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추적자가 끝났다. 결국엔 제목처럼 누가 쫓기고 쫓는자 였을까? 강동윤 아니면 백홍석.. 둘다 추적자가 될 수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니였을까. 한쪽은 가족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복수를 감행했고, 한쪽은 그런 복수에 맞서 권력과 이권을 앞세워 조작하며 온몸으로 막았다. 서로가 물리고 물리며 추적자가 되길 자처한 측면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이었다. 일개 형사 나부랭이와 힘있는 권력자의 대결, 드라마가 그리는 판타지한 구도로 전개되며 우리사회를 풍자하듯 매회 눈길을 끌었다. 결국 그런 대결의 판타지는 다소 현실적인 그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대권주자 강동윤은 살인교사로 징역 8년형, 형사 백홍석은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했으니 죄몫이 많았다. PK준 살인죄, 도주죄, 특수공무집행방해, 법정모욕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그렇게 둘의 싸움은 법치주의 판결로 끝이 났다. 과연 얻은 건 무엇이고 잃은 건 무엇일까?
... 라는 거창한 아젠다는 필요없다?! 그래도 드라마는 드라마로써 추적자는 정말 재밌는 작품이었다는 거. 그게 강호의 짧은 단평이다. 다들 공감하다시피.. 또한 위처럼 종영되자마자 기사가 떴듯이, 장신영이 죄수복을 입고 찍은 막방 때 조차도 즐거워했다는 전언이다. 당연이 기쁘겠지.. 시작할때만 해도 시청률이 바닥이었다가 후반부에 20%까지 찍었으니, 연기자로써 역할에 몰입할 맛도 났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동윤 보좌관 '신혜라' 역도 꽤 어울리게 좋았다. 초반엔 무언가 어색하고 딱딱한 말투가 적응이 안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고 이성적인 캐릭터 색깔.. 결국 '꼬리곰탕'을 자처하신 혜라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PK준 애인인 걸 번복하며 확증범 서지수 사모님를 옭아맸다. 왜? 감방에서 썩을 수가 없었고 자기도 살아야 했으니까.. ㅎ
이렇게 해서 서씨네 일가는 나름 풍비박산이 났다. 서회장 아들 전노민은 아비의 조언대로 외국으로 다시 도피, 재벌딸 고준희도 외국으로 바람도 쇨겸 눈물을 글썽이더니 "아빠 싸랑해"를 날리며 떠났고, (최변 류승수와 어떻게 잘 좀 해보지 그래..ㅎ) 남편 강동윤 사랑에 목말라하며 한낱 젊은 놈과 놀아난 사모님 서지수 역 김성령, 이 여자의 뺑소니 사고만 아니였어도, 이 드라마는 시작도 못했을 것이고, 그녀도 남편과 같이 긴급체포되고 말았다. 그리고 실질적인 추적자의 중반 이후를 책임지신 서회장 역 박근형옹.. 이 분이 바로 거대 권력의 실세이자 강동윤과 백홍석을 사지로 몬 장본인이 아닐 수 없다. 전화 한 통화에 사인 한 번에 이권과 거래를 트는 권력계의 마이더스 손.. 대통령보다 더 무서운 인물이 있다는 걸 이분을 통해서 우린 목도했다. (현실에서도 그랬남?) 어쨌든 서회장 말씀대로 서회장 일가는 "욕보거레이, 욕봤다" 되시겠다. ㅎ
여기서 욕보거레이가 나온 김에 잊을 수 없어서 적어놓은 여러 대사 중 긴 거 하나. 극중 강동윤이 혜라한테 조언식으로 한 말이다. "혜라야. 난 사람을 믿지 않아. 믿지않으면 서운할 일도 없지. 기대도 하지않아. 기대도 없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지. 사람은 자기가 필요한대로 움직여. 그리고 명분을 만들지. 정치도 그런거야. 사람한테 필요한 먹이를 던져주고, 그걸 주워먹을 명분을 만들어주는거지. 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 명분이 중요하지" 그리고 정치에 관한 또 다른 임팩트한 한마디.. "정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다".. 캬... 울 정치인들 듣고 있나? ㅎ
자, 추적자 말미를 장식한 16회 마지막 씬이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본 팬이라면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진정한 딸바보가 이런 게 아니겠는가.. 딸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정신착란에 빠진 부인마저 잃고, 이 남자에게 희망이 있었을까? 그에겐 남은 건 딸과 아내를 위한 오로지 일념에 찬 복수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어버린 강동윤 일파를 향해서 탈옥과 도주를 감행해서라도 영화 '테이큰' 속 '리암리슨'이 되려했다. 하지만 그건 무리수였다.-(경보 수준의 달리기와 몸빵식 액션가지곤..)-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눈눈이이'로 나서기엔 거대 권력 앞에서 그는 소시민일 뿐이었다. 선후배 형사가 도와주고 용식이가 운전대 잡고 정의파 최검사와 재벌처자 기자까지 나섰지만, 결국 제발로 법정 앞에 서서 죄값을 받았다. 딸바보를 자처한 '국민아빠'의 복수극은 그렇게 끝났고, 마지막 딸의 환영 앞에서 백홍석만이 유일하게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눈물샘을 자극한 '추적자', 현실적 갈무리와 사회극으로써 잘 봤다.
수정 양이 따스하게 건넨 한마디..
"아빠, 정말 고마워. 아빠는 무죄야."
흑흑.. 이게 바로 드라마다. 아...
재판 과정에서 오욕으로 남겨진 딸의 기록을 지우고자 스스로 죄값을 달게 받으며, 백홍석은 그렇게 수정이를 진정한 아빠의 딸로써 되돌려 놓았다.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백수정법'이 통과되며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백홍석의 진짜 복수가 아니였을까.. 하늘에 가면 딸을 볼 낯이라도 있을려면 말이다. 어쨌든 추적자는 이렇게 부녀간에 상봉하는 환생으로 마무리 지으며 끝났다. 드라마 방영내내 '국민아빠'로 등극한 손현주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가 승자였을까? 혹은 죄값이 더 높아서 패자? 결과적으론 더 이상의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일까.. 그 단상은 드라마 팬들의 몫일지다. 이렇게 추적자는 그 제목처럼 두 남자가 대립된 구도 속에서 전개된 추적의 그림을 몰입감 좋게 쏟아냈다.
거대 권력에 맞선 형사의 복수극 양상으로 나서며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안기려 했지만, 이건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애초에 게임이 되질 않았다. 일견에서 이건 '사람 대 짐승'의 싸움이라는 것, 그 지점에서 '정'으로 뭉친 이들과 '권력'으로 뭉친 이들의 대결이라는 점을 목도하게 된다. 두 주인공 백홍석과 강동윤의 포시셔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정과 권력'은 융합할 수 없는 것이기에 확연하게 더욱 그랬다. 여기에 서씨네 일가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세태를 반영하는 찰진 대사들과 양태까지 사회극으로써 풍자적 묘미까지 갖추며 주목을 끌었던 것도 사실. 그게 '추적자'의 부정할 수 없는 직관적인 매력 포인트다. 안 그런가..
그리고 누가 뭐래도, 캐릭터와 대립구도상 극과 극을 달린 매력적인 두 주인공 역에 손현주와 김상중을 빼놓을 수 없다. 손현주는 서민적인 모습으로 매회 충혈될 정도로 처철함의 끝을 보여주었고, 김상중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의 고단수 정치인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이견이 없다. 물론 이런 두 중견배우 함께 한 박근형외 연기파 출연자들, 이하 스텝진과 제작진까지.. '추적자'를 만든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어떻게 올 연말에 상 좀 노려봄직 할까? SBS 상반기 드라마 상은 '추적자'가 받는 걸로~ 해야하지 않을까.. ㅎ
(2012.8.6. 네이버 오픈캐스트 감성지수 36.5)
첫댓글 추신: 연기대상 .무죄인 아빠가 받앗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