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이후 본 영화들에 대한 기록과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해주신 말씀들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아래 사진은 3,4월 동안 제가 관람한 영화입니다. 일반 영화관, 독립영화관, 그리고 수업시간이나 OTT를 통해서 본 것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Letterboxd를 통해서 영화 기록을 합니다. 모아놓고 보니 꽤 많은데, 그 중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과 관련하여 생각할 거리가 있는 작품 혹은 제가 느낀 점이 있는 영화들만 간추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느낀 것을 가감없이 적었으나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느낀 점'을 적은 거라고만 가볍게 읽어주세요.
우선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연출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해주셨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 (이미지로 이야기하기)
- 구도와 색감에 의미를 담는 방식
- 화면 비율의 이유
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방식들을 이론으로 이해하고 수업 중에 이해했다고 해서 저희가 직접 촬영하는 작품에 당장 완벽하게 적용하기란 당연히 불가능함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 질문할 수 있는 계기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데이터가 축적되면 직접 영상을 제작할 때에도 조금이나마 적용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포가 될 만한 내용은 표시해 두었습니다
1.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 > - 2007년 작, 코엔 형제
*스포주의!
(1) 영화가 돈가방의 행방을 설명하는 방식
영화 후반부에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르웰린이 사망한 후 호텔 방 안에 놓인 그의 뒷모습(주검)만을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안톤 쉬거가 르웰린을 죽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돈가방을 안톤 쉬거가 가져갔는지, 그건 바로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는 돈가방의 행적을 르웰린이 죽은 이후 의도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관객들이 인물의 특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이야기의 퍼즐을 스스로 짜맞추게 하는 것입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안톤 쉬거는 약을 얻기 위해 약국 앞에 폭발사고를 내서 몰래 약을 훔칩니다. 만일 안톤 쉬거가 돈을 몇 푼이라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면 약국에 들어가서 당당히 약을 살 수 있었겠지요. 그렇다면 그는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인물로 설정이 됩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르웰린이 죽고 난 후 영화의 결말부에서 교통 사고를 당한 안톤 쉬거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소년에게 액수가 큰 지폐를 쥐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간단하게 르웰린이 숨겨두었던 돈가방은 그가 죽으면서부터 이미 안톤 쉬거의 수중에 들어왔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감탄한 점은 영화가 돈가방에 대한 어떠한 대사도 넣지 않으면서 돈가방의 행적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포주의!
(2) 영화가 안톤 쉬거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
안톤 쉬거는 타협 없이 자신이 정해놓은 규칙 안에서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누군가를 죽일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영화 후반부 안톤 쉬거가 르웰린의 아내를 찾아왔을 때 영화는 아내가 죽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런 소리 없이 집 밖으로 다시 걸어나와 본인의 신발 바닥을 확인하는 안톤 쉬거만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처음부터 보면, 안톤 쉬거는 살인을 할 때 신발을 미리 벗어두거나 높은 곳에 다리를 올리는 등 절대 신발에 피가 묻지 않도록 관리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굳이 르웰린의 아내가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하나하나 보여주지 않고도 신발을 확인하는 안톤 쉬거의 모습만으로 관객이 르웰린의 아내가 죽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몇 배는 더 소름끼치는 장면을 연출한 것입니다.
저는 이 두 지점에서 교수님이 강조하셨던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 방식이 참 잘 구현된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그 보여주기의 방식을 인물 개개인의 특성에 기대어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상영을 할 때, 인물 각각이 그 행동을 하는 이유가 인물의 특성에 맞춰서 설명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기억나는데, 이 점도 위의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구도와 색감에 의미를 담는 방식 -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 > - 웨스 앤더슨, 2001년 작
웨스 앤더슨 감독을 생각하면 색채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다음은 아이같은 면을 가진 인물들, 그리고 대칭 구도가 생각납니다. <로얄 테넌바움>은 초반부터 시종 일관 산만하고 아주 많은 요소를 담고 있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인물을 설명할 때에도 한 화면 안에 그 인물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들은 다 욱여넣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장면들이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부분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이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놀랐던 부분은 작중에서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분출되며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따뜻한 색감, 노란 빛, 수많은 요소들로 쌓여있던 그 간의 장면들과는 달리 화면에 인물과 푸른 색 배경만을 남겨두었습니다.
아무런 대사 없이 음악만 흘러 나오고 인물과, 푸른 빛과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만을 담은 장면입니다. 이렇게 간결하게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되실) 이 남자의 복잡한 심경 여러 감정들을 다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웨스 앤더슨 작품들이 색감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쓴다 -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색감을 영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3. 화면 비율의 이유 - <Favours> - 가랑스 마릴리에, 2024년 작
이 영화는 아주 짧은 단편영화이고, 시나리오 워크숍1 수업시간에 보게 된 작품입니다. 지난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화면 비율에 대해 설명해주실 때 저는 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로가 세로보다 더 긴 화면비로 촬영하는 영화들과 달리 핸드폰 화면 비율로 세로가 가로보다 더 길게 촬영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양 옆이 다 잘려나가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 우리는 핸드폰 화면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영화'라는 것 그리고 일반적인 화면비율과는 다르게 찍혔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갑자기 답답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의 내용 또한 어떤 불안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고 누군가 인물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이 화면비가 적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영화 장면 장면에 대해 적을 수는 없어서 간단하게 대표적으로 수업 내용에 대해 연결지어볼 수 있는 세 편의 영화만 정리해보았습니다.
위의 목록에 있는 영화들 모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트 누른 영화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 ☺️
첫댓글 추천해주신 app너무 좋은것 같아요! 앞으론 저도 이어플로 기록을 이어갈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소윤!!! 아주 멋지고 대단한 글 잘 봤습니다. 아주 칭찬합니다. 그리고 그 app 나도 알고 싶어요 ㅋㅋ 그런데 예전에 앱 잘 쓰다가 개발자가 갑자기 업데이트 안해주고 이런 일이 너무 많아서 ㅜㅜ 앱 생태계에 어떤 유의미한 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제가 썼던 그 많은 데이터가 앱 사라지면서 다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는 너무 소중하죠. 어떤 앱이던 백업은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영상 데이터도 마찬가지 입니다. 데이터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겠습니다.
@박광춘 Letterboxd는 IMDb나 로튼토마토처럼 인지도가 있어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외국인 관객들의 신랄한 한줄평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보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보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