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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이 하루 종일 영화 좀 본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해 주시라.
방 콕 하는 입장에서 인터넷이나 tv는 유일한 소통이며 배설구지요. 물론 제게 있어 보고,
읽고, 쓰는 일은 취미 이상의 생존전략입니다. '알렉산더'를 공부하다가 '이태원 클라쓰'를
보았어요. 에스더 초3학년 때 이사를 와서 에스더가 30살이 되었으니까 무조건 20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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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던 동네라서 그런지 단박에 몰입하게 되더이다. 박 서준이란 녀석이 처음부터 내 맘에
들었어요. 밤톨 같은 놈이 우리 딸내미보다 3살이나 더 먹었더라고요(1988). 김 우빈(89)도
아니고 유아인(1986)보다 단백 한 비주얼을 가진 것 같습니다. 범생이로 보면 반항아같고,
반듯해 보이면서도 포스가 있었어요. 제가 주로 반항아를 좋아하는데 앞으로 이 녀석의
-
활약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아들이 퇴학을 맞고 나오는 교정 시퀀스에서는 '한강 중학교'가
아닐까 했고, 부자간에 소주 한잔하는 씬 에서는 울컥합디다. 자식이 소신 있게 산다는데
어느 아버지가 그 멋진 아들의 길을 막습니까? "박 군, 자신의 잘못은 스스로 구하는 거라네.
박새로이군 무릎 꿇고 사과해요(장 회장)"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된다고 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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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습니다. 사람은 소신 있게 살아야 된다고 가르치셨으니 벌을 받아야죠. 하지만 장 근원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습니다(박 서준)." '어떻게 저한테 이런 아들이 나왔는지 멋지네요.
제 소신대로 행동한다고 했고 책임도 진다고 했으니 제가 이 자리에서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퇴사하겠습니다.회장님!(손 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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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렇게, 하늘 아래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가 죽고, 졸지에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박새로이는 이제 장가네에게 복수를 곱씹으며 징역을 살게 됩니다. 본방사수한 분들은 1.2회
스토리를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랑 포차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시장보러 나갔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장레식장에 찾아온 형사에 의해 7777번이 장 근원의 차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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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여 친 수아(권 나라)가 알고서 화들짝 놀랍니다. '수하', 지킬 수자의 수하는 에스더가
온라인에서 쓰는 닉네임입니다. 자꾸 이러면 권 나라도 관심 대상이 될 수박에 없습니다.
"소신, 패기..., 없는 것들이 자존심 지키자고 쓰는 단어거든. 이득이 없다면 고집이고 객기일
뿐이야(나쁜 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들의 사고를 잘난 아비가 대타를 기용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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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묻히게 됩니다. 왜, 이 대목에서 아들이 무릎을 꿇으면 되는가 하면, 폭행 건은 합의를
하고 피해자가 선처를 구하면 대부분 석방되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이 상황으로 가지도 않겠지만,
만약 엮였다면 쌍방으로 가야지요. 어떻게? 묻지는 마시라. 합법은 아니니까요 작은 아이 예주는
질풍노도기까지 잘 견뎌줬는데 에스더는 성깔이 있어서 제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적이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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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중2 때 일진 아이랑 이태원 초등학교에서 1;1 결투를 벌였던 사건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아비 역을 연기하는 손 현주 연기도 무르익었어요.
손 형이 제 또래라서 더 실감이 나더이다. 연기는 대사로만 하는 것이 아닙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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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랑 달리 가슴 펴고 살게 하고 싶었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아들"
와, 개 쩌는 연기 완전 멋집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이 와락 쏟아져 버렸습니다.
부자간에 멋짐이 폭발하긴 했는데 현실은 녹록지가 않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자신의 소신대로, 무릎 한 번 꿇지 않은 대가는 너무나도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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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형을 확정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박새로이는 수아와 접견실에서 마주합니다.
수아는 새로이와 장 씨 부자의 지독한 인연을 알면서도 장 회장의 지원을 거절하지 못한
자신의 비겁함을 면회 가서 고해성사 합니다. 장소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고해 실이나
면회 실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오수아의 사과에 그는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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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위로를 합니다. 네 죄를 사하노라. 박새로이 이 녀석 맹랑한 것 봐요. 장 회장
자서전을 읽고 놈처럼 돈을 벌고 싶다고 했어요. 징역에 하필 장 회장 자서전이 있어야
했을까요? 복수냐고 되묻는 수아의 말에 순간, 눈빛이 일렁입니다. "그 단어(복수)에
내 뚫린 가슴이 메워지는 느낌이야. 빨리 나가고 싶어" 제가 음악 감독이었으면 OST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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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벼가며 두 주먹으로 또 하루를 겁 없이 살아
간다. 희망도 없고 꿈도 없이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기막힌 세상 돌아보면 설움에
눈물이 나 비겁하다! 욕하지 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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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그대가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 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 생에 봄날은 간다." 출소.
3년 형을 받았는데 2년 만에 나온 것은 가석방입니다. 물론 가석방은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혜택입니다. 교도소 관련한 얘기는 나중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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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털고 출소한 박새로이는 수아가 살고 있다는 이태원으로 무작정 직행했습니다.
핼러윈의 열기로 물든 이태원의 밤은 황홀함 그 자체였습니다. 세계를 압축해 놓은 뜻한
거리 곳곳에 멋과 자유가 공존하는 이태원은 단숨에 박새로이를 사로잡았어요.
홍석천이 카메오로 출연을 했네요. 여기서 잠깐, 핼러윈 데이가 당최 무엇인지 짚고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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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면서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핼러윈은 미국 놈들이 백색 유령 가면을 쓰고 호러
분장으로 장난질을 하는 것입니다. 청도교의 후예를 자칭하는 양키들은 추수감사절을 설
명절처럼 지키는 모양입니다. 미국 놈들이 돈을 그다지 많이 쓰지도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독립 기념일(7.4)이나 추수감사절같은 날 이네들이 돈 쓰고 다니는 롯데월드,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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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강남, 이태원 등지에서 할로윈 파티가 활성화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난리 블루스를 치지 않았어요. 빼빼로데이나 화이트데이가 상술인 것처럼 장사꾼들이 돈
벌려고 상품을 만들고 마당에 멍석을 깐 것이 아닐까요? 제가 아는 대부분의 태양력 속 명절
들이 이교도적입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밸런타인데이 등등 영미 권에서는 부활절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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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이스터"라고 합니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프로테스탄드 교회는 핼러윈 파티를
악령을 숭배한다 하여 지키지 않았는데 지금은 교회, 성당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리 시대 10,31은 이용의' 잊힌 계절'을 들으며 분위기 있는 가을밤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새는 그 자리에 핼러윈이 차지해버렸습니다. 귀신 분장, 귀신의 집, 드라큘라 가면, 데커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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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오랜턴 만들기 같은 것들은 수련회 때 '천로역정(담력키우기)'으로 했어요. 민속촌에 가서
보니까 '귀신의 집'을 잘 만들어 놓았습디다. 80-90년의 이태원은 통행 금지가 없는 지상
낙원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환락가(라코스테)에서 아내와 첫 키스를 했고, 소방서 앞에서
게임장도 잠깐 동안 했습니다. 운명처럼 재회한 첫사랑 수아에게 박새로이는 7년 후 가게를
-
오픈할 것을 약속해요. 박서준이 오수아를 업고 올라간 그곳은 해방촌 같아 보입니다.
"자고 갈래?(수아)" "아직 부자 못 됐어(서준)"
박새로이는 그 길로 원양 어선에 올랐고,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7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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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가는 어느새 요식 업계의 톱클래스로, 오수아도 유능한 전략기획실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7년 만에 이태원 거리에서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지나칠 만큼 설정이 극적입니다.
작년에 에스더와 학원 건물 구하러 다닐 때 봤던 가게를 새로이가 얻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그곳이 전에는 인도 케밥집이었을 것 입니다. 웰컴 투 이태원 나와바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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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는 종로만큼이나 핫한 동네가 되었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5번을 한 곳인데 이번에
입각을 하면서 야당 쪽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출사표를 던진 모양입니다. 여당 대항마로
전 비서실장이 입질을 하다가 벽에 부닥친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약속을 지키든지, 성동구를
수성하라고 충고합니다. 성동구가 얼마나 큰 동네인데 누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조 세형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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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연탄, 미군부대 모두 없애고 6선 해서 D J 통 만든 지역구입니다. 지역 경계도 광진구와
성동구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요. 광진구는 육영재단이 있는 건물입니다. 대항마를 잘못 쓰면
쪽박 차기 좋다는 것을 명심하시라. 워커 힐 뒤 장신대 쪽 산책로는 브라운관으로 보아도 멋집니다.
저는 이곳에 결혼식 뒤풀이 때 만개한 벚꽃 구경하러 가끔 가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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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족들끼리 야외 스케치도 왔을 것입니다.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신 있게 사는 우리 아들딸들을 응원합니다. 다만 소신이라는 것이 꼭 성공이라는
열매가 있어야 한다면 동의할 수 없어요. 소신 있게 살고 행복하면 그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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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를 읽고 있는데 이삭은 농사를 지어 100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셔서
거부가 되었어요. 이삭의 형통을 시기했던 블레셋 사람들은 우물을 흙으로 메워버렸어요.
이삭은 다른 곳에 또 우물을 팠지만 이번에는 그랄 목자들이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상관없다는 듯 이삭은 주저하지 않고 또 우물을 팝니다.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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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시지프스 신화'에서 시지포스는 신의 명령을 어긴 대가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산꼭대기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산 아래로 떨어지는
바위를 지켜보면서 그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하지만 카뮈는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산 아래로 내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다른 것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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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의식하는 자의 위대함입니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합니다. 그의 힘은 결과에 대한 희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인생의 부조리를 기꺼이 받아
들인 사람은 부질없는 희망을 거부하지만 이 거부와 반항을 통해서 자신이 처해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행복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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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은 행복합니다. 예에공도 행복할 것입니다. 부조리를 끌어안되, 부질없는 희망을 거부
하고 반항하는 자의 행복입니다. 이런 사람을 세상이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너희들은 나랑 달리 가슴 펴고 살게 하고 싶었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딸내미 힘!"
2020.02.02.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