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문학 일지. ‘함박눈’
11. 28.
사박 사박 내리는
함박눈, 함박눈을 보면서
남진원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아침이다.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함박 함박 내리는 눈을 보면 막걸리를 마시거나 차를 마셔야 한다. 아름답고 멋진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기에는 아쉽기 때문이다. 나는 술 보다는 차를 마시는 게 좋다. 오늘 아침도 함박눈을 보며 차를 마셨다. 그간 써 놓은 시를 보니 차 마시는 내용이 꽤나 많았다.
오늘 내리는 눈은 117년 만의 ‘폭설이며 첫눈’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마을은 그리 폭설이 아니다. 전에는 1m도 넘는 눈이 내렸다.
차를 마시며 시를 썼다.
함 박 눈
함박눈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린다
한참을 바라봐도
평화로워라
참, 기분이 좋다
( 2024. 11. 28 )
함 박 눈
잠든 밤에
잠든 나를 생각했구나
눈 뜨는 아침에야
하얀 눈이 선물처럼 내린다
‘첫 눈!’
보라고
설날 아침처럼
얼른 세수하고
밥 먹고 …
차를 마시며
첫눈을 본다
말만 듣던 ‘행운’을
내가 맞는다
( 2024. 11. 18 )
함 박 눈
함박눈이 내린다
소나무마다
작은 풀잎 마다
내가 사는 곳을
이렇게 멋지게
꾸며주다니 …
우리 마을이
살아 움직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다.
( 2024. 11. 28 )
함박눈
함박눈이 내리면
창가에 앉아
조용히 눈을 봅니다
소리 내지 않고 내려오는
발 없는 발걸음, 함박눈
고향을 찾아오는‘ 나그네 같은
눈을 봅니다
힘들고 우울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눈을 봅니다
뜨거운 김 오르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철없이 눈을 맞이합니다.
행복한 시간입니다
(2009. 11. 2)
함박눈
펄 펄 펄
함박눈 내린다
휴대폰부터 찾았다
얘들아
함박눈 온다 …
강아지, 밍크가 나보다 더 좋아하고
정원엔
왠?
걸어다니는 눈사람
풀 풀 풀
날아다니는
하얀 꿈의
겨울 동화 세상
(2024. 1. 30)
함박눈
흰 나비 떼
하늘나라 흰 나비 떼
하늘나라에
무슨 잔치가 벌어진 걸까
수 천 수 만 나비떼
춤 추며 날아내리네
노랫소리
들리지 않지만
나풀나풀 춤추는 걸 보면
상상할 수 있지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일까.
얼마나 아름다운 향연일까.
함박눈
너도 입어라.
너도 입으렴.
겨울 요정은 인심이 좋아.
모두에게
두툼한 솜옷 한 벌 씩
꺼내 입힌다.
(2023. 7,20)
함박눈
함박눈이 내립니다.
창가에 앉아
조용히 눈의 귓속말을
듣고 있습니다.
함박눈
소리내지 않고
내려오는
발걸음
세속을 떠나 살던 이가
편안하게 고향을 찾아오는
발걸음 같은
눈을 봅니다.
나는 힘들고 우울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그대로 눈을 맞이합니다.
오늘 하루는
번잡한 일상을
가만히 덮어놓고 눈을 봅니다.
커 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철없이
눈을 맞이합니다.
(2009. 11. 2. 11:41.)
함박눈
함박눈 내리는 밤 그대와 걷는 길
왼쪽 팔에 끼어 넣던 그대의 오른쪽 팔
눈길에 마음길까지 다소곳이 이었네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함박눈
등잔불 옆 화롯불 화롯불 옆 할머니
함박눈은 마음 턱 놓고 마당에 내려앉는다
아랫목 잠든 동생의 꿈은 점점 깊었네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함박눈 내리는 날
함박눈 내리면 세상은 갑자기 변해 버리죠
하얀 나라 하얀 나라 은색 궁전 속에 서 있죠
나의 멋진 친구들아, 얼마나 들떠있는지
너희들 얼굴도 보고싶구나 보고싶구나
함박눈 내리면 기쁨이 커서
누구도 그 기분을 알지 못하지
노래하고 싶은 마음 아 ~ 둥둥 날아다니죠
날아다니죠.
함박눈 내리면 마음도 갑자기 변해버리죠
하얀 마음 하얀 마음 꿈의 궁전 속에 서 있죠
나의 멋진 친구들아, 얼마나 신나하는지
너희들 목소리 궁금하구나 궁금하구나
함박눈 내리면 즐거움이 커서
누구도 그 기분을 알지 못하지
춤추고 싶은 마음 아 ~ 둥둥 날아다니죠
날아다니죠.
( 2018.2.18. 밤에 「솔바람 」에 보냄 :조옥수씨 메일)
함박눈 내리는 날
함박눈이 내립니다.
창가에 앉아
조용히 눈의 발자국을
보고 있습니다.
소리내지 않고
내려오는
발걸음
세속을 떠나 살던 이가
편안하게 고향을 찾아오는
발걸음 같은
눈을 봅니다.
나는 힘들고 우울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그대로 눈을 맞이합니다.
오늘 하루는
번잡한 일상을
가만히 덮어놓고 눈을 봅니다.
커 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철없이
눈을 맞이합니다.
(2009년 11월 2일)
함박눈 내리는 산골의 밤
하얀
눈이 옵니다
눈에 안겨
마을이
포근히 잠이드는
동화속처럼
아름다운
밤
부엉이
소리도
멀어지고
모두가
백옥 이불을 덮고
꿈을 꿉니다.
( 1983. 7. 20. 『까치소리』, 한국대표 동시 모음집)
( 1992. 5. 6. 제7시집.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함박눈 내리는 산골의 밤
십년을 내릴 눈이
한꺼번에
내리고 있습니다
이따금
삽살개 짖는 소리가
눈사람처럼 울타리에 걸렸다가 사라지면
인적 끊긴
산마을엔
흰옷 입은 나무들만 망을 보고
마을이
바닷속보다 깊은 고요 속에
살쪄가고 있습니다.
( 1988. 8. 30. 제4시집<동시집>, 『풀잎과 코스모스에게 』)
그 밤 함박눈
그 밤
함박눈 맞으며 걷던 길
왼쪽 팔에다
마음 끼어 넣던 그대 오른쪽 팔
다소곳이…
눈길에 마음 길 까지
하나로 이어지던 길….
( 2018. <관동문학> 31집 )
함박눈이나 보라 한다
[1]
영악한 아이들은 칭찬 받을 생각에만 골몰했지.
제 잘못은 감추어놓고 남의 잘못만 끄집어냈어.
들쑤셔, 상대를 물어뜯으며 착한 일 했다면서 자신을 칭찬해달라고 선생님을 쳐다봤지.
[2]
그런 애들이, 패를 지어 못된 일을 도맡았지
착한 사람 흉내 내며 범생처럼 행동했지
그래도 어린이니까 밉살스러워도 덮었다.
[3]
政爭의 모양들이, 편을 짜서 꼭 전에 하던 애들 전쟁놀이와 같다
옛날에 무지했던 아이들과는 달리, 더 못 봐 주겠다. 취업 전선에 허덕이는 젊은 대학생들이나 영세한 소상공인들, 법망을 피할 줄 모르는 착하고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저들, 왜 저렇게 이빨 빠질 듯 물고 뜯는지 아니?
분풀이 하는 것 아니면, 자신의 이익이 숨어 있거나, 모두들 차기 표밭에서 마음 얻으려는 수작이지.
[4]
겨울 들어 한 번도 눈다운 눈 없었는데
수작을 모두 덮어버릴 함박눈이 날린다.
일시에 마른 땅을 적시는 함박눈이나 보라 한다.
(2018.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