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간, 모든 성인 대축일(11월 1-7일)
-내 마지막 순간의 삶은-
몇 년 전에 외국의 한 지인으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사진 한 장을 받았습니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맥주병을 들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맥주병을 부딪치며 “위하여”를 외치는 듯했습니다. 병실에서 여러 사람이 환자와 함께 맥주병을 부딪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아해했습니다.
사진을 받기 며칠 전에 그 사진을 보내온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독일의 병원에 있는데 병자성사를 줄 한국 신부님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독일에 있는 동창 신부에게 부탁하니 그 병원까지는 너무 멀어 그 근처의 다른 신부를 찾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신부님의 도움으로 그 환자는 병자성사를 받고 이 세상을 잘 떠났다고 보내준 사진이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그에게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답니다. 그는 평소에 친한 사람들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웃고 떠드는 일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앙인으로서 병자성사를 청했고 평소대로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웃고 떠들다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나에게 남은 삶이 몇 날밖에 없다면 난 뭘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아니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뭘 할지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돈을 모으면 해야지, 시간이 있으면 해야지 등 이런저런 핑계로 미뤘던 게 왜 그리 많은지. 이렇게 있다가는 미련과 아쉬움으로 생을 마감할 게 뻔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돈과 시간이 충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몇 날도 오늘의 삶을 그대로 살기 위해 미뤄두었던 일을 오늘부터 조금씩 해 보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그 환자에게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첫댓글 너무 좋은 일화 감사드립니다~ 저도 오늘의 삶을 미래로 미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랑한다"라는 말은 미루지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