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화단은 매일 아침 상한가
이윤영
연일 매스컴에서는 세상의 불안한 전쟁과 그로 인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금값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경제의 ‘경’ 자만 들어도 가슴이 묵직해지는 요즈음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아침, 출근 길목에서 나는 뜻밖의 거부(巨富)를 만난다. 바로 담벼락을 따라 제멋대로, 그러나 당당하게 빛나고 있는 황금사철나무들이다.
빗방울을 털어내며 햇살을 머금은 그 노란 잎사귀들은 세상의 그 어떤 세공사도 흉내 낼 수 없는 순도의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다. 런던 금시장 전광판은 보지 못했어도, 내 눈앞의 화단 전광판만큼은 매일 아침 ‘상한가’를 경신 중이다. 길가에서 이 녀석들과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내 통장 잔고가 가득 찬 것처럼 괜스레 마음이 풍성해진다. 마치 길가 전체가 나를 위해 문을 열어둔 거대한 야외 은행 금고 같다.
문득 혼자 웃음 섞인 상상을 해본다. 저 눈부신 노란 잎들을 하나씩 정성스레 뜯어다가 커다란 방석을 만들면 어떨까. 가지치기하는 경비 아저씨 몰래 ‘합법적 주식 배당’을 받듯 한 잎 두 잎 모으는 거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노란 나뭇잎 돈벼락을 맞아보는 것이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백 퍼센트 순수의 증여세 없는 돈벼락을 말이다.
박장대소할 만한 상상이지만, 이런 엉뚱한 생각이 팍팍한 일상을 얼마나 순식간에 말랑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어차피 상상하는 데에는 부동산중개료 수수료도 들지 않으니, 이왕이면 가장 화려한 부자가 되어보는 게 이득이다. 황금사철나무는 내게 말하는 듯하다. 진짜 부자는 지갑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라, 길가의 초록 사이로 피어난 황금빛을 알아보고 마음껏 행복의 돈벼락을 맞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그러니 내일 아침 출근길에도 나는 기꺼이 그 길 위의 거부(巨富)와 은밀한 눈인사를 나누며,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횡재를 누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