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 1차(칠장사-옥정현 11.45km)□---새해 첫 산행 눈길을 하염없이 걸었네
△산행일시:2010년 1월 17일 일요일 맑음
△참가자:두메나산골 회원 5명
△산행구간
▲정맥구간(10.25km)
칠장산-2.25km-칠현산-3.75km-470.8봉-4.25km-옥정현
▲접속구간(1.2km)
칠장사-1.2km-칠장산
△금북정맥을 시작하며
금북정맥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서 출발하여 충청남도 태안군의 안흥진에 내려서는 정맥으로 한강이남 금강이북을 달려
한반도 서쪽을 남북으로 가르는 형태를 하고 있는 도상거리 약 240km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이정락 대장님께서 심사숙고하여 총 21구간으로 설계하셨는데, 1,2구간 칠장산에서 엽돈재까지는 경기도와 충청북도
지역에 걸쳐있기도 하지만 그 외의 구간은 충청남도의 천안시, 연기군, 공주시, 예산군, 청양군, 홍성군, 보령시, 서산시,
태안읍, 태안군 등 충청남도의 곳곳을 두루 거치며 진행하게 된다.
주요 산으로는 칠현산(七賢山:516m)·청룡산(靑龍山:400m)·성거산(聖居山:579m)·광덕산(廣德山:699m)·
백월산(白月山:395m)·오서산(烏棲山:790m)·보개산(寶蓋山:274m)·월산(月山:395m)·수덕산(修德山:495m)·가야산(678m)·
팔봉산(362m)·백화산(白華山:284m)·지령산(知靈山:218m)등이 있는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790m인 오서산일 정도로
1000에 이르는 봉이 전혀 없는 충청도 양반들의 기질이 만들어지게 한 온화한 흐름의 산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우리들은 오늘 첫발을 떼고 11월 3주에 금북정맥 종주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산행기록
8:30 칠장사 들머리 출발. 들머리 초입부터 눈이 녹지 않았으니 오늘은 눈만 밟게 될 것이다. 칠장사 주차장에 승용차
다섯대가 있다. 우리처럼 산행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차량이 세대다. 산죽군락을 오르면서 60대 초로의 남성 두분을
만났는데, 전주에서부터 승용차로 왔다고 한다. 대간, 낙동정맥 등은 산악회를 이용하고 금북정맥, 한남정맥 등은 승용차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도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남부지방에서 승용차로 올라와 마루금을 잇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분들도 우리처럼 오늘 옥정현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8:47 칠장산, 칠현산 갈림길. 좌측 칠현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전주에서 온 분들은 칠장산에 올랐다가 우리와 같은 방향을
진행한다고 한다. 한남금북을 아직 타지 않았기 때문에 칠장산에서 한남금북, 금북정맥 분기지점까지 이어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수북이 덮인 눈길을 걷는 발자국 소리가 정겹다. 바람이 눈을 몰아다 놓은 곳은 스틱으로 찔러보면
아직도 30cm 이상 눈이 쌓여 있는 곳도 있다. 영하의 날씨이긴 해도 그다지 낮지 않고, 바람도 없으니 걷기에 좋고 조망도
탁 트여 마음이 상쾌하다.
9:05 넓은 헬기장. 누군가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 발자국이 없는 눈 쌓인 헬기장을 돌아다니며 눈 밟히는 소리를
즐겨보고, 기념 촬영도 하고 산악회 리본도 맨다. 우측 직진방향으로 진행.
9:10 칠현산 가는 우측 방향은 넓게 골프장 필드가 펼쳐져 있다. 멀리서 볼 때는 눈 덮인 평평한 필드가 저수지나 강의 물굽이
지점처럼 보이기도 했다.
9:12 ‘칠순비부부탑’이란 비석이 있는 돌탑파고다 싸리재. ‘김성기, 임경순’씨 부부가 건강을 위해 매일 산행을 하며 쌓아
탑을 완성하고 2002년 11월에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고갯길 넘어 오름길.
9:32 칠현산 오르는 길은 단풍나무와 신갈나무 등의 활엽잡목 군락이고, 소나무는 드물다.
9:35 칠현산 정상. 약 50~60cm 돌무더기 위에 오석 정상석이 있다(516.2m). 정상석 앞에는 삼각점도 있다. 정상부는 한
무리의 산악회가 머무를 수 있는 공터 갈림길 삼거리인데 정맥은 우측 덕성산 방향으로 달린다. 이정목에 좌측길은 명적암
가는 길이라 안내되어 있다.
칠현산의 원래 명칭은 아미산이었는데, 이 산에서 못된 짓을 일삼던 7명의 도적을 칠장사에서 수도 중이던 혜소국사가
교화를 시켰고 그들이 도를 깨달아 칠현으로 거듭 났다고 하며, 그후, 산 이름이 칠현산이 되었다고 한다.
칠현산에서 200여m 내려오면 헬기장이 있다. 마루금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백사장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나,
정맥길이라서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아서 럿셀을 하고 가지는 않기 때문에 다행이다.
9:50 곰림봉(513m). 부근에 곰내미 마을이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자연석에 돌로 긁어서 앞뒤에 ‘곰림정상. 광혜원’이라 써 놓았다. 지도를 보니 곰림정상의 좌측은 진천군
광혜원면이다. 나무에 3000산 오르기를 한다는 사람의 명찰도 달려 있다.
10:00 좌측에 고압 송전철탑. 덕성산 가는 마루금은 산마루 날등을 이어가는 길이어서 좌우가 탁트인 좌우 조망이 좋고,
바람이 일면 몹시 한기를 느낄만한 지형이다.
10:10 갈림길 삼거리. 생거진천이라는 구호를 쓴 이정목에 ‘무술마을 2.2km, 병무관 3.5km’라 써 있다. 덕성산 부근이 경기도
안성시와 충청북도 진천군의 경계인데 이정목이 있는 지점이 진천땅이기 때문에 ‘생거진천’이란 구호를 써 놓았나보다.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진천이 살기 좋은 곳이고 용인엔 명당이 많다는 의미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조사해 보니 ‘생거진천, 사거용인’의 유래에 얽힌 전설도 있었다.
‘옛날에 진천에 살던 어느 생원의 딸이 용인으로 시집가서 아들을 낳고 살다가, 남편이 일찍 죽어 청상과부가 되었다. 그래서
어린 아들을 시집에 두고 진천으로 개가를 하여 진천에서도 아들 낳고 남부럽지 않게 사는데 용인에 두고 온 아들이 늘
마음에 걸렸다. 용인의 아들이 장성하여 친어머니를 모시겠다고 진천에 찾아왔다. 진천의 아들은 안 된다고 할 것은
당연지사이고... 서로 싸우다가 용인의 아들이 진천의 원님에게 소장을 내어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였다. 고을 원님은
고심 끝에 생전에는 진천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용인에서 모셔 제사지내라는 '생거진천사거용인'의 판결을 내렸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말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 병무관이란 마을이 있는데 이는 김유신 장군이 화랑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집을 짓고 10여리 떨어진
화랑벌에서 무예를 익힌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하고, 무술마을은 무티고개에서 비롯된 지명으로 무티고개는 무치(武峙)
또는 무위치(無爲峙)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병무관처럼 화랑들이 무예를 연마한 것과 관련된 지명이며. 무수(無愁)
마을은 한자 뜻처럼 근심없는 마을로 임진왜란 때의 피란처였다고 한다.
오늘 산행 들머리 칠장사는 5.2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좌측 병무관 방향으로 정맥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 덕성산이 있기
때문에 다녀오기로 한다.
10:22 덕성산(519m). 돌탑이 있다. 멋진 소나무 네그루와 벤취가 있다.
10:30 다시 갈림기로 돌아와서 우측 무술마을 방향 내리막길 진행.
10:40 414봉 지남. 우측으로 휘어 내려간다.
10:50 또 하나의 봉우리를 지났다.
11:00 470봉. 정상석은 없다. 공터가 거의 없는 뾰족봉이다.
11:18 또 하나의 봉우리를 지남. 계속 좌우가 터진 날등을 타고 간다.
11:25 ‘470.8m, 준.희’ 패찰이 참나무에 걸려 있는데 봉우리는 100여m를 더 진행해야 한다. 패찰 붙임 지점이 잘못되었다.
11:27 봉우리. 이곳이 470.8봉일 것이다. 좌측 직진방향 내리막으로 진행한다.
11:50 또 하나의 봉우리 지나 계속 직진방향 내리막길.
11:55 원형 돌탑이 있는 무티고개 넘어서 직진하여 오른다. ‘대방.안성8광’이라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명칭을 쓴 사람이
‘무티고개’란 명찰을 나무에 걸어 놓았다.
12:10 갈림길 봉우리. 정맥은 우로 휜다.
12:17 사장골 정상. ‘대방.안성8광’의 ‘사장골정상’이란 명찰이 나무에 걸려 있다. 정맥은 좌로 휜다.
12:35 정상에 30cm 정도의 자연석이 세워져 있는 450봉 정상. 직진.
12:45 날등으로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을 따르지 않고, 무이산 정상을 거쳐가기 위해 발자국이 없는 급경사를
럿셀하여 올라 무이산 정상(462.2m) 도착. 약 50cm 높이의 자연석이 세워져 있는데 글씨는 써 있지 않다. 우측 급경사면을
럿셀하여 내려간다.
12:55 돌탑이 있는 만디고개를 넘어 오름. 이곳에도 ‘대방.안성8광’의 명찰이 붙어 있다.
13:11 정면의 450봉을 넘어 좌로 틀어 밋밋하게 내려간다.
13:20 정상 경사진 흙더미에 통나무 의자가 있는 고라니봉(405m) 삼거리. 나무판자에 매직으로 ‘고라니봉’이라 쓴 팻말이
박혀 있다. 우측으로 진행. 옥정현에 곧 내려설 수 있을 듯하면서 계속 봉우리가 나타나고 능선이 이어진다. 눈쌓인 길을
걷는 것은 백사장 걷는 것처럼 체력소모가 크고 무릎에도 과부하가 걸려 무릎도 아파온다.
13:23 정맥은 좌측으로 급히 꺾어져 내려가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멀리 옥정현 도로가 보인다.
13:30 정맥의 흐름은 직진방향 날등인데 날등 쪽이 장뇌산삼을 재배하는 사유지여서 막아놓았기 때문에, 우측으로 틀어
급경사 내리막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내리막길에 리본이 많이 붙어있고 발자국도 모두 비탈면으로 진행했다. 옥정현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아이젠을 꺼내지 않고 스틱을 사용해 몸을 좌우로 틀며 나선형 내리막을 진행한다.
13:35 비탈을 따라 계속 내려오다가 좌측으로 틀어서 옛고갯길을 따라 오른다. 다시 마루금 쪽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날머리 587번 도로에 ‘옥정재’란 이정표가 있지만, 그것은 도로 신설 후의 안내판일 것이고, 아마도 이 고개가 옛날에 불리던
옥정현이었으리라.
13:40 왕복 2차선 587번도로의 옥정재(해발 390m)에 내려서서 산행 종료. 충북 진천군 이월면과 경기도 화성군의 경계인
왕복 2차선 도로이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의 칠장사를 출발하여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의 옥정재에 내려섰으니 오늘은 2개도를 잇는 산행을
한 것이다.
△산행후기
다섯시간 남짓을 눈길만 걸었다. 체력소모가 커서 힘들긴 했지만 오랜만에 비교적 포근한날씨에 탁트인 눈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또한 행운이었다.
10여년전 여름철에 이 코스를 걸었었는데 그 때는 가시덩굴, 풀숲을 헤치고 진행하는 것이 몹시 힘들었는데 오늘은 탁
트인 조망에 거추장스런 것 일체 없는 끝없는 설국이었다.
남자들 다섯이 단출하게 걸으니 산행 속도도 비교적 빨랐다.
산행을 마치고 옥정재에서 조금 내려와 길가의 ‘손두부마을’ 식당에서 두부찌개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맛있는 산채를
푸짐하게 제공해주고 약초주도 곁들여주는 주인 아낙의 넉넉한 인심에 찌개맛은 배가되었다. 박창용 회원이 보내온
고래고기를 걸쳐 한잔 넘기는 맛 또한 금북정맥 첫발을 떼는 기억의 소재로 부족함이 없었다.
첫댓글 대청호님의 소중한 기록이 년말에는 아마도 흐뭇한 한권의 책으로 엮어질것을 예갑합니다.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