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구간(조약봉-모래재-곰재-관음봉-마치 갈림길-정수사)
1.일시: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28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과동
3.날씨: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로, 능선의 조망은 확트인 맛은 볼 수 없었으나 등산하기 무난한 컨디션이었다.
4.산행거리 및 시간:
일년만에 하는 산행이다보니 1 km 거리가 체감거리로는 약 3 km정도로 3배의 부하가 걸린다.
특히 만덕산 구간은 만덕을 쌓아야 올라 갈 수 있을 정도로 정상을 내주질 않았다.
고도표를 보면 그다지 경사도가 급한 것도 아닌데, 일년간 세속에 찌든 뼈다구며 인대 근육이 삐그덕거리며 말을 들어 먹질 않는다.
등산로를 찾아가는 촉도 무뎌져 이곳 저곳에서 알바를 밥먹듯 하니 온몸에서 아우성이다.
마구잡이로 내돌려 몸을 조복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지금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몸이 말을 안들어 먹으니...
오랬만에 하는 등산이 너무 버거워 샛길이 나오면 탈출하기로 하고 가능하면 낮은 고도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다시 치고 올라오려면 괴로우니깐!
마침 만덕산 지나서 정수사로 빠지는 계곡길이 있어 이곳으로 탈출하기로 했다.
출발 전날 임실 사는 친구 '송원'을 만나 회포를 과하게 푸는 바람에 도저히 이 몸뚱이를 이끌고 슬치까지 갈 수가 없었다. '송원'이 슬치에서 픽업하기로 했었는데...
말짱 황이 되버렸다. 처음 시작이니 쉬엄 쉬엄 가자고 위안들을 하지만, 껄쩍지근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출발
사는게 바쁘고 우리 안빈낙도 회원들의 산상에도 변화가 생겨, 백두대간을 졸업한지 어언 일년이 다 되가는 2019년 9월에 비로소 호남정맥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그동안 심산을 가지 못해 생긴 병고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아 몸 도처에 상처가 자심한데, 그중 하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못한 폐는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 들어 반쪽이 되었고, 부플어 올랐던 장딴지 근육들은 늙은이 뱃가죽 처럼 처질대로 처졌다.
게다가 콧구멍의 평수도 엄청나게 줄어 신선한 공기가 원할하게 들락 날락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뿐인가 안구정화는 왠말이며, 새소리 바람소리 구름소리를 담았던 소리 주머니는 온갖 소음에 찌들어 호 불호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이 모든 병고를 타파하는 유일한 한가지는 호남정맥의 출발이다.
정맥중 가장 길다는 호남정맥의 시작점에서 산천초목 동서남북 북두칠성 달 구름 태양에게 축원하노니, 우리의 갈길에 가피와, 위험을 피해 갈 수 있는 지혜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함께하기를()!
터미널에서 5시 25분 차를 타고 전주에 8시에 도착 예정이었으니 30분이 연착이 되었다. 게다가 전주터미널에서 만나기로한 친구 '송원'은 만나는 시간을 6시로 착각하여 이미 2시간 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흐미 2시간 반을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송원'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한데 버스는 천하태평이다.
휴게소에 들러 쉬어갈 건 다 쉬어간다.
어렵사리 도착하여 반갑게 '송원'과 해후하고 근처 꼬막집에서 회포를 푼다. 작년에 만나고 일년만이다.
엇! 하면 일년이 핫바지 방귀새듯 인생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찬구를 오랬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 집이 막걸리가 무한리필이라, 음주 브레이크가 말을 듣질 않는다.
한 주전자 또 한 주전자 또 또 또...
일년간 묵혀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헤치며 우리는 또 또 또 했다!
뭘?
숙소로 들어가기 전 주전부리며 2차로 먹을 또 또 또를 샀다!
짦은 밤을 길게 늘어뜨리며 또 또 또를 하며 우리는 이빨을 쉬임없이 깠다.
어제 먹은 막걸리에 맥주를 섞어 내장이 엉망진창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정맥이 뭐라고 신새벽 눈을 부비고 덜 깬 숙취의 몸을 이끌고 모래재에 도착했다.
'송원'은 숙취의 여운이 남았음에도 씩씩하게 우리를 모래재까지 데려다주고는, 이따 슬치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두운 모래재를 뒤로하고 임실로 떠나갔다.
어디서 길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는 반긴다.
길고양이와 재미나게 노는 '그윽한 미소'!
이곳은 모래재이기도 하고 전주공원 묘이기도 하다.
모래재 터널을 기점으로 오른쪽 능선길을 잡아 가도 되고 왼쪽 능선길을 잡아 가도 된다.
지금은 새벽이라 전주공원 입구가 닫혀 있다. 할 수 없이 왼쪽 능선길을 잡아 3정맥 분기점으로 오른다.
2015년 3월 28일 금남정맥 졸업 기념 홀딱쇼를 한 것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4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산천은 변함 없는데 우리만이 귓밑머리가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앉았다.
4년이 지나 우린 이곳에서 호남정맥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이제 이곳을 스쳐 지나면 언제 다시 이곳으로 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인연의 끈이 이어진다면 모를까...
무탈 산행을 기원하며 사과 세개로 천지신명께 고함!
4년전의 감회 그리고 우리의 늙음, 그 애틋함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호남정맥을 출발한다.
가즈아 광양의 백운산까지!
뭔 소리여 시방?
우리가 가야 할 호남정맥 능선길!
운지버섯?
미역취꽃!
막걸리집에서 부탁하여 만든 주먹밥!
대충해서 주먹밥을 해달라고 했더니 그런대로 정성을 들인 모양이다! 주먹밥에 길이 들어서인지 김밥보다는 더 좋은 것 같다.
아침 동영상!
영지 버섯!
따려고 했더니 '그윽한 미소가' 그냥 놔두라고 한다.
헐! 자연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마음은 천하무적일세!
서낭당 모양의 돌무더기에 웅치전적지 팻말이 서 있다.
어마 무시하게 큰 웅치전적비!
웅치전적지.
곰티재 도착 10시 55분.
모래재에서 6시반에 출발했으니 5.3 km를 4시간 30분이 걸렸다. 포복을 해서 와도 이 보다는 빠르겠다!
사과도 잡솨 주시고!
세월아 내월아 알게나 뭐냐! 우린 쉬어간다.
앞으로 가야 할 정맥길.
익산 포항간 고속도로.
만덕산은 고속도로 너머에 있다.
곰티재에서 만덕산까지 2.5 km 남았었는데,시방 타임이 오후 한시가 넘었으니 어찌된 일일까?
구절초!
곰티재에서 이곳 만덕산까지 2.5 km, 걸린 시간은 2시간 반이니 정확히 1 km당 한시간이 걸렸다.
이게 말이여 막걸리여 방구여 시방!
폼은 그럴듯한데 개뿔!
일년만에 저질 체력이 되버렸으니...
만덕산 정상에서 점심 동영상!
만덕산 정상 능선 파노라마!
완주군 방면 전경.
관음봉을 배경으로!
자세 좋고!
관음봉을 당겨 찍었다!
요리 내려갈까 조리 내려갈까 간을 보고 있다!
이리 내려가기로 낙찰!
정수사로 빠지는 마지막 갈림길이다.
'바람' 은 다 왔다고 정신줄 놓은 겨?
닭다리버섯?
이질풀!
이질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이질풀이다. 급성 만성 설사에 잘듣는다.
누리장나무 열매!
물봉선!
초오인줄 알았더니 아니다.
어혈을 제거하고 해독 타박상에 좋다고 한다.
이고들빼기! 내가 잘아는 풀인데 왜 몰랐을까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즙이 나온다. 무지 무지 쓰다!
선괴불주머니!
양귀비목 현호색과에 속한다.
꽃말이 보물주머니다. 창독, 종기, 폐결핵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정수사 근처에 온천이 검색이 되어 온김에 온천을 하려고 전화를 때리니 전부 영업을 안한단다. 지방 경제가 거의 이렇다.
급경사 내리막 길을 거쳐 정수사에 도착하니 마침 '송원'도 도착하여 정수사를 둘러보고는 전주로 출발했다.
남부시장 천변 주차장에 주차를 시켜놓고 남부시장 청년몰과 시장을 구경하고는 피순대로 유명하다는 '조점례 남문 피순대집' 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특이한 맛의 피순대다! '그윽한미소'는 전주에 오면 꼭 이걸 먹는다는데, 찾아다니며 먹을 만한 맛이다. 내가 남의 살을 먹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남의 살은 맛이 있다. 몸이 요구하는대로 그냥 먹을 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없던 헛증이 다 생기니뭔 일인지...
차시간이 임박하여 전주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만원이라 '송원'의 차를 댈 곳이 없다.
해서 그냥 주차장 길바닥에서 다음 구간에 또 만나기로 하고 작별했다.
강남터미널 발 오후 6시 50분 차를 타고 서울로 출발!
수면제도 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만에 한 등산이 버거웠던지 다들 잠의 나락으로 골아 떨어진다.
오늘은 '딱선생' 만날 일도 없어 바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안빈낙도 회원 여러분 오늘도 다들 수고했습니다!
다음 구간을 위하여!
나의 집 도착 12시!
첫댓글 정말 저질체력이 되어 버린건가?
힘든 서막 이었다..
2구간 부터는 좀 나아 지겠지??
수고들 많았다..
송원도 반가웠고...
그래도 1년여 만에 거의 8 Km산길을 걸어내는 것 만으로도 참 대단들 하다.
정수사부터 시작하게 되나 ? 오게되면 연락해라. 터미널에 나갈테니까.
나는 며칠 전 혼자 임실-->남원-->지리산 정령치까지 갔다 왔다, 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