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마을과 희망촌에 가서 들은 얘기들 그냥 정리만 했어요.
7월 28일 1, 2차 양지마을 취재 (슬기, 광훈, 윤영)
"해가 뜰 때부터 해질 때 까지 해가 계속 드는 곳이라 양지마을."
- 59세, 이사 온지 일 년된 아저씨 집 문 앞에 목욕탕 의자 하나 갖다 놓고 미나리를 다듬고 계신다. 이곳으로 온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인지 알고 지내는 이웃은 없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두 번 절에 가는 것, 끽해야 일주일에 한 두 번 동네 산책을 하는 것 말고는 외출도 잘 하지 않는다.
- 67세, 양지마을에 20년 넘게 산 할머니
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했고 "죽을뻔하다 살아났어."를 몇 번이고 얘기하셨다.
옆집에 사는 할머니와는 매일 만나신다.
- 40년 사신 동네 슈퍼 주인 할머니
가게에는 물건이 몇 가지 없다. 사람들은 그곳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안부와 먹을 거리를 나누러, 심심한 저녁 시간을 함께 나누러 온다. 저녁식사를 할쯤이면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가게 앞으로 모여들고, 조용하던 골목길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안부와 농담을 주고 받는 웃음소리로 금세 시끌시끌해 진다. 가게 앞을 지나는 누구 하나 말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 대구 살다 올라와 이곳에 산지 40년이 넘은 할아버지. 상계동 바닥 다 친구고 동생이고 형님이란다. 그분들과 매일 술 마시는 낙으로 산다. 한강슈퍼가 단골이다.
할아버지는 풍산개 한 마리와 함께 산다. 대문 바로 옆 조그마한 텃밭용 화단에는 고추며 참외, 더덕이 한참이다. 혼자 있으니 먹을 사람 없다며 우리더러 다 따가라고 하신다.
텃밭을 마주보고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얘기 나누고 있는데 할아버지 전화벨이 울린다. 밑에 담배집에서 온 전화다.
먹을 것이 있으니 와서 저녁 드시라는 말이 우리에게도 들렸다.
그 말에 할아버지는 "감자 가져갈까?" 하신다.
할아버지는 이사 가기 싫으시단다. 아파트는 너무 답답하다고.
"이 마을 인심 좋지, 먹을 것 나누어 먹고. 아파트와는 달라."
전화를 끊고 5분 쯤 더 앉았다가 집에서 감자 한 봉다리 들고 담배집으로 뛰어가신다.
집 문은 활짝 열어둔 채.
- 할머니가 하시는 가게 앞에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다.
할아버지 한 분이 아주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꼭 껴안고 계신다. 강아지는 솔비.
솔비 엄마가 잠깐 시장 다녀오는 동안 할아버지가 솔비를 봐주기로 하셨다.
솔비 엄마는 시장에서 이것저것 찬거리를 봐오셨고,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솔비를 건네받으시고는 바로 장바구니에서 요쿠르트를 꺼내신다. 가게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시며 강아지 돌봐줘 고맙다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인사다.
"안녕하세요, 저녁 먹었어요, 날이 많이 덥지요, 휴가 다녀왔어요, 오늘은 약주 안하셨어요?"
누구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 동네 사람을 다 아시나보라고 하니,
"몰라도 아는 척하는 거지. 그러니까 양지마을이지."
우리가 양지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왔다고 하니,
"옛날 추억을 담으려 그러는구나." 하신다.
"여기는 예전 풍습대로 사는 곳이야. 남 헐뜯지 않고 사는 동네고."
"밤 열시까지 사람들 여기 다 몰려 있어."
"여기 밤새 있어봐. 계속 먹을 거 주지. 여기가 그런 데야. 인심이 좋아."
"하루라도 누가 안 나오면 집에 다 들여다보고 서로 의지하며 사는 마을이야."
"예전에 가위바위보 할아버지라고 계셨는데, 유명했어. 그 할아버지 한 번도 진적이 없어. 방송국에서도 70만원인가 주고 촬영해 가고 그랬어.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여기 사는 애들한테 가위바위보 할아버지 아냐고 물어봐. 10살 넘은 애들은 다 알지."
가위바위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다음 가위바위보 할아버지는 누가 하면 되겠다, 싫다 그럼 내가 그 다음으로 죽게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스갯소리로 한참을 놀았다.
"저 집 아들이 대학생이랑 고3인데, 열 번 보면 열 번 다 인사해. 착해 아주. 국가대표되려고 태권도하는 아들인데, 인사 잘해. 집안 사정 속속들이 다 알고 있지."
"여기 혼자 사는 남자들 많은데, 술주정하는 사람 많아. 한 가지 흠 없는 사람이 어딨어."
"저 아줌마가 술주정하는 남자들 다 이기는 술주정뱅이 아줌마야."
"술 잔 들고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아직 결혼 안했지? 결혼하고 여기 와서 세 달만 살아봐. 이런 데 없어. 여기 살면 사람 사는 게 뭔지 알지."
"밤에 더워서 잠도 안 와, 이 집들이 그래. 그런데도 여기가 좋아."
8월 18일 희망촌 취재 (슬기, 윤영)
" 공기는 좋지, 근데 교통이 불편해.
여기 사람들 다 이사가고.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야 뭐, 모르지.
왜 희망촌인지는 몰라. 여기 20년 살았는데 그때도 희망촌이었어."
"재개발한다고 다 이사갔어. 낮에는 다들 일하러 나가고 없어.
저거는 연탄창고. 예전부터 있었는데 지금도 연탄 보일로 쓰는 집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