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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요즘 자동차 업계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쉐보레 임팔라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간만에 쉐보레에서 제대로 된 신차를 내놓기도 했고,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보다 더 좋은 사양에 국내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하니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단 요즘 분위기 같아서는 차량자체의 품질과 함께 한국지엠의 공격적인 전략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국내에 쉐보레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키고도 오랜 기간 플래그쉽 자리를 뷰익의 라크로스인 알페온에 맡겼다. 알페온이 상품성이 뛰어나고, 좋은 차라는 것을 타본 사람은 안다. 하지만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집 다음으로 큰 재산이어서 단순히 상품성만 좋아서는 안되고, 인지도나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임팔라를 시승하고 나니 ‘이만하면 이번에는 제대로 경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두사미, 화려한 전면과 밋밋한 후면 시승차는 모두 3.6리터 세이프티팩과 파노라마 썬루프가 적용된 풀 옵션 차량이다. 그래서 전면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이더가 내장된 검은색 라디에이터 그릴과 20인치 휠이 적용됐다. 일단 첫인상은 굉장히 강하다. 카마로의 세단 버전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후드나 헤드램프, 등의 디테일이 매우 뚜렷하고, 강하게 다가온다.
20인치 알로이 휠은 크롬도 아닌데다 디자인상으로도 커 보이지 않아서 타이어 사이즈를 자세히 봐야 20인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5 LTZ부터는 외장에 크롬 패키지가 적용돼서 사이드미러 커버나 도어핸들 등이 모두 화려하게 꾸며져 고급스러움을 한껏 드러낸다.
반면 뒤에서는 디자인이 매우 심심하게 마무리된다. 디자인의 균형상 앞에서는 인상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뒤에서는 부드럽게 처리했다고 한다. 머리로 이해는 되는데, 가슴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특히 말리부 때도 그랬지만, 현대 쏘나타도 테일램프에 LED를 뺏다가 상품성개선 모델에서 뒤늦게 투입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LED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임팔라에는 미국에서도 LED 테일램프가 없어서 적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적용하려면 6개월 이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국지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폭이 좁은 건은 오히려 장점 전폭은 1,855mm로 동급 경쟁모델 대비 약간 좁고, 전장은 5,110mm로 현대 제네시스보다 길고 에쿠스의 5,160mm에 더 가깝다. 하지만 전폭이 좁고, 디자인 탓일까 크게 부담스러운 크기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실 대형세단은 전폭이 넓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승을 통해서 주차를 하거나, 차선이 좁은 골목에서 주행 시 매우 편리하다는 부분 때문에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느껴졌다.
실내는 여유롭지만, 고급스럽지는 않아 시승차들의 실내는 전부 모하비 투 톤으로 꾸며졌다. 처음 보면 새롭고, 좋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인테리어에 색상까지 투 톤이니 정신이 없어서, 블랙이 무난하고 더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트에 앉았을 때의 착좌감은 무난한 편이다. 스티어링 휠의 파지감도 좋다.
센터페시아는 버튼들이 그룹별로 잘 나뉘어져 있어서 조작하기도 편하다. 그런데 대시보드까지 이어지는 크롬이나 플라스틱 내장제는 오히려 디자인을 복잡하게 만들고 고급스럽지도 못하다. 특히 조수석에 탑승했을 때는 햇빛이 종종 반사돼 매우 불편했다. 인스투르먼트 패널 상단부에는 우드를 사용했는데, 마감을 통일을 하던지 그냥 빼는 것이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뒷좌석 공간은 앞좌석 시트를 어지간히 뒤로 빼더라도 정말 넓다. 레그룸은 매우 넉넉하고 헤드룸도 무난하다. 시트는 평평해서 성인 3명이 탑승해도 좁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시트가 평평하고 푹신하지는 않아서 경쟁모델처럼 안락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임팔라는 국내 시장에 도입되면서 뒷좌석 암레스트에 멀티미디어 조작버튼과 컵홀더를 추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쉐보레 차량과 마찬가지로 암레스트가 너무 짧아서 손목이 뜬다. 또 열선버튼은 암레스트에 배치돼 있어 열신을 작동시키려면 암레스트를 반드시 펼쳐야 한다. 뒷좌석 내부 도어 핸들의 깊이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너무 얕고 두께도 얇다. 여닫을 때 불편하기도 하고, 감성적으로도 뭔가 어색하다.
트렁크는 압도적으로 광활하다. 535리터로 그랜저의 454리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넓다. 이 넓은 트렁크는 골프백을 4개나 적재하고도 보스턴 백 4개를 더 적재할 수 있다. 또 트렁크 하단에는 요즘 보기 드문 템퍼러리 타이어가 숨어있다.
꾸준한 가속성능, 정숙성과 연비는 'Good'여수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시승구간은 남해까지 달리는 첫 번째 고속도로와 두 번째 국도로 나뉘는데 기자가 시승할 구간은 고속도로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캐딜락 XTS와 동일한 3.5리터 V6엔진은 역시 엔진음부터가 남다르다. 출발은 가볍고 부드럽다. 그런데 변속기 반응은 여전히 튀면서 약간의 충격이 살아있다. 아주 부드럽게 다뤄줘야 할 것만 같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더 가속페달을 더 깊이 밟자 꾸준하게 속도회전계의 바늘이 꺾인다. 그런데 스포츠세단처럼 폭발적인 가속감은 아니다. 스펙만 보면, 3.6리터 엔진의 최고출력은 309마력, 최대토크는 36.5kg.m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지만, 이 차량은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여유롭게 타는 대형 패밀리 세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폭이 넓지 않아서 차선을 유지하는 데는 매우 편리하다. 다만 사이드미러가 생각보다 작은데, 이로 인해 생기는 사각지대는 후측방 경고시스템이 처리해주니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위화감 없이 잘 작동하지만, 현대차처럼 과속카메라의 제한속도에 맞춰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은 없다.
노면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수준은 경쟁모델인 아슬란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조용했다. 전면과 앞좌석에 소음저감 5mm 이중접합 유리가 사용됐고, 차음 유리, 2중 도어실링, 차체 하부 및 방음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까지 사용돼 정숙성만큼은 상당수준을 보였다.
제동성능은 무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전장이 5.1미터를 넘지만, 고속주행 시 코너링 성능은 꽤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알페온보다 부드럽다. 굳이 비교하자면, 그랜저와 알페온의 중간쯤 되는 듯하다. 고속도로의 연비는 리터당 11~12km 수준.
대형세단=고급세단 공식을 깨다.임팔라는 그 동안 국내에서 현대-기아차가 만들어 놓은 ‘대형세단=고급세단’의 공식을 깨는 모델이다. 지엠은 현대차와 달리 캐딜락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임팔라가 아무리 쉐보레의 플래그쉽 세단이라고 해도 마감이나 감성적인 면에 있어서 고급스러움에 대한 한계는 명확하다.
또 경쟁모델에 있는 어라운드 뷰나 전방주차센서, 오토홀드, 스마트 트렁크 같은 화려한 옵션은 없다. 물론 임팔라에도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나 첨단 안전사양이 있긴 하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경쟁모델보다 뛰어나다고 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임팔라 뒷좌석에는 쏘나타에 있는 커튼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임팔라는 담백하고, 알뜰하게 누릴 수 있는 대형세단이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차량이지만, 거추장스럽고 화려한 옵션을 빼서 가격은 확 낮췄다. 현대 그랜저나 아슬란, 기아 K7, 르노삼성 SM7 등과 비교해서도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고, 크라이슬러 300C나 포드 토러스 등의 수입차와는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압도적이다. 가족의 안전을 생각하고, 말리부의 성능에 좀 더 여유로운 차량을 원한다면, 그 다음은 임팔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