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수, 노래를 부르다 못해 '여수 밤바다'까지 링크를 걸어놓고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첫 여행!!!
여수 오동도 향일암을 "마침내" 다녀왔습니다. '진인사대천명', '시작이 반' 뭐 이런 말들이 머리 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지만, 제가 맨 먼저 할 일은 첫 여행을 빛내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큰절입니다. 넙쭉!
"평생 복많이 받으십시오."
물이 곱네, 꽃이 예쁘네, 경치가 예술이네 해도 여행지의 회상은 단연 '먹는 것'입니다.
여수 도착하자마자 삼학집 '서대회무침과 갈치구이' 먹어주시고, 저녁엔 솔잎횟집 쥔장이 직접 잡은 '자연산 세꼬시' 드셔주시고, 다음날 점심은 두꺼비집의 밥도둑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으로 마무리해주십니다. 아침에 먹은 종점모텔횟집의 '해물된장찌개'는 평범했던지라 사진 생략합니다.
이 중 단연 인기폭발은 두꺼비집의 게장이었습니다. 밥도둑이라는 명성답게 '공기밥 추가!' '게장 리필'이 속출했습니다. 역시 음식은 가격순이 아닌가 봅니다. 우리의 식사 중 가장 저렴했지만(?) 인기는 가장 좋았습니다. 이쯤해서, 기억해두면 유익한 두꺼비집의 비밀 한 가지! 메뉴판 어디를 훑어봐도 리필 된다는 글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달라고 하면 리필해줍니다. 그리고 간장, 양념 게장과 함께 조기매운탕이 이 집 고정 메뉴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돌게를 넣고 끓인 맑은매운탕이 대신 나오더군요. 주인에게 물어보니 조기를 경매 받지 못해 잠시 대체 메뉴가 나간 거랍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 즉, 겉과 속이 다르다는 고사인데 오동도의 유래를 듣고는 괜스레 양두구육이 생각났습니다. 섬 이름은 오동나무인데 섬에 가득한 것은 동백나무라! 예전 이 섬에는 실제로 오동나무가 가득해서 오동도라 불렸는데 오동나무에 봉황이 자주 날아와 앉자 이곳에 왕기가 서릴 것을 염려한 고려말 신돈이 모두 베어버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후 빈자리에 동백나무가 자생을 해서 동백이 가득한 오동섬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동백의 느낌은 '처연'합니다. 이 지역 사투리로는 '짠하다'고나 할까요? 꽃의 색깔은 장미처럼 붉고 화사하지만 장미처럼 꽃잎을 활짝, 온 나무에 가득 피었다가 한꺼번에 져버리는 꽃이 아닙니다. 웃음에 비유하자면 적당히 입을 벌려 수줍게 웃다가 송이째 툭 떨어져 차곡차곡 온 바닥을 붉게 물들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어느 시인은 지는 동백을 사무라이의 목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동백송이가 깔린 바닥은 왠지 일본 전국시대의 어느 전쟁터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에서는 '울다 지쳐 빨갛게 멍이 들었다'고도 하고 송창식은 '선운사'에서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이라고도 했습니다.
오동도에는 시누대(산죽)가 양쪽에서 머리를 모아 터널을 이룬 산책로가 있는데, 이곳이 포토 포인트입니다. 시누대는 대가 가늘고 마디가 매끈해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바다를 응시하는 저 바위는 먹잇감을 보고 막 날아오르려는 사나운 매를 닮았습니다.
폐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철로 자전거)도 기억에 남을 만합니다. 전국에 10군데가 넘는 레일바이크가 있지만 여수레일바이크는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새로 개장한 곳이라 자전거가 튼튼하고 폐달 젓기도 수월합니다. 알아두면 편리한 팁 하나! 인터넷 예약을 하고 안하고는 천지차이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현장에 와보면 압니다.
재미있게 잘 탔는데 별안간 톰소여의 모험이 생각나네요. 힘든 페인트 칠을 친구들에게 대신 시키면서 돈도 버는 꾀돌이 톰소여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것이 레일바이크가 아닐까요?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시내에서 만성리해변 쪽으로 가야하는데 이때 마래터널을 지나서 갑니다. 터널 내부는 왕복 1차선이므로 반대편 차선에서 차가 올 경우 대기공간을 활용해야 합니다(아래 그림).
길이 640미터 터널에 이런 대기공간이 중간중간 5개가 있어서 신호등 없이도 왕복 차량들이 자율적으로 소통하게 됩니다. 문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암묵적인 규율을 어기게 되면 터널 전체가 꼬인 실타래가 되고 마는데, 아니나다를까 우리가 갔을 때 그 상황이 오고 말았습니다. 양편 차량들이 뒤섞여 오도가도 못하게 되고 교통경찰이 출동해서야 비로소 꼬인 실타래가 풀렸습니다.
터널 내부에 갇힌 채 투덜투덜대다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터널을 2차선으로 확장하지 않을까?' 교통 수요를 조절하기보다는 도로확장을 예사로 하는 우리나라 교통정책과는 뭔가 아귀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 터널이 혹시 문화재?'
그렇습니다! 마래터널은 일제강점기에 순
전히 인력(정과 쇠망치)만으로 뚫은 암반터널로서 등록문화재 제116호로 관리되고 있어서 문화재청의 허락 없이는 변형을 하지 못합니다.
조금만 불편하다 싶으면 예사로 도로확장을 하는 '토목만능주의' 대한민국에 이런 불편한(?) 명물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육지와 돌산도 사이에 동그랗게 생긴 작은 섬 하나가 있습니다. 섬은 작아도 이름은 거창합니다. 그 이름 '장군도'.
조선초 수군절도사 이량 장군이 왜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수중성을 쌓은 이후 장군도가 됐다고 하는데 관련 유적이 아직도 섬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 섬에 들어가서 눈높이로 돌산대교와 여수항을 바라보는 것이 또 다른 조망 포인트라고 해서 상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배는 옆에 적힌 전화번호로 부르면 그때 운항한다고 하길래 연락을 했습니다. "16명, 장군도 들어가려고요!"
"배 고치느라 조선소에 들어와서 오늘 운항을 못허는데… 아따, 오던 날이 장날이네요 잉!"
'너무 하십니다. 장군!'
돌산대교 야경은 여느 야경과는 좀 다릅니다. 바다와 도시, 거기에 섬(장군도)까지 어우러져 재료가 다채롭다는 것 외에도, 이 모든 것들을 멀리 놓고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모아 놓고 둘러본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여수 구경의 절반'이란 말은 과장인 듯하지만 잊지 못할 야경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실제 풍경보다 사진이 더 아름답다는 점! (청송 주산지에서도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숙소 '굴전여가캠핑장'은 캠핑카 자리 28곳, 캐라반 10대, 펜션 3실 규모의 조그맣고 예쁜 시설입니다. 우리는 펜션 2실을 먼저 확보하고 여행 출발 전날까지도 호시탐탐 캐라반을 노렸지만 주말 캐라반은 이미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난 채 아무도 예약취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비행 님께 캐라반을 안겨 드리지 못한 점이 이번 여행의 '옥의 티'입니다.
캠핑장은 굴 양식으로 유명한 '굴전'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수엑스포에 대비하여 작년에 개장하였고 현재는 여수 mbc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 주소(http://camping.ysmbc.co.kr)에는 인기 많았던(?)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이니셜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말 예약은 쉽지가 않지만 아직은 비수기라서인지 주중 예약은 여유가 있습니다.
캠핑장 앞쪽에서 바라본 '이등변삼각산'과 바다에 비친 산 그림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새벽 5시도 안 돼서 일어났습니다. 회원 한 분이 '모두를 위해 내가 희생하겠다(?)'며 숙소에 남았고 나머지 모두는 '유명한' 향일암 일출을 보겠다고 어둠 속을 달려왔습니다. 오늘 해뜨는 시각은 6시 37분. 그보다 20분 전, 이미 여명은 밝아올랐고 바다에 잔뜩 낀 안개로 인해 오늘은 해돋이를 보기 힘들겠다고 낙담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비비안리의 말씀을 위안 삼아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관에 문 열자마자(9시) 들어갔습니다. 시골 과학관이라고 무시할 게 아닙디다. 작년 여수엑스포의 최고 인기 시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도 없는 바다거북도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형 터치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머리 위의 천장 수족관에서 저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던 홍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 삼합… 꼴깍!'
수산시장에 들렀다가 오늘의 마지막 일정 '진남관'에 들렀습니다.
정면 15칸, 측면 5칸의 우리나라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로서 지금은 여수에서 유일한 국보(제304호)이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어이없게도 여수공립보통학교로 이용됐다고 합니다.
진남관은 전라좌수영 객사라는 역사성과 웅장한 규모로 주목받는 유적이지만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문화재를 살피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주춧돌의 요철을 그대로 살려 기둥나무의 단면을 얹은 건축 양식이 삼척 죽서루를 생각나게 합니다.
진남관(鎭南館)은 남적, 즉 왜구를 진압한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뉴스를 접하자면 오늘날에도 진남의 필요성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게장 점심을 맛나게 먹고, 대구로 돌아가는 딤플 님도 환송하고, 우등 좌석을 뒤로 제끼고 고이 잠든 채 상경길에 올랐습니다. 버스전용차선 덕을 톡톡이 보며 5시간 만에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할 일은?
여행 후기 올리고, 다음 달 여행 일정 계획하고, 카페 배경음악(여수 밤바다) 교체하고… 또 뭐가 있더라?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많이 신청해주세요. 이번 달에 아버님 생신이라고 못 가신 분들, 다음 달엔 어머님 생신이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2013. 03. 16. ~ 17.
<한장 스케줄>
첫댓글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당..앙~~~저 게장 완전 조아하는뎅~~쥔짜 맛나겠어용!!!...ㅋㅋ
졸려서 2탄은 담으로?!ㅋㅋㅋ...
저두 졸려서 나머진 낼 읽어야지^^
꽃게장이 아니라 돌게장이래요.
아웅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간장게장 이었구만
근데 간장게장을 못먹었네 ㅠㅠ
왠지 사람들이 카스에 여수 사진 올렸더니 간장게장 먹었냐고 물어보더라구 ㅋㅋㅋ
다른건 기억에 남지않고 맛난 음식만 기억에 남네요 ㅎㅎ
앞으로도 맛있는 건 뒤에 배치 ㅎㅎ
정말 즐거운 표정들이 사진에 가득하네요~
참석못한 카페회원들을 위해서 자세하고
재미있는 후기들을 올려주세요~
보고 읽는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네요~ㅎ
완본 올렸습니다. 정화가 되신다면 영광입니다. ^^
게장도 맜있었고, 서대회도 맜있었지만
단연 최고는 자연산 새꼬시에 소주 한잔 캬~~~~~
직인다
싸구려(?) 연태고량도 괜찮았는데 ㅎㅎ
여수간장게장을 보니 아침먹으러 가서 안주좋다며
소주잔치를 벌렸던 지도교수님이 생각나네요~~
첫여행 축하드립니다!!
다음 달 안동에서 소주잔치 벌입시다. ^^
여행후기 쓰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읽어보니 직접 다닐때와는 달리 새삼 가슴에 여행의 기쁨과 소감이 절로 솟구치네요
다음 달 안동 기대할께요^^
아, 또 잠은 다 잤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면 안동 계획도 알차야겠지요? ^^
개략 계획표는 내일 올리겠습니다.
멋지네요! 다음코스는 언제 어디로 가나요?
4월 20~21일 안동권으로 갑니다. 고택 예약 문제로 코스가 미정입니다. @@ 오실 거죠?
안동 여행도 너무 기대되요
뭐 맛있는거 먹을까? ㅎㅎㅎ
쪼끔 팁을 드릴까? ^^
경북 북부에서는 일단 소갈비살 좀 먹어줘야 하고, 다들 아시는 간고등어도 잘 하는 집은 꽤 맛있고요, 예천을 들른다면 경상도답지(?) 않게 맛있는 음식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영주로 간다면 '진짜' 육개장을 맛볼 수 있습니다. 기대되죠? ^.^
제가 딤플님 얼굴을 완벽하게 가렸습니다.. ㅋ (레일바이크 제 뒤에 앉으신 분이 딤플님)
후기가 완성되니 제대로 맛이 나네요.
가이드^^님 고생 많으셨고 덕분에 좋은 여행 다녀왔습니다.. 안동에서 뵙죠^^
예, 꾸뻑.
(비행 님께는 별도의 말이 필요 없음 ^^)
비행님도 혹시 덴마크??
얼굴 확실하게 가렸네요..^^
후기가 여행잡지 같아요 ^^ 2차 여행이 기대되네요 ㅎㅎ
여행지라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2차 여행도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더 이상 적을 게 필요없을 정도로 후기를 참 잘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여행을 위한 제안 1가지.. 밤에 자는 잠자리 문제인데요.. 비용 측면에서 모든 가족 단위로 방을 하나씩 할 순 없겠지만.. 가급적 방을 늘려서 코파와 비코파로 나눠주심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게 옥에 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당!)
딤플 님을 어디서 재우나? ㅠㅠ
1년후되면 적응할겁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감상하고요...,준비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4월 안동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 잠그신것 같네요. 앞으로도 성공적인 여행 계획 계속 이루어지고 많은 참여자가 있기를. 제가 추천한 간장 게장집 맘에 드셨다니 흐믓.. 저는 이제 매인 몸이니 블로그상에서나마 여행함께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