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 (김홍도)
북,장구,피리,대금,해금의 절묘한 앙상블.
이들이 바로 삼현육각 입니다.
잔치,염불,타령,굿,탈춤,행진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던 전천후 오케스트라 인셈.
삼현육각은 원래 여섯명의 악사들이 한줄로 쭉 늘어앉는데 이 그림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다 좋은 때깔을 내기 위한 계획된 포즈! 바로 그것입니다..
알고계시겠지만 이 그림에는 배경이 없습니다.
눈을 어지럽게 하는 것들이 없으니 그 눈길은 오직 사람을 향하게 됩니다.
쉽고도 단순하며 쿨 하면서도 심플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합니다.
쉽고 단순하니 시시해 보일수 있기때문이죠.
여기서 그의 구도미학이 빛을 발합니다.
무동은 작정하고 구도를 확 바꾼 작품입니다.
원래대로 악사들이 한 줄로 주르륵 직선으로 앉았다고 치면 아래위로 큰 공백이 생기기때문에
그림이 단순해져 버립니다.재미없죠.
그러자면 구경꾼들을 동원해야하는데 김홍도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는 도발적 작가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제목이 "무동"이지 않습니까?
구경꾼들을 동원하면 싸구려 광대들을 일약 주연으로 발탁하려는 감독의 꿈이 물거품이 되버립니다.
김홍도는 어떻게든 광대들만을 주인공으로 삼고싶었고 그림으로 나마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택한게 악사들을 둥글게 앉혀버린 발상을 냈던게지요.
직선을 원으로요!
별것아닐수도 있지만 시대상으로 보자면 엄청난 파격입니다.
신분의 차별이 철저했던 조선시대에 이런 구도는 흔치 않거든요.
아시다시피 김홍도는 중인 출신입니다.
기껏 출세해봤자 "도화서 화원" 자리가 고작이지요.
물론 광대들보다야 낫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제대로 대접받기 어려웠습니다.
김홍도가 무동의 저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길은 결국 설움의 공유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볼수있습니다.
똑같이 천대받는다는 동류의식 같은거요.
사진기가 없던 그 시절, 화가의 붓이 있었습니다.
김홍도는 이 그림의 총연출자이자 감독,시나리오작가,음악,미술,무용,카메라맨 이었고
그가 애정을 담고 그린 서민의 풍경은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
정말 퓨전아티스트 가 따로없습니다.ㅋㅋ
[주인공은 무동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엑스트라. 제목부터가 그렇습니다.
그림의 주제는 춤과 무용이며 이것은 곧 시각예술입니다.
눈을 자극하는데는 이만한게 없죠.무동이 단연 돋보일수밖에 없습니다.
음악이 들리지않지만 자동음악지원까지 되는듯 합니다.
무언고 하니 무동이의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기때문입니다.
자신만만하고 시원한 몸짓에 환한 웃음, 훤칠한 마스크,다이나믹한 액션,화려한 패션,
두팔을 오른쪽으로 휙넘기자 소매도 따라 날립니다.
덕분에 오른발은 마음 놓고 들었습니다. 날아오를듯 재고 가뿐합니다.
옷이나 몸이 꺾이는 곳은 굵고 힘차며 옷주름은 못대가리처럼 시작하여 단번에 내리그었습니다.
다리는 붓털에 물기를 쏙 빼고 바싹 마른 선으로 마감해 힘이 넘치면서도 새털처럼 가볍게 보입니다.
신명이 오를대로 오른 절정의 순간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하다니...캬.......
게다가 보십시요.
따로 떨어뜨려놔도 그림이 됩니다.
악사들하고도 떨어뜨려놨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우연찮게도 왼쪽에 김홍도인 이라는 낙관까지 찍혔습니다.
무동이만 도려낸다 하더라도 완전한 작품이 될수있습니다.
결국 애초부터 무동이는 혼자 설수있게끔 설계되어 있었던겁니다.김홍도의 치밀한 계산이지요.
김홍도가 이 아이를 끔찍히 아꼈나봅니다.막 애정이 느껴지네여..ㅋㅋ
많이들 보신거죠?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시 휘장은 바로 무동이를 형상화한거랍니다.ㅋㅋㅋ
조선시대 그림속 스타가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렇게 다른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뮤지션들~]
지금도 그렇지만 연주자는 늘 정장차림이어야 합니다.그것이 청중에 대한 에티켓이지요.
음악을 듣는 향유자의 대부분은 신분이 높았을 터. 듣는 쪽에 맞추어 예의를 갖추어야했습니다.
천한광대들이 갓 쓰고 도포입은건 자기들이 좋아서 한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점을 생각하자니 이그림은 좀 이상합니다.
분명 한팀인데 옷이 서로 다릅니다.
천민들이 갓쓰고 도포입은 모습도 어색하지만 전복에 벙거지를 쓴 사람들이라니...
(참고하자면 벙거지는 사극에서 가끔보는 군졸들의 모자이고, 전복은 그들의 옷입니다)
그도그럴것이 바로 이들은 다른 소속에서 차출되어온 악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뽀족한 벙거지는 뭘까요?. 군대에서 소속된 "세악수" 즉 군악대 출신임을 말해줍니다.
세악수는 왕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에 동원되었는데,가끔은 민가에도 출장을 했습니다.
이때 갓 쓴 악사들과 세악수가 함께 한 것입니다.
자, 그럼 악사들의 세세한 모습을 살펴보죵~ㅋ
[북재비는 엉거주춤하다]
모두 가부좌를 틀었는데 혼자만 저렇게 앉지도 서지도 못합니다.
왜 저런 포즈로 있었던 걸까요.
북은 가장 원시적인 악기이며 태고의 본능적인 소리라는 얘기가 있지요.
따라서 귀보다 가슴을 파고드는 셈.
절정으로 치닫는 놀이판.
장단이 급해질수록 심장의 박동도 빨라집니다.
이제 손은 따라갈수가 없으며 악사는 요동치는 박동에 자신을 맡깁니다.
거칠고 흥분된 북소리! 악사의 터프한 수염이 이를 말해줍니다.
[살포시 고개숙인 장구]
제 장단에 제가 빠졌는지
구불구불한 어깨선을 보자면 들썩들썩, 분명 어깨춤입니다.
출렁이는 리듬감. "얼수~허잇~" 오바하지않고 자연스레 그 가락을 맞춥니다.
갓 안쪽 눈이 궁금합니다.
혹여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깔고 무아지경 으로 신명을 느끼고 있을것 같은 상상이 되지않나요?ㅋ
[짝을 이뤄 부는 향피리]
왼쪽, 벌써 입이 아팠는지 피리를 삐딱하게 뭅니다.
얼굴은 가장 동안인데 능청이 여간이 아닙니다.
뭉툭한 코에 둥글한 얼굴에서 장난기가 묻어납니다.
여유있고 능글맞은 성격이 아닐까 싶지요.
오른쪽, 세피리는 반대로 양 볼이 빵빵하게 부풀었습니다.
지름이 1센티미터도 안되는 가느다란 구멍으로 숨을 불어넣자니 당연한 이치.
[갓을 쓴 악사]
대금 연주자 입니다.
귀가 참 예쁘지요.
옛날부터 잘생긴 귀는 귀인의 상징이었어요.
부처가 그랬고 삼국지의 유비가 그러했지요.
이 악사도 그렇습니다.
어디 귀 뿐이겠습니까.
대금은 생김새가 길쭉하고 구멍사이도 넓어서 손이 작은사람은 배우기 힙듭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악사의 손가락도 길고 매끈하구요,
얼굴도 갸름하고 몸매마저 늘씬하니 험상궂은 북재비와 통통한 피리부는 이들과는 혈통이 틀립니다.
귀티가 솔솔 납니다.
그의 신분을 어느정도 짐작케하네요.
[해금 연주자]
해금은 두개의 줄을 활대로 문질러 소리를 내는 악기로 연주법이 바이올린과 유사합니다.
근데 옆의 대금이 이 사람을 향해 틀어 앉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대금 해금. 똑같이 금 이라는 글자로 끝납니다.
그렇습니다. 두사람은 환상의 "듀오"인 셈.
음악이 현재 클라이막스로 취해있으니 그 음악의 엑기스를 우려내는 중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듀오가수도 노래를 하다가 절정의 순간에는 서로 마주 봅니다.
그것처럼 대금이 해금을 바라보는 까닭은 각자의 연주가 신명의 극치로 도달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서로 나누고자 몸을 튼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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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는 대금과 퉁소를 잘 불었습니다.
유명했지요.
어느날 도지사 이병모 관사에서 여러사람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김홍도가 부는 대금에 그집에 있는 학이춤을 췄다는 내용도 있고
청량산에서 퉁소를 불었을때 그 소리가 맑고 가락이뛰어나
그 울림이 산 꼭대기까지 치솟으매 자연의 모든 소리가 숨죽인듯
이를 멀리서 듣는다면 필시 신선이 생황을 불며 지상에 내려오는것이라 상상할만하다 라는
글귀도 있습니다.
그만큼 김홍도는 음악과 시. 그림등 풍류를 즐기는 신선이었습니다..ㅋㅋㅋ
신돈ost-공민왕.w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