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독이와 저수지 지킴이
저는 대천 동대초등학교 5학년 김아두입니다.
제가 지금하고 있는 자기주도 학습은 저수지하고 아독이입니다.
아독이와 저수지, 이름이 괴상하죠? 아독이와 저수지 소개하겠습니다.
캡틴(책방 선생님)과 처음 아독이와 저수지를 시작하기로 약속하고 엄마에게 “엄마 내일부터 아독이와 저수지하기로 캡틴과 약속했어요!” 하니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캡틴하고 저수지 가기로 했다고?”라며 엉뚱한 얘기만 하셨습니다.
아독이는 아침에 30분, 책을 읽고 느낌을 쓰는 것입니다.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캡틴은 책을 읽다 보면 제가 의식이란 것을 갖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의식은 세상을 옳고 바르게 보는 눈이라고 했습니다.
저수지는 매일 저녁 수학 공부 지키기라는 말의 줄임말로 역시 캡틴이 아이디어를 내셔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비결은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캡틴은 중고 서점을 운영하시는 선생님인데 책방에서 책 읽는 아이들은 캡틴이라고 부릅니다. 아독이와 저수지를 생각해 내다니 캡틴은 머리가 좋으신 것 같습니다. 비밀이지만 가끔 무섭기도 합니다.
저수지를 한 지 일 년쯤 지났습니다. 지금 저는 저수지를 매일 꿋꿋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캡틴과 약속한 것을 엄마에게 말한 걸 후회했습니다. 아독이와 저수지의 뜻을 알게 된 엄마는 그날 이후로 목소리가 더 커지셔서 “김아두 아독이 했니?!” “김아두 만화책 읽을 시간에 아독이를 하겠다!” “김아두 저수지는 언제 하려고 그러니?” “너 이렇게 조금만 할래? 대충할 거면 뭐 하려고 하니?” “야!! 안 들리니!” 엄마의 목소리는 친절한 아파트 안내방송도 잡아먹어 도통 들리지 않을 정도로 커져만 갔습니다.
친척 집에 놀러 가거나 여행을 가도 아독이와 저수지는 매일 해야 했습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동생은 노는데 괜한 약속을 해서 나만 책상 구석에 처박혀 수학 문제집만 풀고 있다는 게 왠지 억울했습니다. 그럴수록 아무 죄 없는 제 지우개를 뜯거나 연습장에 구멍을 뚫는 등 화풀이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풀기 시작한 수학 문제집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학기 3권, 이번 학기도 벌써 3권째입니다. 그중엔 그 어렵다는 심화 문제집도 2권이나 있습니다. 왠지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은 이상하게도 수학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실 때, 제대로 알아들으니 수학이 정말 재미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어떤 과목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제가 수학을 좀 잘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저수지뿐만 아니라 아독이도 지키는 저는 매일 아침 빠트리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젠 눈이 안 떠져도 일어나면 책부터 들고 식탁으로 갑니다. 목소리 큰 엄마가 그런 저를 보며 상냥하게 대하시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만화책만 좋아하던 저는 아독이 덕분에 책 지식이 많아졌고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게 되어 아독이를 지키기 어려울 땐 차 안에서 아독이를 지킵니다. 제가 아독이를 한 이후 지금까지 읽은 책은 어린 왕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플랜더스의 개, 산과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장발장, 고스트 맨, 나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 안네의 일기, 복제인간 윤봉구, 저는 죽음이에요. 어서 와 우주 화장실은 처음이지?, 봄봄과 금 따는 콩밭(김유정), 별과 소나기(황순원), 빈처와 운수 좋은 날(현진건), 지킬박사와 하이드, 톰 소여의 모험, 행복한 왕자, 아빠 고르기 등입니다.
이렇게 생각나는 제목들을 나열하다 보니 역시 가슴이 뿌듯합니다. 왠지 제가 친구들보다 좀 멋있는 책을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아독이와 저수지 지킴이인 저의 꿈은 공룡 과학자 혹은 공룡 고고학자입니다. 공룡 과학자가 되기 위해 책을 더 읽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 안에 지식이 많아진다면 공룡 과학자인 제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독서와 수학을 열심히 하다 보니 과학자가 되는 것이 너무 먼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엔 제가 반에서 수학시험을 가장 잘 보았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목소리 큰 우리 엄마는 “우리 아들! 역시 하니까 되잖아! 아들 사랑해 멋져!” 평소엔 엄마의 큰 목소리가 무서웠는데 그날만큼은 노랫소리처럼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짜증 내지 않고 차근차근 저 스스로 했다면 엄마가 더 달콤하게 노래하듯이 얘기하셨을 텐데요.
만약 캡틴이 저수지와 아독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않았다면 제가 지금처럼 스스로 저와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었을까요? 전 다른 친구들에게도 아독이와 저수지를 함께 지켜보자고 알리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저수지와 아독이를 계속 지킬 것입니다.
독서와 수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면 항상 빨간 볼펜과 함께 하는 우리 엄마의 큰 목소리도 달콤한 노랫소리로 변하겠죠? 매일 아침 아독이와 함께 일어나고 저수지와 함께 잠드는 5학년 김아두가 나중에 어른 김아두가 되었을 땐, 꿈인 공룡 과학자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책에 기록하지 못한 공룡에 대한 새로운 기록들을 제가 채워 가고 싶습니다.
첫댓글 훌륭함 ㆍ감동 요소도 있고 ㆍ교육적 요소도 있고ㆍ다시 축하 함
역사 고고학자의 손보기가 있다면 공룡 고고학자엔 아두 이름이 쓰여지길 응원할께!!
감사합니다 아두
아두 멋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