 공적정보가 공개되도록 하는 방법은 많다.후보자의 재산 추적이나 경력 확인보도, 특정 정책에 대한 후보자별 입장 차이 비교보도, 지역사회 발전 공약, 주요 정치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후보자의 정치적 식견이나 자질을 독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이점보다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언론계 내부에서 촉발돼 국민들 사이로 번져가고 있어 관행이란 이름 아래 행해져 온 신문의 후보자 지지선언제도는 이제 새로운 기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9)한국 언론과 Newspaper Endorsement
1)한국 언론의 선거보도
규모가 큰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가 치러지면 언론사들은 저마다 선거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취재인력을 보강, 선거 이슈에 대해 보다 많은 시간과 면을 할애해 선거기사를 양산해 낸다. 많은 선거정보를 유통시킴으로써 유권자나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는 것이 선거보도의 일반적 목적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는 미국과 같은 지지선언제도가 없다. 그래서 어떤 언론도 선거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언론사들은 재산과 학력, 경력 등 선거 입후보자의 신상과 일상적인 선거유세, 유권자 반응, 선거기획 등 다양한 종류의 기사들을 쏟아 내지만 형식적으로는 모두가 중립과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지향한다.
언론사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고 싶어도 감시의 눈초리 때문에 한 후보에 경도된 기사를 내보내기 어렵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보도 여부를 감시하고 시민단체와 각 후보자 캠프가 빠짐없이 모니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언론보도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는 언론사가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마다 특정 후보에 경도된 경우가 많다.
1997년과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터져 나온 이른바 병풍사건 즉, 병역비리의혹 사건과 2007년의 BBK투자자문 연루의혹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병풍사건은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 병무비리에 연루됐다는 내용으로 그 다음 대통령선거 때까지 무려 10년동안 지속된 사건이다.
발단은 결국 정치권에서 제공된다.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행정부는 물론 수많은 공공기관, 공기업, 국책은행 하다못해 시골마을의 통반장까지 장악할 수 있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승부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대통령 권력을 따내는데 사활을 건다. 당연히 정책대결보다는 소위 ‘한 건’으로 상대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겠다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유혹을 강력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부터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불과 수 십만표 차이에서 당락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당들은 대선시기 별도의 팀까지 꾸려 상대후보를 흠집낼 수 있는 각종 정보를 모으기에 혈안이 되고 정보수집팀으로는 온갖 공적-사적 정보가 집결된다. 이는 다시 믿을 수 있는 언론사로 흘러 들어가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언론사들의 경향성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병역브로커 김대업씨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수사가 본격화됐을 당시 모든 언론사는 싫든 좋든 보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앞다퉈 김씨와의 인터뷰를 추진하는 등 특종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선거 전 년 말에 불거져 선거 직전인 5월쯤 종료가 된다. 한편으로 상대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도 장수천 비리의혹 등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정치권이 의혹을 제기하면 언론이 이를 받아 확대재생산 하는 구도도 똑같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진보 후보를 진보 성향 언론들은 반대로 보수 후보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 폭로성 기사를 내보낸다. 한편으로는 특정 캠프와의 묵시적 교감하에 한편으로는 언론이 전가의 보도 처럼 휘두르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란 부담 때문에 누구도 언론을 제지할 수 없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비판보도들은 ‘네거티브’과 ‘검증’간 경계가 모호해 감시도 어렵다.
물론 정해진 원칙에 따라 정치권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 태도를 유지하는 언론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슈로부터 멀어질 경우 독자들의 외면을 당하기 십상이란 매체상업주의에서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만 없는 것이 언론계의 또다른 생리이다.
미국 언론이 특정 후보자 지지를 선언할 때 신문 발행인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처럼 한국 언론사들의 논조에도 언론사주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 언론사주는 회사 운영과 기자 인사, 대외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기사를 작성할 때 은연중 회사의 논조를 생각하게 된다는 일선 기자의 고백은 언론사 내부 권력이 사주에게 얼마나 집중돼 있는 지 보여준다.
사실 기자는 객관적 사실보도를 기사작성과 보도의 제 1원칙으로 교육받지만 실무에서는 원칙보다 소속 언론사의 전반적인 성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캐나다 언론학자 스티븐 J.A. 워드는 그의 저서에서10) “(보도의)객관성은 기대하기 힘든 이상이었다”고 지적하는 데 “언론인들은 상사를 기쁘게 하며 자신의 뉴스조직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사를 써야 하는 강력한 상업적 압력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공개적 지지와 암묵적 지지
미국의 신문은 선거 때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란 이름 아래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오랜 세월동안 이뤄져 온 관행이기 때문에 대부분 신문사들이 지지대열에 동참한다. 반면, 한국은 후보간 기계적 균형을 지향한다고 할 정도로 불편부당을 강조하지만 후보간 정치적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는 대통령선거에서는 암묵적인 형태의 지지를 보낸다.
언론사가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적 경향성에는(당파성) 큰 차이가 없다. 보수신문은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확률이 높고 진보지는 진보성향의 후보를 지지한다. 그리고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 즉, 후보지지선언이나 한국의 ‘검증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대선보도’나 국민들의 알권리를 목적으로 내세운다는 점이 비슷하다. 문제는 언론보도가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언론은 후보지지선언이 일반 정치보도 분야로 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비록 신문에 특정 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지라도 일반 정치뉴스는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일반기사의 객관성과 신문사의 후보자 선택을 명확하게 구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은 건국 초기부터 정치권과 발전의 역사를 같이해 오면서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래서 회사의 성향에 따라 한번 보수후보를 지지하면 계속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진보후보를 배척하거나 진보의 가치까지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오던 LA 타임즈나 시카고 트리뷴지가 이념적 성향이 다른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것은 이념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국가의 장래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의 관행, 그 뿌리가 오로지 선거의 승패에 동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역량이 토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와 언론 발전의 역사가 다른 한국에 미국의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식(Newspaper Endorsement) 선거보도의 틀을 대입시키는 데는 분명 무리가 있다. 한국 언론은 비록 불편부당을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지켜야할 최고 규범으로 여기고 있을 뿐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제도 시행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3맺는 말
결론적으로 대부분 신문사들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지지선언 사설을 내보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데 지지를 받은 후보자는 지지율이 대략 1~5% 증가한다. 오늘날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되고 있지만 1940년 이래 지지선언에 참여한 신문사는 크게 증가했고 통계적으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신문사들은 현직 후보자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 연구는 미국 신문이 적어도 선거를 비롯한 정치보도에서는 특정 정파에 편향될 수 밖에 없는 토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종 선거 때마다 유권자와 선거결과에 작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량들이 갖는 권위의 요체는 바로 ‘선거가 공정하게 실시됐는가’에 있다. 그러나, ‘지지선언’이 사회적 용인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은 이 제도가 미국 신문 태동기부터 관행적으로 행해져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페이퍼 엔도스먼트(Newspaper endorsement)를 한국적 언론관에 비춰 일방적인 편들기나 편파보도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후보를 편든다는 점에서 당파성을 띠고 있지만 한편으로 미국 언론이 뉴스보도에서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병행해 온 점은 평가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