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전의 본문을 열기 전에 몇가지 사전지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샤카족의 본거지이며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 동산을 살펴보는 것이다.
지금의 네팔(NEPAL)남쪽 국경 가까이에 카팔라 바스투(迦毘羅城)라는 작은 왕국이 있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부터 서쪽 200km 지점이다. 룸비니 동산은 네팔의 루판데히 지방에 위치해 있는데 ‘루판데히(Rupandehi)’ 는 ‘땅의 여신 루판데히 여신의 성지’라는 의미이다. 바이라와(Bhairawa)에서 서쪽으로 조금가면 데라이(Terai)지역이 나타나는데 룸비니 동산은 그곳에 있다. 룸비니(Lumbini)는 부처님의 외할머니 이름이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부처님 당시엔 수목이 울창하고 수많은 꽃나무와 여러곳에 연못이 있는, 세간에서 견줄바 없이 아름다운 동산이었다고 성전(聖典)에 기록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부처님 당시 인도사람의 종교관에 대하여 살펴볼 차례가 되었다. 당시 상류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아리안(Arian)들에겐 인류최초의 성전이라는‘리그베다(Rig-Veda)’가 있었다. 신(神)을 찬미하는 노래와 인간성의 자유 등 모든 철학적인 사상을 다루고 있는 성전이다.
그 책에는 다신교(多神敎)에서 범신론(汎神論)까지 각종 신관(神觀)을 보여주는데 대체로 보아 자연신(自然神)과 의인화(擬人化)된 신들로서 빛, 물, 어두움, 불 등을 신격화시켜 숭배하니, 전쟁의 신 ‘인드라(Indra)’, 태양의 신 ‘미트라(Mitra)’, 불의 신‘아그니(Agni)’, 하늘의 신‘바루나(Varuna)’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신에 충실하며 또 한편으로 자신(Atman)을 찾으려는 이들은 집안을 안정시키는 즉시 출가하여, 숲이나 아슈람(Ashram)에서 자아(自我:Atman)의 진리를 체득(體得)하기 위하여 갖은 고통을 감수하며 각자 스스로의 방법으로 자신에 적합한 수련법을 개발하여 궁극적으로 사회에서 존경받는 브라만(Brahman)이 되려 하였다.
샤카족들은 스스로를 이 세상 최초의 임금님인 마하삼마다 대왕의 혈통을 이어받은 선택된 종족이라 믿으며 최상의 자존심과 긍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문헌에 보이는 최초의 샤카족 나라 이름은‘부다가’국으로서 오카카(Okkaka)가 왕이었는데 그이가 바로 유명한 감자왕(甘蔗王) 이다.
감자의 팔리어는‘오카카(Okkaka)’ 혹은 ‘이크쉬바쿠(Iksvaku)’인데 그 의미는‘사탕수수’다. 이때 감자왕은 두 명의 왕비(王妃)와 같이 있었다. 감자왕의 제1왕비에게는‘장수왕자’가 있었는데 곧 ‘부다가’국의 태자가 되었다. 한편 제2왕비로부터도 4명의 패기 넘치는 왕자들이 있었다. 감자왕은 그의 젊은 왕자들이 힘을 합하여 남쪽의 아리안 제국들을 압도하는 강국으로 만들어 주기를 소원하고 있었다.
그 당시 ‘부다가’국의 남쪽에는 아리안 제국인 코살라(Kosala)와 마가다(Magadha)국이 큰 세력을 떨치면서 인도 천하의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었고, 그 외에도 갠지스강 남쪽으로 밧사(Vatsa)등의 강성한 세력들이 있어서 ‘부다가’ 정도의 이민족 소왕국은 그 독립을 유지하기가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카카왕의 기대와는 달리 왕자들간의 차기 왕권쟁탈전은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가며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이제 더 이상 왕자들의 싸움을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된 오카카왕은 두 왕비와 다섯왕자 그리고 전 대신들을 불러들여 어전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오랜시간 동안 뿌리깊게 자라온 이들의 앙금이 풀어지기는 커녕 오히펴 그 태도가 모호했던 대신들마저 임금앞에서 공식적으로 갈라서게 되고 말았다. 인구 백만을 넘지 못하는 소왕국을 둘로 쪼갤 수 없는 일이어서 오랜 격론 끝에 결국 제2왕비의 소생 네 왕자들이 나라를 떠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리하여 네 왕자들은 부왕과 제1왕비에게 하직인사를 올리고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좀더 강력한 나라를 만들어 주워 세력들의 위협으로부터 편안하게 살고 싶었던 백성들은 이 뜻밖의 결과에 어쫄 줄을 몰랐으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 마지막 남은 선택권으로 태자를 믿고 고향땅에 남아 살든지 아니면 4명의 왕자들을 따라 불안한 미지의 세계로 따라갈 것인지의 결론을 내려야 하게 되었다.
마침내 네명의 젊은 왕자들은 성문을 열고 긴 여정에 올랐으며 태자 에게 불안을 느끼고 있던 백성들은 모두 집을 버리고 왕자들의 행렬에 참가하니 성안의 반이 쓸쓸하게 비어 남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던 많은 백성들은 산기슭을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서 눈앞에 속속 나타나는 드넓은 대지와 풍요로운 산천의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다. 네명의 왕자들이 이끄는 이 샤카족 일행은 그들보다 먼저 와서 정착한 것 같은 샤카족의 일족인 코리아(Koli-yas)족의 영역을 지나게 되었다. 먼 타지에서 동족들을 만난 그들은 크게 기뻤으나 그렇다고 남이 애써 개간해 놓은 땅에 끼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코리야의 땅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그들의 눈앞에 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동산이 나타났다. 먼 훗날 부처님이 태어나실 성지 ‘룸비니 동산’이 그곳이다. 꽃동산을 지나 얼마쯤 더 가자 마침내 새 나라를 일으키기에 적당한 땅을 발견하게 되었다. 맑고 깨끗한 물이 강을 이루어 흐르고, 대지는 기름져 있으며 고향을 회상케 하는 희마리의 설산이 그 웅장한 모습으로 손짓하고 있는 바로 그런 이상적인 땅이었다. “자, 이곳에 우리들의 새 나라를 세우자.” 왕자들의 결정에 그들을 따르던 백성들은 일제히 환호 하였다. 왕자들은 소왕국 카필라바스투의 입국을 주위의 나라들에게 선포하고 네명의 왕자중 제일 큰 형이 제 1대 라자(王)에 올랐다.
카필라바스투는 즉시 현지에 살고 있던 검은 피부의 원주민들을 굴복시켜 노예로 삼고, 그 위에 군림하며 마하삼마다 대왕의 혈통을 받았음을 만방에 과시하였다. 이곳을 새나라 건립의 적지로 생각한 왕자들은 우선 그들의 안전을 지켜줄 성을 세워, 모든 백성들을 성안으로 옮겨 살게한 다음, 성주위의 가까운 땅부터 개간하여 나라의 질서를 잡아갔다. 드디어 역사적인 샤카족(Sakyas)의 카필라위(KapilaVasttce-카필라바스투)성이 탄생한 것이다.
성의 동쪽으로는 로히늬(Rohni)강과 티나우(Tinau)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반강가(Banganga)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었다. 바로 이웃에 ‘코리야(Koliya)’ 혹은 ‘데바다하(Devadaha)’라 불리는 동족(샤캬족)의 나라가 있어 한결 마음이 든든했지만, 남쪽으로 쿠시나가라(Kushinagar), 바이실리(Vaishali), 파바(Pava), 코살라(Koshala) 등의 나라들에 둘러싸여 불안하였다. 당시의 여러 군소 제국들중 코살라국(Koshala)과 마가다(Magadha)국이 유난히 강력했는데 마가다국은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코살라국은 바로 턱밑에 버티고 있어서 카필라바스투의 번영은 코살라국의 승인을 얻어야만 비로소 가능해 보였다. 제1대 라자(王)가 죽자 제 2, 제 3왕자가 차례를 이었으나, 그들 역시 젊은 나이에 요절하여 결국 막내왕자에게도 라자의 자리에 오를 기회가 왔다. 이 마지막 왕자가 바로 사자협인데 그로부터 부처님의 아버지가 되는 숫도다나(Subbhadana)라자가 태어나게 된다. 사자협(師子頰)의 원이름은 심하하누(Simhahanu)이다. 숫도다나 라자(王)는 한문으로 ‘정반왕(淨飯王)’ 이라 하는데 그 뜻은 ‘좋은 쌀을 가진 왕’ 이라는 뜻이다. 사자협(師子頰) 라자에겐 네명의 아들과 한명의 딸이 있었는데 장남인 숫도다나(淨飯)가 다음 왕위를 계승했고, 둘째 왕자 슈크로다나(白飯), 셋째가 도토다나(斛飯), 넷째가 아므리토다나(甘露飯)였다. 카필라바스투(Kapilavasttce)는 숫도다나 라자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라로서의 골격을 갖추게 되나 이때는 이미 남쪽의 강력한 코살라국의 번국(제후의 나라)으로 전락되고 있었다. 코살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한 불가항력이긴 했으나 자존심이 강한 샤카족으로선 대단히 치욕적인 사건으로 아리얀족에 대한 적개심이 한층 불타오르게 되었다. 정반왕 숫도다나 라자(王)가 카필라바스투를 이끌고 있을 당시 이웃의 동맹국이면서 같은 동족(Sakya)의 나라인 코리야(Koliyas)국에 수프라 붓다(Suprabuddha-善覺)가 라자의 자리에 있었다. 수프라 붓다 라자는 그의 아름다운 왕비를 위하여 카필라바스투와 데바다하(Devadaha)사이에 있는 동산을 아름답게 개발하고 왕비의 이름을 따 룸비니(Lumbini)동산이라 이름하였다. ‘룸비니’는 물론 수프라 붓다 라자의 왕비 이름이기도 하지만 또 지모신(地母神)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우리 민족이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보는 사상과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글/사진 김산호 화백 <출처 현대불교미디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