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서 차문화 전시회를 운영하신다는 것을 듣고 박람회에 가보았다
평소 그러한 박람회를 막연하게 가면 좋지 라고는 생각했었는데
보통 내 또래에서는 박람회같은곳에 많이 가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서 단체로 간 것 빼면 혼자가는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목요일에 교수님의 추천이라는 명분을 받자마자 공강인 금요일날에 바로 가 보았다.
혼자 갔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라서 그저 돌아다니기만 했다. 대학생도 의외로 많아서 교수님 계신곳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모두 똑같은 a4용지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다니는것을 보아 우리학교는 아닌것같아 혼자 쓸쓸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차를 부스마다 마실 수 있게 해준다는것은 알고 있지만 이러한 박람회가 익숙치 않아서 한시간가량 사람구경도 할 겸 돌아다녔는데
녹차 부스를 운영하시는 한 분이 "학생 차좀 마시고 갈래요?" 이렇게 말씀하셔서 바로 앉아서 녹차를 얻어마셨다

한 20분동안 녹차에 대해서도 들었는데 내가 마신것은 덖음녹차라고 말씀하셨다.
다도에 대해 24살이 되서야 처음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른이랑 차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라서
너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주도(酒道)에 따라서 애매하게 차를 돌려 마시니까 그것도 영 이상해서 한번 여쭤봤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여쭤본 것은 다도에 대해서 몇가지 여쭤봤었는데
일단은 막연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차는 술처럼 뒤로 돌아서 마시는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 다음주 수업때 배울 수 있었지만 차는 향을 충분히 음미한 다음 2~3번에 걸쳐 마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하기야 대학생이 술만 마실 줄 알지 차를 언제 마셔봤겠는가..ㅠㅠ
저 다구 이름을 메모하느라 까먹었는데 녹차를 티백으로밖에 접하지 못한 내 눈엔 엄청 고급져보였다.
또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차는 2~3번 우려도 똑같은 것이 나와야 좋은 차라고 했었는데
보통은 두번째 우린 차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여쭤봤더니
그거는 중국에서 야외에 차를 말려놓는데 먼지와 안좋은것들이 들러붙어서
처음 우린 차는 먼지와 안좋은 것들을 씻어내고 버린 다음 두번째부터 우리는 차를 대접한 것에서 그러한 상식이 나왔다고 들었다.
잘 만든 차는 처음 우려도 맛있고 몸에 좋으니 괜찮다고 말씀하셔서 맛있게 마셨다.
한 부스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오랫동안 차만 얻어마시는게 실례인것 같아서 인사를 드리고 이동을 했다.
그때까지도 교수님 계신곳을 몰라 상황실? 같은곳에 교수님 계신곳을 여쭤보니 "예지원" 이라는데를 알려주셨다
하지만 지도에 "AAAA예다원" 이라는 곳은 있고 예지원은 없어서 잘못말씀하셨겠지 하고 그 주위를 몇바퀴나
구경하는척 하면서 교수님을 찾았는데 안보이셔서... 그냥 구경만 하다가 가려고 했다.
그래도 내내 찾아다닌게 조금은 아까워서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단일부스가 아니어서 내가 못찾았던 것이었다...
저..저기 차좀 마..마시고 갈 수....
예??
부스에 내 또래는 없고 선생님들만 계셔서,
또 이런 박람회에서는 공짜로 얻어마신다고 생각을 해서 말을 엄청 조심스럽게 드렸더니
엄청 소심해졌다. 나혼자가지 말걸
다행히 말이 잘 전달 된 이후로는 엄청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또 떡도 있었는데 아침점심 안먹고 간 지라 꿀맛이었다

주신 차는 떡차였다. 찻잎을 쪄서 빚은다음 일정 기간정도 묵혀둔 다음 우려내 마신다는데
그 기간이 8년이라고 하셨다... 내가 24살이니까 이걸 처음 빚으실 때는 내가 사춘기였었겠구나.. 하면서 마셨다.
표현이 약간 저급해보이지만ㅠ 평소 찜질방을 좋아하는데 한방테마로 한 찜질방과 똑같은 향이 나서 놀랐다.
차를 마실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차에는 카페인과 알콜에 익숙한 우리또래가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다.
약이나 술이나 카페인처럼 뚜렷하고 즉시 효과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내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 이 드는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부스에 있던 아주머니들도 한마디씩 해주셨는데 말 잘 걸어주셔서 쓸쓸하지 않았다.

다음에 마신것은 연꽃차였는데 물에 연꽃이 통째로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장식인 줄 알았는데 옆 손님 떠주시는것 보고 차인것을 알았다...
연꽃도 실제로 처음보고 이렇게 큰 그릇에 담기는 차는 인터넷으로도 본 적이 별로 없었던지라 신기했다.
종이컵에 티백 넣어서 마시는 차가 다였으니 신기해할만도 했다.
연꽃차는 미지근한 차였다. 그리고 큰 찻잔에 차를 담아주셔서 물처럼 마시는건가 했는데
처음 가본 녹차부스에서 배운대로 향을 맡아보니까 연꽃향이 나서 기분이 좋았다
편하게 말하면 맛은 그냥 물맛인데 향이 연꽃향이 났었다. 맛있었다.
금요일날 다른 약속이 있어서 예지원에서도 2~30분쯤 있다가 나왔다.
떡이랑 차를 마시기는 했는데 출출해서 빵집 부스에서 빵만 사서 우걱우걱 먹고 나왔다
평소처럼이라면 우유 생각이 났겠는데 그때만큼은 아 여기에 따뜻한 녹차랑 먹으면 좋겠구나 생각했다.
또 그런 생각을 하면서 'ㅎㅎ 차한번 먹어봤다고 이런생각도 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역시 뭐든 접해봐야 맛을 아는 법인 것 같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차에 대해서 어느정도 더 아는 계기가 되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이런 박람회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했고, 혹은 철면피로 한번 마셔볼게요! 이래야됐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여러가지 차를 접하지 못했던 점이다. 분명 좋은 경험들이 더 있었을텐데 놓친것 같아 약간 아쉽긴 하다.
하지만 처음 뵙는 어른분이랑 단둘이 차를 마셔본 것도, 이러한 박람회를 나혼자 찾아가서 많은것을 배우고 체험하고 왔다는것은
자찬할 일이라 엄청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