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Havana, Casa Particular Delia House
(오늘의 경비 US $135: 숙박료 30, 저녁 20, 택시 $45, $25, 쿠바 비자카드 $15, 환율 US $1 = 1 Cuban convertible peso, 24 Cuban peso)
아침에 Jamaica의 Negril에 있는 숙소를 나와서 8시 반에 예약한 택시에 올랐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다른 승객 두 사람을 더 태우고 가야겠다며 공항 도착시간이 약속한 10시에서 15분 정도 늦어지겠단다. 공항 도착시간은 보통 비행기 출발시간 두 시간 전으로 잡는데 Montego Bay 공항은 너무 복잡해 보여서 2시간 40분 전으로 잡았다. 비행기 출발시간은 오후 12시 40분이고 Havana 도착시간은 오후 2시다. 택시 기사에게 그러라고 했더니 “I want to be fair." 하면서 대신 $40만 받겠단다 (원래 약속한 가격은 $60). 특이한 친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Montego Bay 공항에 도착해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승객 두 사람을 더 태우기는 했는데 시간 지연이 거의 없었고 가는 동안 다른 차들을 추월해가면서 총알 같이 달려서 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45분이었다. 운전기사가 원래 약속한 10시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며 원래 가격 $60을 내란다. 그러나 $40과 팁으로 $5를 더 주었더니 순순히 받는다. 원래 다른 승객을 태운다는 말이 없다가 태웠으니 전용택시가 아닌 합승택시가 된 셈인데 원래 가격을 다 받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인 것이다.
Montego Bay 공항은 매우 복잡했다. 그렇지만 체크인 수속은 빨리 끝났다. Lonely Planet에 쿠바 비자는 (비자카드라고도 부르는데 30일 간 유효하고 연장도 가능하다) 쿠바 입국 전에 항공권을 구입할 때 $15를 내고 사야한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Kingston에서 쿠바 항공권을 구입할 때 사려고 했으나 항공권을 파는 직원이 Montego Bay 공항에서 출국할 때 체크인 카운터에서 사라고 해서 안 샀다. 그러나 Montego Bay에서 체크인 할 때 잊어버리지 않고 사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노란 종잇조각에 “쿠바 비자카드를 살 것” 하고 써서 쿠바 항공권에 붙여놓았다. 오늘 체크인 할 때 그 노란 종잇조각을 보고서야 쿠바 비자를 사야한다는 기억이 되돌아 왔다. 그 노란 종잇조각이 없었더라면 아마 잊어버리고 못 샀을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 탑승을 할 때 항공사 직원이 쿠바 비자를 체크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잊어버리고 못 샀더라면 되돌아가서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공항 대기실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숙소에서 먹다가 남은 빵 조각과 항상 가지고 다니는 피넛 버터로 피넛 버터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아침 식사로 먹고 있는데 미국 Minnesota 주에서 왔다는 여행객이 빵 두 조각을 보이면서 피넛 버터를 좀 얻을 수 없느냐고 해서 나누어 먹었다. 여행자들끼리의 동지애를 느꼈다고 할까, 그런 기분을 느꼈다.
Montego Bay 공항을 출발해서 1시간 20분 날아서 Havana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은 예상 외로 아주 간단했다. 출국 항공권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입국 스탬프는 여권이 아닌 비자카드에 찍어주었다. 미국 법으로 미국 시민이 정부의 허가 없이 쿠바 여행을 하는 것은 위법이고 처벌 사항도 있을 텐데 (벌금이나 감옥 행) 여권에 비자 스탬프를 안 찍으니 (이스라엘 입국 때도 마찬가지) 쿠바 여행을 했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환전소에서 준비해온 유로를 쿠바 돈으로 바꿨다 (쿠바에서 미화는 바꾸기가 매우 어렵단다). 쿠바에는 두 가지 돈이 유통되고 있는데 쿠바 사람들이 쓰는 쿠바 peso와 (Cuban peso, 줄여서 CUP, 환율 US $1 = 24 peso) 외국 여행자들이 쓰는 Cuban convertible peso이다 (줄여서 CUC). 환전을 하고 환율을 보니 1 유로에 1.22 Cuban convertible peso이다. 너무나 나쁜 환율이다. 아마 8% 수수료가 붙어서 그런 모양인데 수수료가 붙었다는 기록은 안 보인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Havana Vieja까지 (Old Havana, Havana 구시가지) 가는데 25 Cuban convertible peso를 받는다. Lonely Planet에 20 Cuban convertible peso 이상 내지 말라고 있지만 이제는 25 Cuban convertible peso가 정확한 요금인 것 같다. 전혀 흥정이 안 되는 금액이다. 택시 기사가 영어를 한 두 마디 하는데 매우 예의가 밝다. 좀 배운 사람 같다. Havana에는 카리브 해의 다른 나라들보다 백인들이 훨씬 많이 보이는 것 같다.
20km 정도를 달려서 Havana Vieja에 (Old Havana) 도착했는데 Havana가 있는 지역은 산이 하나도 안 보이는 넓은 평야지대이다. 시내에 들어오니 옛날에는 화려했을 것 같은 건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너무나 낡았다. 이런 건물들의 주인은 모두 50여 년 전 Castro에 쫓겨서 미국 Miami로 갔을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이 좋은 건물들을 차지하고 한 동안 잘 살았겠지만 지난 50년 동안 유지보수를 안 하고 살다보니 건물이 모두 폐허로 변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뼈대는 튼튼한 건물이라 허물어지지 않아서 언젠가 복원공사를 하면 예전의 화려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1999년 중국 여행 중에 본 Qingdao도 (靑島) 그랬다.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그 때는 독일 사람들이 지어놓고 떠난 아름다운 건물들이 역시 유지보수 없이 80년 동안을 써서 폐허화 되어가고 있었다.
Havana Vieja 지역에 있는 Lonely Planet에 소개된 “Chez Nous"란 민박에 (쿠바에서 민박집은 Casa Particular라 부른다) 도착해보니 빈방이 없단다. 외부는 허술하지만 내부는 생각 밖으로 아주 멋있게 해놓았다. 주인이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전화로 근처 다른 민박집에 연락을 해서 주인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Chez Nous"만은 못 하지만 역시 깨끗한 곳이다. 나이가 든 두 여자가 살고 있는데 침실이 둘, 욕실 하나, 부엌, 거실의 조그만 아파트다. 바로 Plaza Vieja에 위치하고 있어서 위치는 최고다. (주소는 Delia House, San Ignacio No. 316, Apto. 3, 2do. Piso, Habana Vieja, Phone 862-0923, Spanish only)
Havana의 민박 방값은 일률적으로 하루에 30 Cuban convertible peso인 것 같다. 아침 식사를 원하면 한 사람 당 3 Cuban convertible peso를 더 내야하는데 아침식사 내용을 들어보니 (주인 여자는 영어를 전혀 못한다) 먹을 만해서 매일 아침 8시에 준비해달라고 했다. 4일 방값 120 Cuban convertible peso를 선불했는데 아마 이 금액은 이집 주인의 한 달 생활비는 충분히 되는 금액일 것이다.
짐을 풀고 Plaza Havana에 있는 Lonely Planet에 소개된 Taberna de La Muralla란 음식점에 가보니 외국 여행자들로 꽉 찼다. 이곳은 모든 음식의 가격이 Cuban convertible peso로만 표시되었으니 아마 현지인들은 못 오는 곳인 것 같다. 현지인들도 외국 여행자들이 꼭 사용해야 되는 Cuban convertible peso를 소지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두 사람의 음식 값이 17.50 Cuban convertible peso가 나왔는데 (집사람은 비싼 것, 나는 싼 것을 먹었다) 웨이터가 팁이 포함 안 된 금액이라고 귀띔을 주어서 (팁을 잊지 말고 내라는 얘기다) 20 Cuban convertible peso를 냈더니 웨이터가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팁을 충분이 준 모양이다. 앞으로도 음식점에서는 팁 15%를 잊지 않고 내야할 것 같다.
쿠바 첫날에 느끼는 기분은 사회주의가 실패한 나라라는 것이다. 쿠바는 지금까지 다닌 카리브해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너무나 못산다. 모든 것이 노쇠하다. 건물도 도로도 차도 지도자들도 모두 노쇠하다. 1950년대 차들이 아직도 사용되는 나라는 이 세계에 쿠바뿐일 것이다. 사람들은 장래에 대한 희망이 없이 하루하루 체념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구걸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좀도둑들도 많은지 집집마다 모든 문과 창문을 철창살로 보호하고 있다. 숙소 방에서 컴퓨터를 켜면 카리브해의 다른 나라에서는 항상 WiFi 시그널이 잡히는데 이 나라에서는 하나도 안 잡힌다. 80대의 이 나라 지도자들이 아직도 30대인 것 같이 올리브 색 군복과 군모를 쓰고 사회주의 혁명을 외치고 있는 포스터 모습은 희극적이다. 쿠바는 시대착오적인 나라다.
Taberna de La Muralla라는 멋있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전에 들은 적이 있는 "키써스“란 노래를 부르고 있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