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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 세계 문학 001 중국 문학 바다소 차오원쉬엔 단편집
차오원쉬엔 글 | 첸지앙홍 그림 | 양태은 옮김 208쪽|8,000원|2005년 6월 15일 출간 신국판 변형|초등 고학년 이상 |
■ 수록 작품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아추>
■ 작품 소개
"성장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주는 작가, 차오원쉬엔의 단편 문학의 정수들"
《바다소》는 국내에도《빨간 기와》《까만 기와》《상상의 초가 교실》등으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단편집이다.
책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들은 길이가 짧은 만큼 더 강렬하고 응축적인 작가의 분위기를 보여 주고 있다. 사춘기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 빨리 성장해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 세상에 대한 상처와 분노에 이르기까지 그 또래의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각각의 단편에서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룬 네 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어느 새 차오원쉬엔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성장기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작가 자신의 고향 모습이기도 한 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차오원쉬엔의 이 단편집은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서정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체는 화가 첸지앙홍의 그림과 만나면서 더욱 풍부하게 전달되고 있다.
첸지앙홍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화가로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 속에 숨겨진 내용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해 주었다. 그는 신선한 색감, 강력한 붓터치, 전통미와 현대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 솜씨로 한 컷 한 컷 접근하여 글의 상상력을 한껏 넓혀 주고 있다.
1. 빨간 호리병박
갈대로 뒤덮인 강기슭에 사는 뉴뉴는 매일 강가에서 헤엄치는 완에게 이끌리지만 쉽사리 완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빨간 호리병박을 옆구리에 끼고 매일 헤엄을 치는 소년 완은 아버지는 감옥에 가 있고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외로운 소년이다. 어느 날 마름 열매를 따던 뉴뉴에게 다가온 완은 열매를 따 뉴뉴에게 한가득 안겨 준다. 완의 열매를 받은 뉴뉴. 그것을 보고 기뻐하는 완.
그 날 이후 뉴뉴는 점차 완과 친해지고 같이 강에서 헤엄친다. 완의 호리병박은 뉴뉴의 것이 되고 뉴뉴는 완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뉴뉴에게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완은 어느 날 강 건너편에 가 보고 싶어하는 뉴뉴를 데리고 강 한가운데로 헤엄쳐 간다. 그 곳에서 갑자기 뉴뉴의 호리병박을 뺏어 버리는 완. 뉴뉴는 깜짝 놀라 물에서 허우적대면서 울부짖는다. 완은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뉴뉴와 완에게 빨간 호리병박은 어떤 의미일까.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그래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이 시기 아이들의 심리……, 그리고 사랑이라기엔 미묘한 감정과 그로 인해 한 뼘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강가를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2. 바다소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소년의 의지와 용기가 빛나는 작품
소년은 부모 없이 자신을 이제까지 키워 주신 늙으신 할머니가 안쓰러워 이제는 자신이 할머니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자 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이제까지 힘들게 모은 돈으로 바다소를 사러 홀로 떠난다. 바다소는 소년이 사는 농촌 마을에서 힘이 약한 흙탕물소와는 달리 힘세고 일을 잘 하기 때문에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소년은 바다소의 강인함과 함께 그 거칠고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성깔을 좋아한다. 소년이 바닷가에서 가장 거칠고 강인한 바다소를 사고 돌아오는 길……. 소년은 용기를 잃지 않고 바다소를 길들이려 하고, 바다소는 소년에게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모든 소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전설 속의 주인공이 되기를 꿈꾼다. 아직 자신에게 벅차기만 한 존재인 바다소. 포기할까, 한 번 더 부딪쳐 볼까, 내가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과거에 겪어 보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 앞에서 갈등하는 소년의 심리와 더불어 힘들지만 결국 이겨 내는 소년의 의지와 용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자신의 바다소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 땐 힘들고 지나가기 어려운 걸림돌을 자신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아름다운 디딤돌로 만들었던 소년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3. 미꾸라지
나와 다른 모습의 친구를 이해하고 껴안으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 지방의 아이들은 물이 가득 찬 논에서 ‘카’라는 도구로 미꾸라지를 잡는다. 싼류와 스진쯔도 미꾸라지를 잡는 아이들 중 하나이다. 둘은 같은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지만 성격과 생김새는 정반대이다. 스진쯔는 덩치가 크고 제멋대로이고 싼류는 깡마른데다 의기소침하다. 한편 남편이 일찍 죽고 홀로 오리를 치며 사는 완은 싼류에게 어머니와 같은 정을 준다. 그런 모습에 샘이 난 스진쯔는 자신보다 힘도 약하고 부모 없는 고아인 싼류가 맘에 안 들어서 싼류를 업신여기고 미꾸라지를 잡지 못하게 괴롭힌다. 그리고 그로 인해 두 소년은 심하게 싸우게 된다. 싼류를 심하게 괴롭힌 날 스진쯔는 자신 때문에 우는 싼류와 완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가진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
그 날 이후 두 소년은 서로 배려하게 되고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서로 친해지면서 거칠었던 스진쯔는 부드럽게 변하고, 의기소침했던 싼류는 밝고 명랑한 아이로 변해 간다.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의 차이를 껴안으면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4. 아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외롭고 혹독한 성장기를 보내는 소년 아추.
세상을 거부하는 아추의 마음 속 외로움과 그리움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
아추가 여섯 살 때 아추네 마을 사람들은 배를 타고 옆 마을로 단체 영화구경을 가게 된다. 그런데 정원 초과로 인해 배는 뒤집히고 아추의 부모님은 수영을 못해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아추의 아버지가 물 속에서 자신을 붙잡았지만 재치 있게 뿌리치고 살아 남았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다거우의 아버지.
그 날 이후로 아추에게 세상 사람들은 모두 복수의 대상이 된다. 어린 소년의 마음에 싹튼 복수의 씨앗은 사회에 대한 삐딱한 행동으로 표출된다. 다거우를 불러내 어둡고 무서운 곳에 홀로 버려두고 오기, 미운 선생님 똥간에 빠뜨리기, 고자질한 동네 아저씨가 먹을 수박 미리 먹고 오줌으로 채워 놓기 등등……. 유쾌하지만 한편으론 쓸쓸한 아추의 복수. 그런 아추에게 웬일인지 함부로 야단칠 수 없는 어른들의 마음. 그런데 이렇게 복수를 하는 아추의 마음은 통쾌하기만 했을까.
위악을 가장하는 아추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작가 차오원쉬엔은 아추가 왜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 주며 사회적 편견이 아닌 아추의 입장에서부터 이야기를 펼쳐 독자에게 생각의 고리를 던진다. 아추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그 어린 소년의 마음 속 외로움과 그리움에 마음이 찡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작가 차오원쉬엔(曹文軒)
한 집안의 삼대가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작가
중국의 아동 문학은 영미 문학이나 일본 문학에 비해 아직은 낯설지만, 최근 조금씩 소개되고 있다. 요즘 소개되는 중국의 작가들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가 차오원쉬엔이다. 국내에는 그의 작품《까만 기와》《빨간 기와》《상상의 초가 교실》이 이미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다.
차오원쉬엔 작품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60~1970년대 중국의 강과 호수가 있는 농촌이 배경으로 등장해 차오원쉬엔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많이 발표한 그는 성장기 아이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자신의 어린시절 고향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는 자신을 추억에 기대어 쓰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의 중국 아이들도 즐겨 읽는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중국에서 할머니와 엄마, 아이 삼대가 같이 보는 베스트셀러로 여섯 살에 읽어 좋은 책은 예순 살에 읽어도 좋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 주는 서정적이고 뛰어난 작품들이다.
우리 나라에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중국에서 차오원쉬엔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지닌 스타 작가이다. 차오원쉬엔은 1954년 1월 중국 장쑤(江蘇) 성에서 태어났다. 현재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의원, 베이징 시 작가협의회 이사, 베이징 대학 중문과 교수이며, 중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우울한 전원》《산양은 하늘풀을 먹지 않는다》《소년》《큰 물결》《영원한 추종》등이 있고, 많은 작품들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번역 소개되었다. 《산양은 하늘풀을 먹지 않는다》로 제3회 쑹칭링 문학상 금상을 수상했고,《쪽빛꽃》과《상상의 초가 교실》로 빙신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그밖에도 중국작가협회 아동문학상, 국가 도서상 등 중국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문학적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04년에는 안데르센 상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바다소》는 1994년 ‘중국시보(中國時報)’ 10대 우수작품상을 받은 단편집《빨간 호리병박》에서 우수한 네 편만을 모아 엮은 것이다.
■ 화가 첸지앙홍
선의 울림이 느껴지는 화가
세계 문학의 경우에는 우리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쓰였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는 데 때로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다림 세계 문학의 첫 권인《바다소》의 경우에도 작품 속에 있는 중국 특유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화가와 그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바다소》의 그림을 그린 첸지앙홍은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후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1963년 중국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한 뒤, 1987년 프랑스 파리의 예술학교 (L'Ecole Beaux-Arts)에서 실력을 쌓았다. 1994년부터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작은 돌의 여행》《불의 용》《작은 독수리》《중국의 신화》등 중국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상징적이고 친근감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독일,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한국 등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불의 용》은 뢰이으-말매종 도서전의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상’, 카프팡트라 도서전의 ‘베를랭고 상’, 오트 루아르 독자심사단이 주는 ‘올해의 선정 도서’ 등을 수상하는 등 여러 작품이 권위 있는 상을 받았고,《한 간의 마법의 말》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단편집《바다소》에서 그는 중국 남부의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심리를 세련된 중국 화풍에 담아 작품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었다. <빨간 호리병박>에서는 완과 뉴뉴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해 주었고, <바다소>에서는 바다소의 강인함과 소년의 용기가 힘 있게 잘 드러났다. <미꾸라지>에서는 싼류와 스진쯔, 완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정감 있게 그려냈다. <아추>에서는 상처 입은 소년 아추의 심리를 잘 나타내 주었다.《바다소》의 그림을 통해 독자들은 글을 더 가깝게 느끼고 그림이 해 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 역자 양태은
1969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중문과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근현대 중국 최고의 작가인 루쉰의 문학을 특히 사랑하며, 좋은 중국 작품들과 어린이 문학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그 동안 옮긴 책은《바다소》 외에《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