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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목
보름달이 환하다. 저녁이면 선몽대가 보이는 산머리에 운치있게 걸려있다.
오늘 한전에서 전기를 신청하고 전기공사를 했다. 218,200원의 비용이 들었다.
어제 일소헌에서 처음 잤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지 퍽이나 오래된 정자라 먼지가 많다. 틈날 때마다 걸레질을 하려하지만 깊은 때는 통 벗겨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간밤 꿈에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왠 할아버지가 와서 커피 대접을 한 기억도 나고, 몇 사람이 보이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정자주위를 산책하고 들어오려고 해서 아무 때나는 안된다고도 했다.
오늘은 둘째날이라 방에 군불을 지피니 조금만 때도 방바닥이 설설 끓는다.
낮엔 살림집 나무와 풀을 좀 베고, 시내 철물점에서 연장과 장화와 형광등을 사왔다. 점심은 삼양라면을 끓여먹었다. 농촌에 있자니 하는 일 없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그래서 시간 계획을 세우고 살 필요를 더 느낀다.
어찌보면 농촌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 것 같지만, 한편 자연이라는 엄청난 환경 속에 적응해 살기 위해 엄청난 이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일 할 일
- 이장님과 한전 가기
- 공사비 견적 문의(화목보일러, 뒷마루, 창고, 천정)+수도, 도배, 및 자잘한 수선 가능여부
- 정원 나무 정비
- 잿간 화장실 고민
- 장롱 방법 찾기
- 텃밭농사 계획
- 하수정화시설 방법 고안(미나리꽝, 연꽃, 마름, 모래
4/6 금
모처럼 샤워를 했다.
해가 뜨면 바람이 불기 시작해 낮엔 돌풍이 자주 불었다. 봄바람이 매서운 줄은 시골에 와서 알았다. 아침엔 농촌유학 아이들과 선몽대산에 올랐다. 아침연꽃 가는 길에 고라니 두 마리가 논에서 펄쩍펄쩍 뛰는 걸 가까이서 보았다. 바로 지척이었다. 군데 군데 토끼똥처럼 보였던 것이 고라니였구나 싶다. 좀 굵은 똥은 멧돼지일까 오소리일까 간혹 깃털이 뜯긴 것이 보인다. 솔밭 산책길엔 각시풀꽃이 환하게 피었다. 화려하지 않은 듯 자잘하지만 약하디 약한 분가루가 흔들니는 듯 보이는 꽃이다.
아침에 돌아와 일소헌 대나무 베기 작업을 했다. 다시 땀이 홈빡 났다. 작업을 하다가 작년에 베어진 대나무 그루터기에 손바닥이 찍혔다. 가시에도 찔리며 손엔 상처가 늘어간다. 할머니만 믿고 일소헌 서재를 빌렸는데 자손들 사이에 말이 많은 모양이다. 공연히 눈치를 보게 되었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야 말을 쉽게 해도 여기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매이게 되니 기분이 개운친 않다. 그냥 나를 믿고 내준 할머니를 생각해서 더 깔끔히 하긴 해야할 듯하다. 그래서 전지 가위를 사다가 향나무나 회양목 가지도 쳤다.
11시쯤 이장님과 아침님과 한전에 갔다. 어제 비용이 들어 집주인의 마음이 좋지 않았던 탓에 항의라도 해보기 위해서였다. 가니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기분이 상했던 것은 한전의 높은 자리 앉은 사람이 내게 책임을 미뤄버리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서였다. 그래 나오면서도 인사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돈과 관계된 일은 불편하다. 공정하게 꼭 필요한 일을 양심적으로 하고 받는 일이 관행이 되지 않은 탓에 항목을 만들고 쉬운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런 데 정신 바짝 차려야 사는 세상이니 어디 제정신이라는 걸 가지고 살 수 있겠는가 싶다. 결국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주인과 다시 상의를 하지 않은 내 책임도 있으니 더 이상 남 탓은 하지 않고 내가 비용을 대기로 했다. 원래 그럴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이 책임회피성 태도를 너무 드러내니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새삼 실감했다. 나는 사장님이라는 말이 싫다. 개나 소나 성인 남자 손님은 다 사장님이다. 농부님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다. 사장은 어째 돈벌기 위해 인생을 사는 사람 같고 속물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시대 사람들이 선생님이라는 좋은 말 대신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바꿔 쓰게 된 것은 슬픈 일이다.
오후에는 아침연꽃 학습장 정리를 도와주고, 세들집 화목보일러 자리 만드는 걸 보며 낡은 가구집기를 정리하며 불을 땠다. 그러다 농촌유학 아이들 점촌가는 걸 도와주고 돌아와 샤워를 했다. 그랬더너 8시가 훌쩍 넘고 말았다.
시골은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거 같다. 다 몸을 써야 한다. 항상 효율에 익숙한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 오니 생각할 시간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일을 한다. 자리가 잡히면 좀더 시간계획을 세워 일하고 공부하고 창작하는 시간을 배분해야 겠다.
4/7 토요일
오전에 살림집 쓰레기를 태우고 분리수거하느라 시간을 거의 썼다. 오후엔 아침샘이 씨감자를 얻어놨으니 면소 앞으로 오라고 해서 나갔다. 거긴 상연씨와 백송마을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근 서너 시간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막걸 리가 일여덟병, 소주가 두세병 그래도 돈 이만원이 채 안 된다. 시골에서 술 마시는 문화는 참 서민적이다. 구멍가게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불러 한잔씩 걸치고 혹은 내내 죽치고 앉았다. 요즘은 언제가 국회의원 선거 이야기다. 마침 새누리당 이한성씨가 마을사람이어서 국회의원마을로 통한다. 나머지 당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역시 지역사람, 한나라당을 찍어야 한다는 지역정서가 내겐 퍽이나 낯설고 답답하다. 도무지 정견엔 별로 관심이 없다. 선입견과 편견을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다. 나 역시 마찮가지다. 서울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서울 역시 우물이다. 우리는 모두 우물에 빠져 사는 개구리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
4/8 일요일
보름달이 동쪽 하늘 활모양의 산마루로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밤에는 별자리들이 하늘 가득 펼쳐진다. 저녁연기가 낮게 내려 앉아 늦게 불을 때면 매캐하다.
오늘 오전엔 안쪽 골짜기를 소나무샘 내외와 산책을 했다. 묵밭을 사서 집을 지으면 좋겠다는 내 이야기를 하자 어제 한번 같이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작은 개울엔 도룡뇽알이 보였고, 무덤가엔 할미꽃과 양지꽃이 피었다. 시냇물샘은 산나물에 관심이 많았다. 아침을 먹지 않아 허기졌다. 점심에 밥을 잔득했다. 김치와 시냇물님이 준 멸치볶음으로 밥을 먹었다. 틈틈이 일소헌의 텃밭을 삽으로 뒤집었다. 결국 저녁까지 해서 마쳤다. 굵은 지렁이가 나와 힘차게 꿈틀거렸다. 개구리도 보였다. 일을 하니 소금기가 얼굴에 퍼석하게 앉았다. 세수를 하고 마루에 앉아 바우님댁에서 준 튀밥을 먹었다.
어둑 무렵 저녁 먹으러 내려가다가 상연씨를 만나 씨감자를 얻었다. 포테이토칩 만드는 감자라 맛있다고 한다. 감자를 갖다 놓으려고 일소헌에 가다가 아랫집 할머니를 만났다. 인사를 하고 오늘 밥을 갈았다고 하니, 할머니가 밭을 쪘다로 고쳐준다. 밭을 가는 건 소고, 사람은 밭을 쪘다고 하는 거라고 웃으며 말씀하신다.
내일은 공사를 하는 날이다. 간식이라도 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혼자 어떻게 할까 망설여 진다. 팀장에게 물어봐야겠다.
텃밭에 씨도 심어야 하고, 수도도 연결해야 하고, 잿간 화장실, 소각시설도 만들어야 한다. 감자 심으러 감나무밭에도 가야한다.
4/9 월요일
아침에 선유와 선몽대 산책을 했다. 수달이 헤엄치는 게 보였다. 선몽대 아래쪽 움푹한 벼랑 쪽에 수달의 거처가 있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살림집을 둘어보며 이야기를 나누자니 아무래도 선유가 의기소침해지게 되었다. 고칠 것이 너무나 많지만 고치자니 돈이 들고 맘이 편칠 않은 것이다.
살림집을 둘어보고 회룡포 마을 옆 대은리로 갔다. 감나무밭을 다시 가보니 죽은 감나무들도 많고 뽕나무 등 다른 나무들과 덩굴로 엉켜 있는 게 많았다. 죽은 나무들 있는 곳에 감자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밭이 너무 어수선해 좀 심난했다. 마침 밭 위 밭에서 작업하는 노인이 있어서 물어보니 작년 이 밭에 약을 두어 차례 쳐주신 분이다. 감나무가 거의 모두 단감나무고 서너 그루만 일반 감나무라고 했다. 고감의 꿈이 와르르 무너지는 찰라였다. 친절하신 분이었다. 두릅 나올 때 연락주신다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셨다.
감나무밭을 보고 회룡포마을로 가서 백사장과 뿅뿅다리를 건너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다른 회룡포의 아름다움-백사장과 병산서원 같은 산과 물의 어울림-이 좋았다.
시냇물님댁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화목보일러를 받고 재견적을 받았다. 선유가 우울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활센터팀에서 그나마 편의를 많이 봐준 것 같다. 욕실 바닥타일, 천정공사, 뒷밭에 보일러선대기, 도배, 싱크대 교체가 추가되었다. 내 책창고는 축소되고 처마 밑 벌어진 서까래부분은 내가 고치기로 했다. 오후에 뒷간을 점검하니 메우면 될 것 같은데, 지붕이 무너져 다시 해놓는 게 일이다. 재료를 둘어보니 마땅한 것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각목도 못도 없다. 작업은 내일로 미루고 대신 굵은 나무를 가져와 일소헌의 무너지는 창고 버팀목을 만든다고 톱질을 했다. 그런데 그만 짧게 자르고 말았다. 아까운 나무만 버렸다. 눈대중으로 한다는 것이 이렇게 되고 보니 대충대충 버릇의 단점이 한눈에 보인다.
4/10 화요일
오후부터 내내 비 내림. 며칠 새 더워지더니 비가 내렸다. 불과 삼사일전까지도 아침엔 살얼음이 끼었는데 어느새 아침도 서늘한 기운이 가셨다. 그러더니 봄비다.
아침부터 나는 비설거지를 하고 공사할 살림집 짐 내놓기를 했다. 자활센터에서 와 공사를 시작한 건 9시 30분 쯤이었다. 뒷방 널을 뜯고 보일러를 터진 곳을 찾았다. 집주인이 잠깐 다녀갔다. 지금도 걸리는 것은 자잘한 공사가 자꾸 많아지면서 내 마음도 편치 않아 잘 맞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집수리비와 추가설치물에 대한 소유 및 비용을 포기한다는 각서까지 요구했기 때문에, 집이 낡고 고칠게 많아 미안하다는 주인의 말이 공허하게 들렸던 탓이다. 미안하면 좀더 적극적으로 주인으로서 고칠 것은 고치면 좋겠지만, 그냥 시골 정서상 와 살 사람이 고치고 고친 것은 주인 것이라는 관습은 역시 좋은 것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좋게 대했어야 했다. 버릇없게 대한 것은 아니지만 환대하지 못해 미안함이 남는다.
오후에 비는 왔지만 일단 보일러 터진 부분을 수리하고 가동한 뒤 지켜보기로 했다. 다른 파이프에 터진 곳이 또 있으면 그땐 전면 수리를 들어가야 한다.
나는 서실 텃밭 흙을 골랐다.
4/11 수요일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오전에 투표를 하고 왔다. 지역정서란 참 난감한 면이 있다. 하지만 다른 뾰족한 수도 보이질 않는다. 잠깐 집에 들러 텃밭에 돼지감자를 심었다. 질퍽한 땅에 심었다. 물이 많은 곳은 돼지감자와 토란을 심을 작정이다. 내일 아침에 토란과 텃밭에 씨넣기를 마저 하고, 모레 감자를 심을 계획인데 될지 모르겠다.
오후엔 아이들과 선몽대 앞 내성천 백사장에 가서 물수제비 뜨기를 했다. 돌아와 예천민예총 분들과 이야기를 좀 했다. 자유시간에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가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이들도 기쁨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각기 자기 집이라고 자두나무들에 올라가서 부동산과 은행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자본주의 사회답게. 시대를 초월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예천 민예총분들도 지역의 답답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듯하다.
요즘 통 책을 읽지 못한다. 몸이 피곤해 잠을 자도 깊이 못들고 늘 뻐근하다. 오늘 오전엔 시편 몇 편과 4세기 독수사 에바그리오스가 쓴 ‘기도에 관하여’를 봤다. 에바그리오스 글은 기독교 기도 전통과 신앙생활을 이해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만하다. 초기 기독교와 그리스 문명과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로고스나 지성에 대한 이해가 그렇다. 악마라는 말은 각종 마음 모두를 일컫는 경우가 많았다.
시골에 있느니 나는 내가 전혀 다른 무엇이 된 듯하다. 자연 앞에 무의미해진 인간의 모습이랄까? 도시에 살며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의미들도 상대적이다.
4/12 목요일
마을 사람이 지역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보수여당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로 좋을 일도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지역정서를 실감했다. 지역정서란 너무나 자연스런 것이지만 자칫 우물안 개구리가 되면 배타적이기주의와 기회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나는 사람들이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오직 빨갱이 얘기와 마을출신 후보자 당선 당위론이 전부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지역주의를 되풀이하고 거의 그것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들 있었다.
오늘 집 공사를 했다. 도장방 바닥 공사와 새 창고공사가 중심이었다. 싱크대를 놓았는데 날짜를 조정하지 못해서 예전 벽지와 장판 위에 청소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설치되고 말았다.
구싱크대를 폐기물로 보내렸더니 인부들이 쓴다고 하고, 나중에 분해해 알루미늄만 따로 챙겼다. 알뜰정신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인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그것은 일에 익숙해져서 임기응변력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이고 체계적인 면은 아무래도 떨어질 때도 있다. 나로서는 머리를 한참 짜내도 생각나지 않는데 그들은 그냥 주변에서 보이는 걸 대충 가져다 이용하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아무튼 일이 진행되는 게 신기하다.
산 소나무 아래 진달래가 한창이다. 주변에 미나리도 많다. 낼은 틈을 내 미나리를 서실 하수구주변에 옮겨 심어놔야겠다.
오늘은 서실 텁밭에 돼지감자, 토란, 상추, 파, 쑥갓, 시금치, 아주까리, 들깨, 아욱 등을 심었다.
4/13 금요일
아침에 아침연꽃에서 얻어온 아름드리 소나무 통나무를 톱으로 잘랐다. 원래는 잿간화장실 발판으로 쓰려고 잘랐는데, 자르고 보니 너무 높아 의자로 쓰는 게 낫다 싶었다. 통나무와 씨름하며 땀으로 홈빡 젖고 어깨는 빠지는 듯 아프다.
낮엔 자활센터에서 와서 공사 진행을 했다. 어제처럼 맥주와 간식을 사다 드렸는데, 오늘은 인부들이 단 세분이라 간식이 너무 많이 남았다.
창고 공사 마무리, 도장방 바닥 공사 마무리. 나는 서실과 살림집 뒷간 똥통 모래 메우기 작업을 했다. 목련이 절정이다.
저녁엔 농촌유학아이들과 선몽대 산을 산책하며 진달래꽃을 따왔다. 서실의 수돗가 밑에 땅을 약간 파고 떠온 미나리를 군데군데 심었다.
4/14 토요일
하루종일 마음이 쓰리고 허전한 느낌이다. 봄날씨의 절정.
농촌유학 아이들이 문화센터에 가는 날이라고 해서 나도 예천 시내에 따라나섰다. 짱구반점에서 짬뽕을 먹고 남산 천변 산책로를 걸었다. 문화센터에서는 국학하시는 분을 만나 나도 아이들 배울 때 장고를 배웠다. 신명나는 장고가락을 들으니 음악이란 참 새삼스레 격동하는 것이...
아침에 서울 사는 제자가 전화를 걸었다. 내려온다기에 저녁에 마중을 나갔다. 오는 길 벚꽃이 절정이다. 연둣빛 버드나무들도. 슬프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일몰의 선몽대를 산책하고 면소에 나와 고등어정식을 먹었다.
농민들은 들에서 정신없이 바쁘고 도시인은 꽃구경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4/15 일요일
아침에 밥을 과하게 해서 그걸 제자와 둘이 다 먹고 나섰다. 반찬은 달랑 신 김치, 파김치, 그리고 인부들 안주로 샀던 고추참치 캔. 살림집을 보여주고 서울로 나섰다.
내가 구입한 다마스 중고차를 타고 국도행.
문경새재길을 걸어보고 싶다기에 제 1관문 앞 주차장에 내려주고 나는 돌아 3관문에 올라가 조금 걸고 벤치에 앉아 오랜만에 <필로칼리아1> 몇 장을 읽었다.
마음에 젖은 옷을 꽉 움켜쥔 것처럼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 날이 덥다.
시냇물님네 계란 받은 걸 어제 삶아 3알을 가지고 나섰는데, 제자 속이 불편해 내가 그걸 다 먹었다. 그랬더니 청주 가는 길에 졸음이 쏟아진다. 그래도 1시간여 차를 몰고 장호원 가까이 휴게소에서 점심으로 사발면을 먹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니 정신이 말짱.
그러나 장호원 지나 고탑동 정류장 부근에서 4차선이 갑자기 2차선으로 좁아지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 좌회전을 하려고 앞차가 딱 멈추는 것이 아닌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속도 때문에 차가 미끄러져 멈췄다. 핸들을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돌렸더니 곡선을 그리며 옆으로 돌아 경계석을 보고 멈췄다. 그런데 후진을 했다가 다시 전진을 해 도로변에 세우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거니 견인을 하라고 하기도 하고... 망설이다 재신청을 하고 가까운 직원이 와서 보니 당장 시동이 걸렸다. 헐~. lpg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였을까?
양평 지나 서울까지는 봄철 행락객들로 내내 차가 막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또 문제가 생겼다. 짐칸 문을 열고 닫으려니 문이 닫히질 않는다. 보니 문짝 위 바퀴가 마보되어 뒤쪽 구석에 꽉 끼어있다. 이거 카센터에 맡기기도 그렇고... 녹초가 된 몸으로 다시 싸이즈가 같은 나사를 들고 인근 철물점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고 두세곳은 영업을 해도 싸이즈 맞는게 없다. 다행히 방학시장까지 가 12싸이즈 스페너를 살 수 있었다. 그걸로 문짝 이음매를 분해해 다시 달았다.
중고차로 두 번의 당황을 겪으며 배우는 것은 문제는 당황하지 말고 멈추어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차분히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동차 관리 요령에 대해 내가 좀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
첫댓글 ...멩이님 바쁘셨군요! 모쪼록 몸을 쓰는 생활이니 조심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일 욕심이 나다보면 지나치게 몸을 쓰게 되어 자잘한 상처들도 생기는 경우가 있을까 우려됩니다. / 잘 사시는 이야기 듣게 되니 무척 반갑고요. ^^
선생님 귀농기를 이제서야 정독합니다. 귀농에 대한 설렘과 새로운 환경에서 발견보다는 곤란함과 쓸쓸함이 자꾸만 공감되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