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 노하우를 공개하다
_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총감독 이종현
6월 3일 저녁, 서교동 자치회관에서 의미 있는 인문학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찾았다.
"마포 열린 강좌 시리즈"의 일부인 이번 강연은 “잔다리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상상공장, 서교주민자치위원회, 마포구청이 함께 기획, 운영하는 문화기획 교육과정이다.
기획의 중심에 있는 상상공장은 클럽데이, 하이 서울페스티벌, 서울월드디제이페스티벌 등 화제를 모으는 굵직굵직한 축제의 기획을 담당해오며 지역의 지원이 없었을 당시부터 자체적으로 ‘축제기획’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카데미를 실시해 왔다.
배움의 열의가 있어도 깊이 있게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 늘 허기져 있던 ‘미래 기획자(주로 대학생들)’들은 이 강연을 통해 기라성 같은 국내 페스티벌의 대표들을 만나고, 현장에서의 생생한 노하우를 배우며 꿈을 키워왔다.
그러던 중 올해 상상공장과 지역(마포구 서교동)의 의기투합은 이전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수준 높은 강연을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역 측의 장소 및 재정 등의 적극적인 지원은 축제기획에 뜻이 있는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기획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 5인의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축제기획 강연
“축제기획으로 살아가기”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강연은 총 5주의 일정으로 계획되어 있다. 현재까지 상상공장의 대표이자, ‘서울월드DJ페스티벌’의 총감독인 류재현 감독,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총감독인 인재진 대표 등이 강의해 학생들에게 다년간 쌓아온 그들의 축제기획 노하우를 전수했다.
일 년에 한번, 모던한 감성을 움직이는 그 남자의 기획 이야기
* 유머러스하던 이종현 대표
이번 강의는 도심 속 피크닉을 연상시키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een Mint Festival, GMF)'의 총감독 이종현 대표의 순서였다. 매체를 통해 전해 듣기만 했던 그가 단상에 올라서자 학생들은 모두 집중했다.
그가 기획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een Mint Festival, GMF)은 2007년부터 시작되어 단 두 해만에 대한민국의 모던한 감성 음악들을 대변하는 대표 페스티벌로서 평가되고 있다. ‘감성’이라는 코드가 대표되는 만큼 관객의 대부분은 여성이며, 그에 어울리는 민트 측의 이색적인 페스티벌 레이디, 뮤지션 각각의 포스터 제작 등의 기획, 홍보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의 강연은 그가 보아왔던 많은 페스티벌에 대한 이해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을 직접 기획하며 느꼈던 것들을 사례로하여 노하우를 전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화두에 오른 페스티벌은 1985년 그가 초등학생이었을 당시 열렸던 대규모 록공연 '라이브에이드 (Live Aid)'였다. 라이브에이드는 밥 겔도프와 밋지 유어를 비롯한 영국과 아일랜드 뮤지션이 참가하여 제작한 자선 싱글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서 유래한 것으로 당시 이들은 '밴드 에이드(Band Aid)’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목적을 두고 기획된 이 공연은 영국 런던과 미국 필라델피아 등에서 동시진행되어 큰 이슈를 불렀다.
기획 노하우 1, 2. ‘이유’ 있는 축제가 ‘이야기’를 만든다
_ 축제의 목적과 이슈의 중요성
이종현 대표는 라이브에이드를 사례로 이 페스티벌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이유를 ‘목적’과 ‘이슈’에서 찾았다. 분명한 목적(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마련)을 가지고 기획된 이 공연은 대대적인 록 공연이라는 것을 제하고도 ‘국제적 위성중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레드 제플린의 재결합 공연’ 등 다방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이슈)한 것이다.
* 강연 내용을 빠짐없이 적어두던 학생들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는 학생들에게 이종현 대표는 “목적은 이와 같은 공공성을 제하고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라고 확실히 해두었다. 만일 어떤 페스티벌이 공공성을 띠고 있지 않다고 해서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덧붙여 “목적은 페스티벌이 왜 만들어졌느냐와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GMF의 경우, 흥겹지 못하다는 이유로 여타 페스티벌 무대에 서지 못하는 모던락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감성음악을 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그런 음악을 추구하는 선후배 아티스트들의 교류와 소통을 위해(씬 자체의 도태를 막기위함.) 기획된 페스티벌로, 크게는 음악 산업에 기여(음반판매, 대중과 아티스트의 친근감 형성 등)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이슈에 대한 설명을 보충하면서 그는 “축제에서 목적이나 총 기획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슈”라고 전했다. 기획과 목적이 원론적인 것이라면, 이슈는 축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슈는 “내(기획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만들거나 “존재만으로도 화제성을 가지는 것”이 되어야한다. GMF에서의 이슈는 전자에 속하는데, ‘테마송’과 ‘페스티벌 레이디(이하나)’, 오랜시간 활동이 없던 ‘미선이 섭외’ 등이 해당된다. 그는 “대부분의 이슈는 의도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막상 행사를 치르면 행사장 안에서의 사건들이 종종 후에 이슈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 노하우 3. 기획자가 많으면 기획이 ‘산’으로 간다
_ 모두의 책임은 모두의 무책임
90년대 말부터 그가 가졌던 축제에 대한 관심은 2007년 GMF로 모습을 드러냈다. ‘감성’이라는 코드를 바탕으로 기획된 이 페스티벌은 의외(?)로 친구들과의 담소라는 작은 사건을 뿌리에 두고 시작되었다. 그가 말하길 “기획은 굉장히 작은 데에서 시작한다. 통찰과 자료수집이 선행된 후에 차근히 A4 한 장 안에 담아내는 생각들이 기획의 핵심이 된다.” 통찰의 과정 속에는 공상이 포함된다. “기획의 크리에이티브는 회의에서보다는 공상에서 나온다.”는 이종현 대표다.
기획의 과정에서도 그만의 팁이 있다. “기획은 소수인원만이 모여 한다. 모든 결정이 있고나서 기획한 내용을 진행하기 위해 보충되는 인원은 다만 (이미 정해진 내용에 대한)서포트가 되어야하며, 일을 할 때에는 반드시 각자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사람이 많으면 결정이 더디고 흐지부지 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기획 철학은 “모두의 책임은 모두의 무책임”이라는 사훈에서 잘 나타난다.
그가 생각하는 기획에 대해 정리하자면, 크리에이티브와 책임감 거기에 ‘공언[公言]’이 더해진다. 남들 앞에 공식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밝히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실제로 GMF는 여타 페스티벌에 비해 라인업 공개가 빠른편이다.
우리가 할 일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분명한 목적과 거짓 없는 이슈,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기획. 그가 현장에서 몸소 느끼고 정리해 온 기획노하우를 통해 강연 당일 참여한 내일의 기획자들이 ‘한 수’ 배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연의 막바지에 접어들어 그는 “감동”과 “믿음”에 대해 거듭강조하며, “축제의 진행과정에서 관객들이 가지는 불만이나 건의사항에 대해 (비록 그것이 아니꼬운 내용일지라도)하나하나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과할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과를 전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관심을 보여야 참여 관객으로하여금 ‘다음번에는 나아지겠지, 노력하고 있구나’하는 믿음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잘 차려진 공연에 대한 만족과 개개인에게 귀 기울이는 주최측의 마음씀씀이가 GMF에 참여한 관객들로하여금 믿음을 키워, 페스티벌을 다시 찾게 한다.
* '잔다리아카데미'는 매주 수요일 서교동 자치회관에서의 열린다.
일주일에 한 번, 서교동 자치회관에서 만나는 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 기획 노하우 투어일정. 이는 무한한 가능성과 큰 꿈을 가진 미래의 기획자들에게 “21세기 산업의 중심인 문화, 그 중에서 ‘축제기획’만으로도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담들이 더 나은 축제기획을 위한 원동력으로 자리할 것이다. 오늘 강의에 이어 남은 2주 동안은 상상공장의 조감독이자 수석기자인 김민정 기자, ‘난장컬처스’의 주재연 대표가 강연할 예정에 있다.
글 _ 유현진
사진 _ 김윤보람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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