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렸을 때 한의원 이용하는 법
정말 계절은 속일 수 없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무더위가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서리가 저절로 처진다. 게다가 낮에는 덥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감기 걸리기 딱 좋다. 아닌 게 아니라 감기 때문에 한의원 찾아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에는 양방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먹다 먹다 안 나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는 감기 걸리면 바로 한의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위장이 약한 사람들은 아예 양방 감기약을 포기하고 한약으로만 치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 한의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알아보자.
보통 감기로 한의원을 찾아가는 경우, 3가지의 약 형태 중의 하나가 처방된다. 첫 번째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이다. 초기 감기이거나 거의 나아가고 있을 때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가루 형태의 감기약이 있다. 달여 먹는 첩약에 비해 효과가 약하지만, 보험이 적용되므로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들 중에는 똑같은 가루약을 주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지만, 보험 감기약 또한 증상에 따라 다 다르게 처방된다. 주로 ‘삼소음’이나 ‘소청룡탕’ 또는 ‘구미강활탕’ 등의 여러 가지 보험약이 처방되는데, 역시 한의사가 정확히 진단을 한 후에 처방된다.
두 번째는 며칠 분씩 달여 주는 첩약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보험 가루약이 잘 듣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는 체질과 증상에 맞게 원장이 직접 처방하여 감기약을 달인다. 환자가 오면, 진맥을 한 후에, 그 때부터 약을 달여서 주기도 하고, 유행하는 감기나 독감이 있으면 그에 맞춰서 미리 예비조제를 하여 처방하기도 한다. 아주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 이 정도 처방이면 감기가 잡힌다. 필자의 경우에는 신종플루 환자를 며칠 분 첩약으로 치료한 경우도 있다. 물론 이 또한 한의사가 알아서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을 해준다.
세 번째는 한제 분씩 달여 주는 보약이다.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해져서 좀 낫다가도 증상이 반복적으로 악화되는 경우에는, 며칠 분 첩약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기침 증상이 심해져 해수병으로 전변이 되었거나, 비염이나 기타 증상으로 합병증이 생겼을 때는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보약을 써야만 듣는다. 물론 이럴 때는 이미 실험적으로 면역세포 합성을 촉진시켜 저항력과 기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으로 판명 난 녹용을 같이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보약으로 감기를 치료하는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 중의 하나가 빨리 한의원에 오지 않고 늦게 찾아오는 경우이다. 감기가 걸렸을 때, 서둘러 치료하지 않고 한두 달씩 질질 끌다가 한의원에 오게 되면, 거의 보약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감기를 이겨내기에는 기력을 너무 많이 소모시켰으므로, 맞서 싸울 기운을 보강시켜야만 치료가 되는 것이다. 물론 기력이 그만큼 약하기 때문에 잘 낫지 않고 오랫동안 감기를 앓은 것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겠다.
모두들 알다시피 감기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항생제도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하기에, 감기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렇게 침입한 바이러스들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딱 하나. 바로 내 몸의 면역능력뿐인 것이다. 따라서 감기를 자주 앓거나,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계속 질질 끄는 사람들은 그 면역체계 자체를 강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서구유럽이나 미주에서는 감기에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따듯한 물을 마시길 권고하거나 푹 쉬게끔 지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꼭 약을 쓴다면 비타민 정도. 우리나라에서 감기에 흔히 쓰이는 항생제는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내과나 이비인후과 등지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처방을 보고, 정말 실제 처방된 처방전이 맞느냐고 되물어보겠는가 말이다. 이는 항생제가 감기의 원인인 바이러스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서구의학의 발달은 항생제와 더불어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실제 항생제는 많은 전염병과 감염성 질환에서 인류를 구해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우리 인류가 항생제와 세균의 끊임없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인류가 개발한 항생제를 만들어내면, 세균은 도한 이를 이겨내는 능력을 갖춘다. 그러면 또 그 세균은 이기는 항생제를 만들어내고, 세균은 또 이에 맞서는 내성을 갖춘다. 이렇게 끝도 없이 반복되다 보니, 어떠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연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감기는 세균이 일으키는 질환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만 실컷 키워놓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감기에 항생제를 쓰면 안 되는 것이다.
많이 알고 있다시피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바이러스다.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해서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등 아주 종류가 많은데, 그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콧물일 때도 있고 목이 붓는 경우도 있고 기침을 심하게 할 때도 있고 몸살이 날 때도 있어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똑같은 바이러스가 쳐들어와도 어떤 사람은 끄떡없고 어떤 사람은 바로 감기에 걸려서 골골 거린다. 그건 왜 그럴까? 또 추운 겨울에 얼음장을 깨고 냉수마찰을 해도 절대 감기에 걸리지 않는 가하면, 옷을 몇 겹으로 껴입고도 오고가는 감기에 다 걸려서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또 왜 그럴까?
답은 역시 본인의 면역능력 차이 때문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감기가 잘 낫지 않는 사람은 누구 탓도 아닌 바로 자기 탓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은 인체에 쳐들어온 바이러스를 잘 막아내서 감기에 안 걸리는데, 자기는 부실한 기력 때문에 못 막아내고 감기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즉 바이러스보다도 남들보다 약해져있는 본인의 면역능력이 감기를 불러 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및 적절한 운동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한 면역력 강화가 바로 감기예방법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효율적으로 면역과 기력을 강화시키는 좋은 의료시스템이 있다. 외국에서는 어렵게, 그것도 고비용으로 접근하는 한의학을 우리는 가까운 주위 곳곳의 한의원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으니, 이도 참 행복한 일이다. 그야말로 선조들에게 감사할 일인 것이다.
앞으로 감기 걸리면 하루빨리 한의원을 가자. 내 몸에도,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그 방법이 가장 최선이다. 고생할 것 다 고생하고, 몸과 마음이 다 쇠약해진 상태로 한의원에 찾아가게 되면, 늦게 나을 뿐만 아니라 약값 또한 비싸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