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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보려고 마음먹었으나 머나먼 메가박스에서만 상영했던 탓에 시기를 놓치고 말았던 지브리 스튜디오 최신작, <가구야공주 이야기>입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애니메이션 부문에도 이름을 올리며 지브리의 건재함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죠. 지금까지의 그 어떤 지브리 영화와도 차별화된 그림체 덕에 더욱 눈에 들어왔던 것도 있었지만요.
대나무숲에서 죽순을 캐던 노부부에게 어느 날 기적이 찾아옵니다. 매일같이 쳐내던 죽순 안에서 갓난아이가 발견된 것이죠. 예전부터 아이가 없어 슬퍼하던 노부부는 하늘이 내려 준 그 아이를 애지중지 키우고, 아이는 대나무처럼 쑥쑥 자랍니다. 아이를 누구보다 고귀한 아가씨로 키우려던 노부부는 사랑과 정성으로 그들의 '공주'를 보필하지만, 그들의 지나친 애정과 관심은 간섭으로 번져 공주의 숨통을 죄어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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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전래동화적 성격이 매우 다분한, 전형적인 '옛날 옛적에-' 이야기입니다. 신랑감 후보들에게 보물을 하나씩 찾아오게 하거나 대나무 밑동에서 금더미를 발견하는 등 액션 어드벤쳐 형태의 고전이 지닐 법한 설정들로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죠. 수묵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체는 플롯과 어우러지며 극의 매력을 더합니다.
영화는 '고귀한 아가씨'를 강요당하며 자신이 원했던 미래를 서서히 잃어 가는 공주의 내적, 외적 갈등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공주의 행복을 바라고 노래하지만, 정작 공주는 새장에 갇힌 새처럼 조여 오는 압박감에 시달리죠. 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주변인들의 실망과 아픔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죄책감까지 떠안은 공주의 고통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조금은 성급했다고 느껴진 결말, 공주의 아버지와 스테마루를 비롯한 몇몇 조연들의 아쉬운 깊이와 활용도 등 부족했다고 느꼈던 구석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화 자체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고양이의 보은>과도 연결지을 수 있었던 주제의식 등 이래저래 따져본 흥밋거리들은 그를 덮고도 남을 수준이었죠. 여러모로 지브리의 색이 가장 덜했던 지브리 영화였던 건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고유의 2D 애니메이션 미학과 기법을 토대로 오랜 시간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리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외시적 표현을 중심으로 관객의 의식을 몰입시키고 이끌어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관객 스스로 작품을 고찰하고 해석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함축적 표현을 주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의미작용 체계가 지니고 있는 특징에 대한 분석은 궁극적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서 나타나는 미학적 특징과 가치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관객에 의해 어떻게 수용이 되는 가에 대한 것으로써 결국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리얼리티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방법론적으로 ‘거리두기’, ‘대응적 신화’, ‘애니미즘’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보이는 함축적 표현의 형식과 배경적 특징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외시의미’와 ‘함축의미’의 의미작용 체계를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감독과 애니메이터가 추구하는 의미작용 체계에 따라서 각각의 작품에서 보이는 소통과 미학적 표현의 경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디즈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신화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명확하고 구체화된 캐릭터의 전형성을 토대로 외시적 표현과 직접적 소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의시적 의미작용의 경향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학에 접근하는 한 갈래의 연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구야 공주는 달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있지만 지구에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이다. 희노애락, 고통도 슬픔도 없는 달이라는 세계에서 남 부럽지 않을 고귀한 존재로 자라오던 가구야 공주는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달의 날개 옷을 입으면 지구에서 겪었던 모든 기억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부르던 노래를 거문고로 연주하며 눈물 흘리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가구야 공주는 남몰래 지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러한 그녀의 마음은 결국 지구로 내려가게 되는 벌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구에 내려온 그녀는 대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부부에 의해 자라게 된다. 시시각각 빠르게 자라나는 그녀는 대나무순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또래 아이들과 행복하게 소통하며 자라나던 그녀는 무척 행복했지만, 아버지는 그녀를 아름답고 고귀한 공주님으로 키워 지체 높은 집안으로 시집 보내는 것이야 말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빛나는 대나무 속에서 나온 황금과 비단 옷들을 보며 그녀의 아버지는 그 마음을 굳히고, 마침내 수도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짓고 그 곳에서 공주를 고귀한 여성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러한 생활은 전혀 행복도, 축복도 아니었다. 꽃, 벌레, 짐승들과 자유롭게 살고 흙에서 뒹굴며 자유롭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답답한 교육은 폭력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일본문학의 뿌리와 같은 작품이다. 설화이지만 구전이 아니라 기록되어 존재하기에 문학적 가치는 대단히 높다. 하지만 언제 완성됐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누가 썼는지도 알 수 없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장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봐야할 작품”이라며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를 꿈꾸었다. 그리고 고희가 된 2005년 제작을 시작해 7년 뒤 2013년 가을에 마침내 완성을 본다.
고대문학
원작 다케토리 이야기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28111&cid=43002&categoryId=43002
첫댓글 갈길이 먼데......학교에 안오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