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반갑습니다.
이 카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남도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고향과 남도의 이야기가 정서를 교감할 수 있게 하는 소재가 되지 않을까 해서 였습니다. 평소 써왔던 글 중에서 하나씩 올려보려 합니다.
동창생 여러분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남도의 '문화코드'-홍어이야기를 시작하며
나주 영산포 ‘홍어 1번지’에서 윤여정씨와 ‘홍탁’을 들었다. 윤씨가 10년만에 ‘대한민국 행정지명’이란 책을 출간한 다음, 둘이 마주했다. 축하의 자리로 내가 만나자고 했다. 점심때 광주에서 소렌토로 달려갔다. 그 음식점 2층에서 영산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캬~~~, 좋고!”
윤씨는 감격스러워 했다.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그는 득남을 한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그 때 먹은 홍어와 막걸리. 그 막걸리 맛이 심상치 않았다. 톡 쏘는 맛, 거기에다 솔잎향까지. 제주도에서 빚은 조껍데기 막걸리처럼 노란색이었다. 광주사람들은 무등산 들머리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제주도에서 가져오는 조로 만든 노란색 이 술을 즐겨 마신다.
“아니, 이 술은 어디서 오는 겁니까?”
주인장에게 물었다. 다도(전남 나주시 다도면)에 사는 할머니가 빚는 막걸리라고 했다. 그 때 아버지가 생각났다.
‘이 막걸리를 아버지에게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시골에 전화를 드렸다.
“이번 설엔 막걸리는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나주 솔잎막걸리가 (맛이) 보통이 아니어서요.”
이번 설날의 ‘홍탁 삼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영산포 '홍어1번지' 홍탁삼합. 홍어에다 막걸리(탁주), 돼지고기, 김치를 곁들인다.
이미 홍어집 주인장에게 “하루 전에 전화로 주문해서 설 하루 전날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시라”고 답했다. 그런데 설 이틀 전부터 기상청은 “눈보라가 몰아치겠다”며 서남해안 일기예보를 알렸다.
‘솔잎 막걸리는 틀린 것 아닌가!’. 일기예보대로 눈발이 거셌다. 그래서 홍어집 주인장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가져다 놓으라고 주문했다, 가지 못하면 어찌하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설 하루 전까지 오던 눈이 그쳤다. 점심때부터는 대로의 눈이 많이 녹았다. 엄청나게 많은 염화칼륨을 뿌린데다 햇볕이 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나주 다도로 출발했다. 집사람과 함께였다. 나주 남평읍 쪽에서 다도면으로 찾아갔다. 면소재지 농협 뒷편이었다. 경운기가 들락 날락 할 정도의 주조장 마당에서는 한창 막걸리 병들을 씻고 있었다.
“오전에 전화한 손님이어요?”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네~, (눈 때문에) 못 올 줄 알았는데 왔습니다.”
▶광주-전남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져 앞을 볼수 없을 정도의 눈보라 속에서 광주시내를 운행하는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운행하고 있다.
할머니가 다도주조장의 ‘장인(匠人)’이었다. 1.5ℓ 12병이 1박스, 3만원이었다. 그래서 2박스를 샀다. 그랬더니 일반막걸리 1ℓ짜리 5병을 덤으로 주었다. 그 곳에서 시음도 했다. 찬 바람이 부는 날씨였으니 찬 막걸리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다시 광주로 향했다. 그러다 다시 주조장으로 되돌아가 1박스를 더 샀다. 회사에서 퇴직한 선배에게도 보내기 위해서였다. 며칠 전 점심자리에서 이 막걸리 맛이 좋다고 (내가) 말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
눈발이 다시 내렸다. ‘막걸리에다 홍어를 곁들이면 더 좋을 텐데’
핸들을 광주(서구)에 있는 농수산물시장으로 틀었다. 그 곳은 수산물을 도·소매한다.가끔 아는 이들과 어울려 회에다 소주를 들며 정담을 나누는 곳이다. 그 곳에서 홍어를 샀다. 27호 상가 ‘홍어 전문점’. 양에 따라 1만원, 2만원, 3만원, 7만원, 10만원 짜리가 있었다. 먹기 좋게 손질된 것이다. 칠레산, 아르헨티나산이 주였다. 칠레산 10만원 짜리와 3만원 짜리 두 개를 샀다.
“애국을 끓이게 애도 주시지요?”
“예, 그럼요.”
홍어에 막걸리, 거기에다 홍어애국(탕)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졌다. 수산물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내린 눈은 쏟아지고 있었다. 시장을 빠져 나오는데 주변도로에서 거의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설날.
큰집, 작은 집 세배를 거의 마치고 마지막 세배코스직전인 우리집(고달리) 안 방이 꽉찼다. 홍어가 들어오고, 막걸리가 들어오고, 홍어애를 끓인 탕이 들어왔다.
“어! 홍어네.”
아버지는 막걸리를 따르기 시작했다. 모두 한 잔씩 막걸리를 받아 들고 덕담을 하며 건배를 했다.
홍어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왜 홍어를 삭히게 되었느냐 하면 영산강 뱃깃을 따라 홍어를 싣고 올라 오다 보면 시간이 지나거든.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여. 이쪽 사람들도 쏘는 맛에 길들여진 것이지.”
▶광주에 있는 홍어집에서 차린 홍어 상 차림.
과연 홍어와 막걸리는 훌륭했다. 일순간 대소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설날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 막걸리는 나주 다도에 있는 막걸리 주조장에서 가져온 것이라네. 솔잎 향기가 독특하제.” 연이어 3~4잔씩 막걸리를 들이켰다. “허, 이렇게 김치, 돼지고기도 곁들이고.”
어린 시절 전라선 타고 올라온 가오리를 주로 먹었던 우리집도 이젠 홍어를 더 즐겨찾게 되었다. 남도사람들은 모여서 잔치를 할 양이면, 홍어가 단연 음식목록 첫 번째를 차지한다.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 텁텁한 막걸리를 곁들이는 것이다. 홍어는 남도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식이자 ‘문화 코드’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이제 홍어와 남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자 한다.
다음 첫 <1>편은 '영산강 따라 북상하다'입니다.
첫댓글 홍어,삼겹살,김치를 곁들여 막걸리 한 잔이면 최고지...맛깔 스럽게 차려진 술상이라면 단숨에 달려가고 싶네그려. 나도 처가집이 함평 대동이라 홍어는 매년 먹는데...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저위 잘 차려진 홍어 상 차림에 한 잔이 생각난다. 좋은글 잘 읽었네.
경안 안녕~글게 아래쪽에선 잔치에 이거 빠짐 큰일나는줄 알지...고달리에 아직 부모님이 계시나보네~ㅎㅎ
삼합이라......나주 영산포에서 먹어야 제맛?... 잘 지내지?...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이네 ...저 노란 막걸리 정말 맜있던데 언잰가 그막걸리에 취한적이 있는데 너무 맛이 좋아 가끔씩 생각나던,,,,,추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