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우체부 아저씨
남 진 원
“태극기가 바람에… ”
정숙이와 미영이는 오늘 노래를 배웠습니다. 그 노래를 부르며 신작로 왼쪽 길로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갑니다.
그들 옆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반겨줍니다.
정숙이와 미영이는 올해 1학년. 둘도 없는 친구랍니다. 정숙이는 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큰데다 속눈썹이 길어 다른 사람들이 볼 때마다 예쁘다고 칭찬을 합니다.
한참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고 있을 때 멀리서 “찌릉 찌릉”자전거 소리가 들려옵니다.
“야아, 우체부 아저씨다!”
정숙이와 민영이는 안 봐도 다 알아차립니다. 둘은 학교에 들어가면서 우체부 아저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과 같이 학교 공부가 끝나고 미영이와 정숙이가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을 때죠. 자전거의 벨이 울리며 우체부아저씨께서 정숙이와 미영이 옆을 지나치려다 씽긋 웃으며 타라고 하였답니다.
그때부터 우체부 아저씨는 정숙이와 미영이를 자전거에 태워 주었습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와도 같았습니다.
우체부 아저씨는 꼭 자전거 벨을 두 번 씩 눌렀습니다. 자전거 벨 소리를 들으면 금방 우체부 아저씨인줄 알았습니다.
“우체부 아저씨?”
정숙이와 민영이가 손을 치켜들고 우체부 아저씨에게 달려갔습니다.
“오! 너희들이구나.”
둘은 우체부 아저씨를 바라보았습니다.
“타거라.”
여느 때와 같이 정숙이는 우체부 아저씨 앞에 타고 미영이는 뒤에 탑니다.
“아저씨 등을 꼭 잡아요. 떨어질 염려가 있어요.”
언제나 미영이에게 말씀하십니다. 미영이가 우체부 아저씨 뒤에 탔으니까요.
“정숙인 참 예쁘단 말이야.”
우체부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며 칭찬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미영이는 약이 바짝 올랐습니다.
“아저씨. 난 안 이뻐요?”
우체부 아저씨는 미영이 말에 한참 동안이나 껄껄 웃으십니다.
“이쁘지, 이쁘고 말고.”
“근데 왜 정숙이만 이쁘다고 하시죠?”
“그 말 안에는 너도 포함이 되어 있는 거란다.”
그제서야 미영이는 기쁜 웃음을 지었습니다.
자전거가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마다 정숙이 엉덩이도 미영이 엉덩이도 같이 튑니다.
어느새 자전거는 정숙이와 미영이가 사는 동네에까지 다 왔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얼굴이 탄가루에 묻어 깜둥이 같습니다. 아이들은 부럽다는 듯이 쳐다봅니다. 누런 이가 보이는 아이도 있고 콧물을 훌쩍 들이마시는 아이도 있습니다. 정숙이와 민영이는 절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우리 예쁜 공주님들. 자, 이제 내리실까요?”
“고맙습니다. 내일도 태워주세요.”
그 말에 아저씨는 웃으시며 손을 흔듭니다. 그 때 또 ‘찌릉 찌릉’자전거 벨 소리가 두 번 울리고 있었습니다.
(1979년 6월 17일 일요일 소년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