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계엄령 선포와 내란 시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 체제가 의외로 허약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 사태를 극복하는 데 시민의 주도적 참여가 주효했다면서 이를 높게 평가하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한국 민주주의 체제를 평가하되, 이와 같은 상반된 시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의에 포함하라.
한국 민주주의를 평가하려면 다차원적 기준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민주주의 지수(EIU)는 대개 선거 절차,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시민의 자유, 정치 문화라는 다섯 가지 항목을 종합해 국가를 평가한다. 다만 이 다섯 항목을 똑같은 무게로 다뤄서는 안 된다. 완벽한 정부 기능을 가진 민주주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권력을 쥔 인간은 언제든 그것을 위헌적으로 휘두르려는 유혹에 노출되고, 어떤 제도도 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부 기능의 결함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그 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를 스스로 교정하는 정치 참여와 시민의 자유다. 이 두 요소가 체제를 지키는 최종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이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실패가 아닌, 그 방어선이 작동한 사건이다.
정부 기능 항목에서 한국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비상사태나 전시 상황이 아님에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고, 이 여파로 한국은 국제 민주주의 지수에서 167개국 중 32위로 밀려나며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강등됐다. 이는 정부 기능과 정치 문화 항목이 국제 기준에서 명백히 후퇴했다는 뜻이며, 이 사실 자체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차이는 여기서 존재한다. 같은 시기 정치 참여와 시민 자유 항목은 오히려 강하게 작동했다. 국회는 계엄군이 본회의장을 봉쇄한 상황에서도 담을 넘어 표결을 강행해 계엄을 해제시켰고, 시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나와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한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후 치러진 대선의 투표율은 모두의 관심 속에 79.4%라는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 기능이 무너지려는 그 순간, 시민이 정확히 그 공백을 메웠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되, 그 권력이 스스로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다시 그것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이 역시 국민이라는 사실, 이 구조야말로 한국 민주주의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정력의 증거다. 정부 기능의 결함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상수에 가깝지만, 그 결함이 실제로 뚫렸을 때 그것을 스스로 되돌릴 수 있는가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그 방어선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절차적 허점을 법적으로 메우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는 이미 강한 방어선 위에 얹는 보강 작업이지 체제의 근본적 결함을 뜻하지 않는다. 다섯 가지 기준 중 가장 무게를 둬야 할 항목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이미 그 능력을 증명했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