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는 마음을 읽는 게임 1.
- 일급 도박사가 말하는 원탁의 심리학 -
“표정·제스처에서 상대의 패를 읽는다” - Seth Stevenson 기자 -
- 세계 최고의 도박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거는 포커 월드 시리즈.
그들은 미국 네바다州 라스베이거스의 비니언스 호스호 카지노의 널찍한 방에서
고도의 심리전을 벌인다.
카드가 이리저리 날고 칩이 기묘하게 쌓이며 웨이트리스는 커피와 생수를 들고
미끄럼질치듯 사이를 오간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가견이 있는 구경꾼들은 선수들의 독특한 버릇을 알아차려
신경을 곤두세운다.
선수들이 자제하지 못하고 속내를 드러내는 반사 작용을 과학적으로 읽어내는 게임이다.
포커판은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가득찬다.
아마릴로 슬림은 큰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천천히 눈을 깜빡거린다.
떠오르는 스타 토니 매텐시즈는 조심스런 코브라의 분위기를 풍기며 코로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챔피언을 여섯 차례나 차지한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필 헬무스는 상대
선수들이 베팅을 할 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그들의 얼굴을 은밀히 훔친다.
눈썹이 경련을 일으키고 손이 떨릴 때마다 어떤 패를 들었는지 파악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직 감적으로 꿰뚫어보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은 전혀 내색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비니언스 카지노는 라스베이거스의 약간 누추한 옛 시가지에 위치해 있다.
바깥은 환한 대낮이었다.
마이크 카로는 훨씬 더 초라한 라스베이거스 교외 쪽으로 차를 몰았다.
사막의 바람이 공터를 휩쓸자 비닐 봉지가 굴러다니다 덤불에 걸렸다.
저명한 작가이자 도박사인 카로는 자신의 신조를 갈파했다.
“처음에는 확률이 동일하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동전 던지기처럼 확률이 반반이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사항을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읽으면 훨씬 더 유리하다.”
카로는 기자를 데리고 ‘도박사들의 서점’으로 향했다.
세계의 도박 관련 간행물을 가장 많이 모아 놓은 그곳은 가게라기보다 하나의
도서관이었다.
관리자인 하워드 슈워츠는 우리를 깊숙한 뒷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케케묵은 자료를 뒤지며 “상대방의 독특한 버릇을 읽는 기법은 역사가 깊다. 고
대 점쟁이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맞히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말을 하면서
고객의 동공을 쳐다 보았고 자신들이 말할 때 고객이 흥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동맥의 움직임을 살폈다”고 말했다.
마침내 슈워츠는 1900년대 초에 나온 자료를 찾아냈다.
대다수의 도박 서적은 마음을 읽는 법이 아니라 확률을 올리는 통계에 치중한다.
카로가 거들었다.
“물론 포커에서는 확률이 매우 중요하다.
나도 컴퓨터로 수백만 개의 패를 가상으로 만들어보며 가능한 모든 확률을
계산하려 했다.
그러나 통계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수학 천재들이 컴퓨터처럼 게임을 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카로는 전형적인 제스처와 반응을 사진으로 담은 ‘북 오브 텔스’(The Book of Tells)를
직접 저술했다.
카로가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카드 플레이어誌 사무실에서 우리는 포커판을
차리고 실전 게임을 벌였다. 기자는 카로가 약한 선수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살펴보고 싶었다. 물론 기자는 약 10판 만에 그에게 모든 칩을 잃었다.
가장 오싹한 느낌이 든 것은 그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볼 때였다.
기자가 좋은 패를 들은 척하자 카로는 기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잠시 자신의
칩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베팅을 받으려 하는 것을 본 기자는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숨을 죽였다.
그 순간 그는 기자의 패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반적으로 심약한 도박꾼들은 패가 나쁠 때 무의식적으로 공세를 취하고
패가 좋을 때는 서글프거나 무관심한 표정을 짓는다.
카로는 오랜 연구 끝에 평범하고 심약한 노름꾼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버릇들을 정리했다.
멋진 패를 잡았을 때는 대개 즉각 테이블에서 눈을 돌린다.
흥분된 감정을 숨기려고 무관심한 척하는 것이다.
반면 약한 패로 이기려는 사람은 약점을 가리기 위해 반사적으로 상대를 직시하며
공세를 취한다. 카로가 ‘포커 혀차기’라 부르는 것도 있다.
노름꾼이 패를 보고 곧바로 나지막하게 혀를 차면 패가 매우 좋다는 의미다.
혀차기는 흥분한 노름꾼이 서글픈 척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내는 소리다.
손 동작도 속마음을 내보인다.
칩을 걸 때 조그만 불필요한 동작을 하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뜻이다.
베팅할 때 손을 떨면 이길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을 푼다는 신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런 동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실력이 중간 정도만 돼도 그런 동작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뛰어난 선수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스스로 제어한다.
벨라조 포커룸에서 최고수 도박사인 모리 에스칸다니는 기자를 다양한 수준의
포커판으로 안내했다.
판돈이 적은 포커판에서 약한 선수는 패가 좋을 때 반사적으로 칩을 만지거나
쳐다보며 베팅을 하려는 등 전형적인 버릇을 보였다.
그러나 한 판에 수천 달러를 거는 프로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필 헬무스도 그 점에 동의했다.
포커 토너먼트 역사상 상금 액수 3위인 헬무스는 구경하기에 가장 재미있는
선수에 속한다.
포커판에서 그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게임 중간에 서성거리다가도 기회가
오면 손의 움직임, 표정, 목소리의 변화 등 모든 것을 감지한다.
그는 “내가 어떤 점을 본다고 설명할 수 없다. 그저 타고난 감각이다.
포커 선수는 누군가가 거짓말하는 순간을 가장 잘 포착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고 수준의 포커판에서는 선수의 마음을 드러내는 분명한 움직임은 없으나
어깨 위치의 미묘한 변화, 입의 모습, 동공 팽창 등 전반적으로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꼬집어 설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최고수 선수들 사이에서도 특정 버릇이 노출되는 적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독특한 버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프로는 없다.
자신 만이 아는 것을 밝히면 다시는 상대가 그런 버릇을 보이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한 월드 시리즈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연이어 딴 테드 포레스트는 상대방이
버릇을 노출시키도록 유도했다.
베팅을 선언해야 할 순간에 포레스트는 자신의 모든 칩을 거는 시늉을 했다.
상대편은 거의 알아볼듯 말듯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두려움의 표시였다. 포레스트는 모든 칩을 걸고 베팅해 이겼다.
포커의 심리전은 너무도 복잡해 최고수들도 때로는 거짓 동작을 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그 행동이 반응인지 가식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헬무스와 포커 책을 공저한 앤드루 글레이저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계속
넘겨 짚는 게임이 바로 포커”라며 거짓 버릇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멋진 패를 들었기 때문에 상대편이 베팅하기를 원했다.
그가 나를 쳐다보고 있기에 나도 꼼짝않고 있다가 결국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꿀꺽하는 작은 소리를 냈다.
그는 즉각 베팅했고 내가 이겼다.
물론 그가 우수한 선수였다면 내가 거짓 시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패를 거뒀을 것이다.”
기자는 프로가 아니지만 포커의 최고수를 여러 시간 관찰했기 때문에 아마추어
몇 명의 돈을 딸 정도는 됐다고 자신했다.
라스베이거스 중심지의 플라자 카지노에서 작은 판에 끼어들었다가 결국 큰 판을
만났다.
상대편은 기자를 직시했다.
기자는 칩을 만졌다. 그러자 그가 멈칫했다.
기자는 그의 패가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고 베팅을 해 돈을 땄다.
- 감정 드러내는 신호 -
포커를 할 때 멋진 패가 들었으면 생각을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
눈동자의 변화, 불만족스런 한숨 등 자연적인 반사 작용은 자신이 든 패의
내용을 반영한다. 가장 흔한 독특한 행동을 소개한다.
눈길 돌리기: 멋진 패를 가진 사람은 반사적으로 무관심한 척하며 눈길을 돌린다.
상대방 응시하기: 나쁜 패를 가진 사람은 좋은 패가 든 척하며 상대방을 공격적으로 응시한다.
동작 멈추기: 허세를 부리던 사람은 상대방이 크게 베팅하면 무의식적으로 동작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허세 부리기: 박력 있게 칩을 옮기며 베팅하는 사람은 사실은 패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칩 쳐다보기: 멋진 패를 쥔 사람은 바로 칩을 바라보거나 만진다. 베팅하고 싶은 것이다.
- Newsweek/3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