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대 대한불표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신, 불교계의 어른, 지관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총무원장 재임시절에는 '금강경'을 표준화하셨구요, 템플스테이 사업을 통해 대중과 불교의 간극을 줄이는데도 노력해주셨지요.
많은 일을 하셨지만, 전... 몇 건의 기사를 통해서만 뵐 수 있었습니다. 종교를 뛰어넘어 정진석 추기경과 영아원을 방문하신 사진을 보며 참 좋았구요,
종교계 및 사회지도자분들과 함께 김장담그기에 참여하신 모습에서는 혼자 두드러지기도 하셨습니다 :) 다들 쓰는 헤어네트를 쓰지 않으셔도 되셔요 ^^;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아주 작은 비석에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비명을 적어주시고, 영결식에 사용된 만장을 써 주신 것을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냥 적당히 부탁해오니까 한 것은 아닐까... 솔직히 그런 생각도 있었는데 그런 분은 아니셨던게, 바로 드러났지요.
전부 다 자신이 벌인 일이면서도, 마치 자신의 일은 아닌양 유체이탈 화법을 쓰시는 그분께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심화된 국론분열을 수습하겠다며
7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 놓고 기독교 예찬을 하던 바로 그 시기, 큰집에서 부르면 바로 달려가는게 일상이었지만, 지관스님은
참석을 거부하셨지요. 세련되게도 "선약이 있어서 불참한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저는 이 뉴스를 듣고는, 참~ 멋지다 했더랬습니다.
하긴... 노 전대통령 서거이후 종교 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봉하를 찾으셨었고, 100여개 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하셨던 분이니... 당연하다 할까요.
바로 그런 모습때문에 촛불시위관련자들은 명동성당이 아니라 조계사로 피신하는 일도 일어났던 것이죠.
그 보답(!)으로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께서는 계속 불편함을 표하더니만 2008년 7월에는 조계종 경내에서 지관스님차량을 과도하게 검문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꼬박꼬박 잊지 않고 돌려주는 추악한 권력의 뒷끝을 느끼게 하는, 언짢은 뉴스였지요.
一念普觀三世事 (일념보관삼세사) 오로지 일념으로 자세히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니
無去無來亦無住 (무거무래역무주)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머무는 것 역시 없다.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8.27 범불교대회를 이끄시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어 자비나눔기금을 조성하기도 한,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전국의 많은 사찰에 동자승과 함께 아기예수가 나란히 걸린 플래카드를 볼 수 있게 길을 터주신 지관스님.
말 보다 행동으로 앞서 가며 실천해서 보여주셨던 큰 스님이 쓰실 글을 다시 한번 봅니다. 노통 박석에 적어주신 글이지만, 누구보다 스님께 잘 어울립니다.
스님.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