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대지를 들고 뛰면서 사식집으로, 제판집로, 인쇄소로 그리고 제본소....
활자조판 작업단계에서부터 대지 위에 사식과 로트링으로 금을 긋는 작업단계, 그리고 현재의 컴퓨터 작업단계에 이르기까지 지난 18년간 활자조판, 사진식자, 컴퓨터 등 커다란 ‘격변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앞으로의 ‘인쇄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쇄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해당업체에 묻거나 알아서 맡기면 될 일이라고도 합니다. 차근차근 배우고 싶어도 변변한 책 하나 없고 전문서적은 너무 구체적이라 어렵고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상식선에서의 정보를 얻는 길은 거의 전무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지금도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닙니다. 헤서, 어쩔 수 없이 하나씩 물어물어 귀동냥으로 알아야 했으며, 근무년수를 쌓으며 시행착오를 매 순간 줄여가며 하나씩 터득하여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화면으로 색이나 크기 등을 보면서 조절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오로지 디자이너의 계획과 상상 속에서만 모든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곁눈질로 알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지 위에 덮여있는 트레싱지의 작업지시는 그야말로 ‘미로찾기’처럼 복잡했으니까요! 그 작업지시는 그야말로 어린이가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적어야 한다는 철칙(?)이 있었습니다. 세상사 모든 일이 전달이라는 ‘소홀한 틈’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니까요!
먼저 마음의 문을 여십시오
디자이너가 작업과정을 콘트롤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인쇄되어 나올지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대학을 나온 디자이너로서 자존심이 가장 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도 물론 그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인쇄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도 비슷하겠지요? 처음에는 인쇄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작업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인쇄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이지요. 조금은 무뚝뚝하고 서먹해도 알고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라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일단 친해지면 많은 노하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화면색과 인쇄색의 관계만 잘 알면 반은 성공한 셈이지만 나머지 반은 인쇄의 다양한 요소를 알아야만 에러율을 줄이고 백퍼센트 원하는 작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책을 만드는 일이란 수많은 시간과 작업공정을 거처야 하기 때문에 일의 순서와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매 순간마다 올바른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책상에 앉아 작업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전체 제작과정을 얼마나 통제하고 예측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디자인에 적용하면서 작업하는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이전까지는 통합적인 실무체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까지는 인쇄할 때에 인쇄색상만 보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그 후의 여러 과정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에러율을 줄이기 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넘어야할 첫 관문, 용어문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이 용어문제로 처음에는 대화가 되지 않아 무척 고생들을 하게 됩니다. 인쇄계통은 전문용어가 많습니다. 한글용어로 많이 정착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도 실무현장에서는 여전히 일본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라 그 관계를 잘 알아야합니다. 글쎄요? 사용하는 용어 한마디로 그 사람이 햇강아지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보기도 하니까요. 짬밥(?) 많은 선배의 용어실력이란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가 없는 순간입니다.
인내심을 요구하는 환경
여러분들은 이미 가보셔서 아시겠지만 인쇄소는 소란스럽고 정신없고 지저분하고 위험하고 또 퀘퀘한 냄새까지 오감이 다 불편한 곳입니다. 그렇지만 그곳을 생업으로 일하시는 분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대해 주신다면 친절히 맞아 주실 것입니다.
인쇄소는 특히 곤조(?)내지 의리(?)가 많은 곳이라 대학 갖나온 어린애(?)가 함부로 설치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도제 제도랄까요? 수습(‘시다’)에서 기장(機長, ‘인쇄기짱’)이 될 수 있을 때까지의 단계가 분명합니다. 그리고 기장이 되어서도 과학적 확률과 통계보다는 경험과 안목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5년 정도는 되어야 ‘짱’이 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친절한 곳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들의 세계로 여겨지던 곳들이라 못 볼 것(섹시한 여자들 사진)들도 눈감아가며 일해야 했습니다. 아무튼 작은 것 하나라도 배운다는 자세로 나간다면 어디서든 환영일 겁니다.
그리고 긴장
디자인 작업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제작과정에 들어가면 작업업체가 많고 작업지시를 받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분명한 의견전달과 판단 그리고 확인과 긴장이 요구됩니다.
특히 인쇄업체는 인쇄기의 감가상각비 그리고 시간당 생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빠르게 진행됩니다. 대화도 판단도 신속하게... 하루 2교대로 근무함은 물론! 고속으로 돌아가는 인쇄기를 세워 둘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인쇄소들은 인쇄기가 고장나 가동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이상, 준비운동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실제작업의 순서와 에러 확율, 주의하며 꼭 확인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여러분의 질문을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앞으로 다룰 주요 포인트를 집어보면
-종이의 이해
-종이의 절수와 판형
-종이계산 (대수와 통수)
-여분
-인쇄의 종류
-인쇄판
-인쇄교정과 본인쇄
-옵셋 인쇄기의 구조
-인쇄과정
-잉크의 종류
-보조제
-후가공
-제본 등입니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듣구나니 설레는 글이네요^^
잘봤어용 +ㅇ+~~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