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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의 유혹이 있는데 하나는 내가'친구'에 나오는
장 동건 쯤 되는 줄 번번이 착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킨케이드가 되고 싶은 감정의 충동입니다. 대체적으로 이 증후군은
로테이션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을엔 두 개가 겹쳐서 나를 장악하기 때문에 마인드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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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배로 힘이 듭니다. 그러니 가을은 성민으로 살려는 내게 있어서 독약 같은 계절이
아닙니까? 제가 영활 본다든지 글을 쓰는 것은 아마도 이 두 가지를 대리 배설하는
출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곤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라는 영활 새벽2시 까지 보고
잤습니다. 실은 한 열 번쯤 보는 것 같습니다. 곽 경택 감독이 자신과 세 친구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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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에 걸쳐 시나리오로 쓰고 영화로 만들었다지요. 이 영화가 대박 나서 나중에 불미스런
일까지 있긴 했지만 ‘친구1‘은 부산 칠성파와 곽 감독을 장안의 유명인사로 만들어놨습니다.
제가 평론가는 아니지만 '친구1'가 작품성에선 썩 좋은 영화가 아니면서도 한국 영화 최초로
800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된 대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중년을 겨냥한 향수 불러일으키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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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호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제게도 고삐리 때 4명의 친구(일도, 탁곤, 원규)가
있었습니다. 상택처럼 브레인이 없어서 유감이지만 의리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탁곤 이가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일도는 준석이 캐릭터이고 중우은 지금 말똥구리 하나 달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원규 녀석이랑 영 낙 없이 캐릭터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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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잡이 중우가 친구 넷 중에서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의리 있고 순정파입니다.
10년 전까지 원규 녀석이 술 쳐 먹고 새벽이면 전화질을 해대더니 요샌 연락 두절입니다.
그 놈이랑 머리 깎고 수북면에 있던 '학구 당'에 들어가 고시 공부 하던 기억이며 코스모스
백화점 7층에서 박 양 누나 기다리던 고삐리 시절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동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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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이었던 일도의 후광을 업고 우리 학교를 접수했을 뿐 아니라 나름 전국구를 했습니다.
나이 쉰 줄에 앉아 오락실13번에 큰 집까지 다녀왔으니 이 바닥의 경쟁력에 있어서는
준석(일도) 이를 능가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랑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롤 스케이트로 불렸던 인라인 장(場)은 언제나 ‘섹시뮤직‘하고 ’내 바지 합섬 단 코 바지‘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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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체통머리 없어 보여서 스케이트 같은 것을 좋아
하지 않았는데 담양 고 친구 정환 이가 잘 탔지요. 나는 당시에는 몇 번 못 탔고 우리
애들이랑 신혼 때 장충동에서 가끔 탔는데 겨우 균형 잡는 수준이라 그만하겠습니다.
정환 이는 용두 동 시절 음악다방 다닐 때 내게 뮤직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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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달이 정환 이처럼 팝송을 스펠링까지 적어서 뮤직B0X로 넣는 것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좀만 한 녀석이 공무원 시험을 봐서 합격했고 각시도 이쁜 놈 얻어서 알콩
달콩 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시대 때 빌보드 차드에 오르내린 수많은 명곡들 중에
F. R. David의 ‘Words’와 'Pick Up The Phone'에 열광을 했습니다. ‘우먼 인 러브‘나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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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시리즈,‘파라다이스‘, 카사브랑카, ’모나코‘ ’더 티 댄싱O S T까지 이거야 원 깡패 수준이
이리 높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 주제 곡 ‘Bad Case Of Loving You’ ‘는 어쩌면 마약을
먹고 만든 작품일지 모르겠습니다. 감독이 보여 주려 던 가장 낡고 가장 친숙한 '고삐리
일상'의 한복판이 음악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실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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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닥터 나 아파요" 자고로 먹고 살기 힘들면 복고가 뜬다지요.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는 촌스러움이나 향수는 나같이 외로운 중년의 희망이며 행복입니다.
폭력 조직의 두목을 아버지로 둔 준석만 빼면 장의사 아들 동수나 시골의 중산층 상택이네
그리고 밀수업자를 부모님으로 둔 감초 중호네 가정은 그 시절 평범한 우리네 부모님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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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입니다. 저도 훔친 플레이보이 잡지를 보며 낄낄거렸고, 이 소룡, 찰스 브론즈의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여놓고 똥 폼 잡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우리 집은 펀치 볼에 샌드백
까지 다 있었습니다. 시편12편의 주제는 말(言,words)입니다. 악한 사람의 허망한 말과
믿을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비 시키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님의 말씀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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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나 흠이 없고 순수하기 때문에 내 말이 올바른 것이 되려면 창조자의 특징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친구1'에서 말싸움은 시작부터 나옵니다.
"조 오련과 바다거북이 중 누가 더 빠를까?"
제가 한때 바지에 주름을 잡고 다녀서 아는데요. 조폭들이 맞 짱 트는 일은 열 번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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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 번이 될까 말까 합니다. 맨 처음엔 눈싸움, 그리고 말싸움으로 모든 승패가 결정이
나지요. 맞 장은 왜 틉니가? 차렷 시켜놓고 때려야지요. 결국 조 오련(동수)이 아무리 기고
날아봐야 물에서는 바다거북이(유호성)를 이길 수 없는 것으로 끝장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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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 에 욕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진 세월을 대변한다고 하였는데 서로 속이고 거짓말로
아첨하는 시대를 살다보니 저도 남을 속이고 독설을 퍼부으며 상처 내기를 경쟁하듯 살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구원 받고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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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 니 많이 컸다"
"원래 키는 내가 니 시다발이 할 때도 더 컸다"
"동수야, 하와이 좀 가 있어라"
"싫다, 니가 가라"
"Why?"
"건달이 쪽팔리면 안 된다 아니가"
2016.10.13.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