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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태국과 스리랑카에서도 야구를 한다?
미국, 일본 야구는 잘 알아도 태국이나 스리랑카의 야구는 생소하기만 하다. 25일부터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외에도 태국과 스리랑카가 참가했다. 객관적인 실력이 떨어지다보니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지 못하고 하위그룹인 B조에서 중국과 경기를 치른다.
예상대로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태국이나 스리랑카 야구 수준은 매우 낮다. 한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할 수도 없고 심지어 같은 B조의 중국과도 큰 격차가 난다. 첫 날 경기에서 태국은 중국에게 3-13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대회관계자들은 태국, 스리랑카의 야구 수준이 국내 중학교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야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환경 자체가 안스러울 정도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스리랑카 대표팀 유니폼은 스리랑카 성인야구대표팀을 맡고 있는 일본인 감독이 사비를 털어 만들어 제공했다. 그나마도 지원이 모자라 감독과 코치는 유니폼이 없이 그냥 사복을 입고 덕아웃을 지키고 있다. 나무배트가 부러질 때까지 여러 선수가 돌려쓰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태국도 스리랑카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지원 등이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태국의 경우 야구 역사가 17년 밖에 안되는데다 그나마도 일본인들이 주도를 했던 것이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비로소 정부 지원이 이뤄졌다. 현재 태국에는 유소년을 포함해 15개 클럽팀에 등록 선수가 400명 정도의 선수가 있고 스리랑카에는 27개 팀에 500명 정도 선수가 등록돼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 만큼은 연봉 1000만달러의 메이저리그 스타들 못지 않다. 타구를 힘있게 쳐도 내야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수비할 때는 공을 뒤로 빠뜨리기 일쑤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은 살아있다. 아직 야구 저변이 열악해 직업으로 삼기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의욕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
스리랑카의 창파 니르말라니 실바 단장은 "비록 선수들의 환경이 열악하지만 희망을 갖고 야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바 단장은 "어린 야구선수들이 대표선수로 뽑혀 국제경기에 나가게 되면 대학 진학시 큰 도움이 된다. 대학진학을 못하더라도 클럽에서 계속 야구를 하게 되면 협회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스리랑카에서 크리켓 등 인기종목은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다른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야구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아직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중하층 계급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저변에 넓어질수록 점점 좋아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태국의 경우는 보다 순수한 아마추어 야구를 추구하는 편이다. 태국팀 단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수다찬 부나스테얀 태국야구협회 사무차장은 "태국에는 직업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가 1명도 없다. 하지만 대표선수들은 돈 보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운동을 한다"라고 말했다.
비록 지금은 야구가 그 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열악하지만 희망은 있다. 전체적인 야구 수준은 떨어지지만 몇몇 기량이 좋은 유망주들은 해외에 나가 야구발전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일본에서 전문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야구 유학을 떠난 선수가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 진출을 꿈꾸는 선수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태국보다 야구 역사가 더 긴 스리랑카는 일본 실업팀에서 뛰는 선수가 2명이나 되고 캐나다 리그에 진출한 선수도 있을 정도다.
태국과 스리랑카 야구의 목표는 소박하다. 당장 큰 리그를 만들기보다는 일단 저변을 넓히고 야구를 더 많이 알리는게 중요하다. 실바 스리랑카 단장은 "아시안컵(아시아선수권대회의 2부리그 격)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학교에서 체육 과목에 야구를 편입할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고 밝혔다.
부나스테얀 태국 단장 역시 "지금 당장은 유소년 야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야구팀들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열어 태국사람들에게 야구를 보다 널리 알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그들만의 리그고 실력도 허접하지만 태국과 스리랑카의 야구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들의 순수한 열정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