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숙
산과 나 10
천성산
천성산은 경남 양산군과 울산시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천성산은 천성산 제1봉(922.2m)과 제2봉(812m)이 있다. 원래는 제2봉을 천성산이라고 하고, 제1봉을 원효산이라고 불렀는데, 최근 한국의 100명산을 정하면서 이렇게 정리하였다고 한다.
오늘 산행은 KJ산악회의 산행에 따라 갔다. KJ산악회는 같은 산이라도 재미있는 코스를 택해서 산꾼에게는 매력 있는 산악회다. 나의 친구는 최종석 혼자뿐이다. ***도 가려고 하였는데 나오지 않았다. 아마 28산행에서 술을 너무 마셔서 못 온 것 같다. 9시 20분에 현지에 도착하여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코스는 공룡능선 제2봉, 제1봉, 원효사를 거쳐 홍룡사가 종점이다. 출발점부터 급경사이다. 웬만한 급경사도 1시간 정도 걷고 나면 평평한 능선이 나타나는데, 천성산의 공룡능선은 몇 마리 누워 있는 것 같이 작지 않은 봉우리가 많았다. 출발점에서 제2봉까지 가는데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으나 9개는 되는 것 같다.
이 봉우리들 중에서 3, 4개는 한 개의 산과 같다.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시간과 거리가 웬만한 산 하나 오르는 것과 같았다. 모든 봉우리들이 돌아가는 길이 없고, 하나 같이 봉우리를 거쳐야 되었다. 에누리가 전혀 없는 공룡능선이다. 설악산 공룡능선 못지않다고 떠드는 일행도 있었다.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이후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지, 어제 저녁잠을 설쳤기 때문인지 피곤이 나의 걸음걸이를 무겁게 했다. 보통 등산 초기에는 걸음걸이가 무거우나 2, 30분 걷고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 발걸음이 가벼워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일행의 제일 후미에서 산행을 하였다.
가이드는 제2봉을 지나서 점심을 먹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는데 제2봉을 오르기 전에 이미 오후 1시가 되었다. 후미 일행 여섯은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였다. 제2봉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한국의 대부분의 산이 그렇지만 천성산의 계곡도 장관이다. 나는 아직 내원사를 가보지 못하였는데, 계곡 저 밑 어디 지형과 경관이 좋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겠지 생각하면서 서서히 공룡능선을 넘었다.
제2봉에서 제1봉까지 산길은 임도와 억세 지대로 되어 있다. 별로 재미는 없으나 산길이 평탄하고 완만하여 걷기에는 좋았다. 제1봉은 군사시설 때문에 접근할 수 없고 돌아서 하산해야 한다. 정상 밑 원효사까지는 다른 방향에서 올라오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다.
최근 산행에서는 산행 중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되었지만 오늘은 갈증이 심하여 물을 점심 때 모두 마셔버렸다. 도중에 후미 가이드의 물로 목을 적셨으나 갈증은 여전하다. 원효사에 도착하여 먼저 물을 찾았고, 시원한 물을 두 사발 마셨다.
아아! 물맛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절터는 대부분 그렇지만 원효사의 절터도 범상하지 않았다.
원효사에서 홍룡사까지는 급경사이다. 홍룡사 옆에 있는 홍룡폭포는 높고, 수량도 많아 장관이다. 4시 30분에 홍룡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오늘 산행에서는 봄이 이른 탓인지 진달래가 만개하지도 않았고, 산수유 외에는 다른 봄 꽃을 볼 수가 없었다. 봄꽃 사진 찍기는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