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모가
최은하(대전 둔산여고 2년)
향을 사른다.
서럽게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향불속에 녹아든다.
가늘게 흔들리는
아버지의 허전한 등 너머로
필통만한 지방 한 장에 담긴
어머니의 일생
살아생전 들지 못한 색색의 과일들과
먹어도 줄지 않는
메밥을 보며
너무도 일찍 지워진
어머니 발자국을 따라가 본다.
가족 위해 손 마를 날 없이
동동거리며
내가 아픈 날 밤 뜬 눈으로 새우고도
아침엔 은은한 햇살처럼
입가에 미소가 어렸던 어머니
어느 가을 이른 서리에
일찍 시들어
단풍처럼 화려한 마지막 노을
한번 피우지 못하고
태풍에 땡감처럼 떨어지신 어머니
하얀 대접 속
눈물 쏟아 모은 갱물에
촛불 그림자로 몸부림치는
내 안의 나를 보면서
마지막 술잔에 첨잔을 하며
내 생에 어머니 그 둥치에
잎으로 피길 비오니
진달래 꽃 핀 사이로 서역 먼 길
귀촉도 울음따라
앞만보고 가시옵소서.
*신라의 향가 - 제망매가를 인용한 시 인데... 제7회 한국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대전 둔산여고 2학년 최은하양의 작품
한 줄 한 줄이 가슴 깊이 와 닿고 마치 눈 앞에 제사 전경이 펼쳐지는 듯
어머니를 너무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이면서도
남겨진 어린애들 눈에 밟혀 발 걸음이 무거울어머니
이제는 훌훌털고 뒤돌아 보지말고 편안히 꽃길 서역 먼 길가시라는......
어린 여학생이 이런 시를 썼다는것은 벗으로선 너무나 부끄럽네요^^*
제망매가
生死路隱
생사로은
此矣有阿米次兮伊遺
차의유아미찰힐이견
吳隱去內如辭叱都
오은거내여사질도
毛如云遣去內尼叱古
모여운견거내니질고
於內秋察早隱風未
어내추찰조은풍미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차의피의부량낙시엽여
一等隱 枝良出古
일등은지량출고
去奴隱處毛冬乎丁
거노은처모동호정
阿也彌陀刹良逢乎吾
아야미타찰량봉호오
道修良待是古如
도수량대시고여
생사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삶과 죽음의 길은 이(이승)에 있음에 두려워하여 나는(죽은 누이를 이름) 간다고 말도 못 다 이 르고 갔는가(죽었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같은 나뭇가지(한 어버이)에 나고서도 (네가)
祭亡妹歌(제망매가)
작자 : 월명사
갈래 : 향가
연대 : 신라 경덕왕 19년 (760) 이전
형식 : 10구체 향가
구성 : 3단 구성(1-4행, 5-8행, 9-10행)
전절 : 죽은 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후절 : 인생의 무상감
낙구 : 불교적 믿음을 통한 재회의 다짐
표기 : 향찰
성격 : 서정적, 애상적, 추모적, 종교적,
주술적(배경설화), 비유적
표현 : 비유법, 상징법
제재 : 죽은 누이
주제 :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빌고 추모함.
내용 :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빌면서
극락세계에서 왕생(往生)하기를 염원함.
사상적 배경 : 불교적 윤회 사상
의의 :
1. 숭고한 불교적 신앙심이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2. 찬기파랑가와 함께 향가 중에서 표현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3. 뛰어난 문학적 비유를 통해 인간의 고통을
종교적으로 승화시킴
기타 : 이 노래는 일명 ‘위망매영재가
(爲亡妹營齋歌’)라고 한다.
출전 : <삼국유사(三國遺事)>권 5
〔배경설화〕
기록에 따르면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비는 노래로, 작가가 재(齋)를 올리며 이 노래를 지어 불렀더니 홀연히 바람이 불어 지전(紙錢)을 날려 서쪽(서방 극락세계 방향)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지전은 죽은 자에게 주는 노자(路資)로 지금도 장송(葬送) 때 볼 수 있는 것으로 꼭 불교 의식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죽은 뒤의 세계라고 하여 현세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 데서 나온 의식이다.
첫댓글 서럽네요~ 아직은 밝아야될 어린나이에 가엾은 존재 인간의 삶을 이미 알아버렸으니..
어린나이에 이런 시를 썼다는거 ......미래에 시인들의 앞날이 밝다고 봐야게지요 ^^*
절망과 슬픔을 "詩" 로 승화시킨 솜씨가 참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