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두 글은 조갑제닷컴에 실린 글들이다. 하나의 글은 경제학자 출신인 조순 전 부총리의 강연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기자 출신의 조갑제 대표의 글이다.
조순은 "한글專用으로 얻은 것은 경박함이고 잃은 것은 문화이다"며, "한글전용으로는 知性을 만들지 못한다. 知性이 없으면 文化를 만들 수 없다. 문화를 만들 수 없는 나라는 망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한자와 지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연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듣지 못했다. 이것은 분명 개인적 느낌이며 편견일 것이다.
조갑제는 이렇게 주장하였다고 한다. “좌파가 한글전용을 확산시키고, 한글전용이 좌파가 득세할 수 있는 천박한 문화적 풍토를 만들었다.” 이 주장도 아마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한글만 쓰기를 주장하는 나도 그가 말하는 좌파는 아니다. 그리고 한글전용을 하였던 이승만도 박정희도 좌파라고 할 수 없다. 무리한 주장이 아닌가?
또한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한글專用은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천박하게 만들어 잘 속는 사람들로 전락시키고 있다. 난장판 문화의 원인이 한글專用이다. 정치적 선동에 잘 속는 국민, 저질문화로는 一流국가를 만들 수 없다.” 나는 글을 쓸 때 한자를 가능한 한 쓰지 않는다. 한자가 섞인 글을 보면 옛날 ‘꼰데’라고 비웃던 고리타분한 노인네를 보듯이 낡고 지저분해 보인다. 오늘 날 그 많은 책들이 대부분 한글로만 쓰여 있다. 심지어 컴퓨터에 관한 서적도 한글로만 적혀 있다. 심지어 황장엽 선생의 철학서적도 한글로만 쓰여 있다. 어찌 한글이 사고방식을 천박하게 만든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더욱이 한자에 찌들어 있던 조선말 선조(先祖)들은 한자를 그렇게 숭상하였는데도 왜 나라를 잃었는가? 그에 비하면 지금 한글세대들이 국제무대에서 한껏 실력을 자랑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 한국이 일류국가가 아닌가? 일류국가가 아니라면 그것이 한글 때문인가? 난장판이 학생들 때문인가 아니면 기성세대의 도덕적 타락 때문인가? 저질 문화가 한글 때문인가 아니면 기성세대의 타락 때문인가?
그의 다음과 같은 주장의 인용에는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수밖에 없다. “독서 못하는 대학생, 사상적 기반이 없는 대학생, 사고방식이 유치한 저질대학생을 양산하는 한 공산주의 오염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그 책임은 한글전용정책이다.” 한글 쓰기와 공산주의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무지막지한 주장을 할 수 있을까? 무식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과감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자는 학문이 아니다. 그저 표현 수단일 뿐이다. 학문은 영어로 할 수도 있고 한자로 할 수도 있으며 한글로 할 수도 있다. 어찌 한자를 모르면 독서를 못하며 사상적 기반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며 공산주의 오염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런 주장을 공개석상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이성이 마비된 사회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사회현상에서 인과관계(因果關係)를 추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정밀한 조사방법론에 입각한 엄밀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해석할 때도 신중하여야 할 이런 엄청난 주장을 개인적인 느낌만으로 서슴치 않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아직 사회의 집합적 지적수준이 이 정도밖에 못 된다는 실상을 보여준다. 이런 수준의 글이라면 선전선동을 위한 글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마치 친북좌익들이 김정일을 위대한 영웅으로 선전하듯이 한자를 선전하고 있다. 참으로 유감이다.
이미 역사적 대세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한자가 그렇게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알아서 배울 것이다. 배워야 한다고 강제하기 전에 스스로들 알아서 배울 것이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기본 원리다. 또한 자유경쟁의 기본원리다. 이들은 왜 각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 한자가 그리 배우기 쉽다면 왜 대학졸업자들이 모르는 한자가 그리 많을까? 또한 한자 몇 자 안다고 지적수준이나 교양의 수준이 얼마나 달라질까? 그 알량한 한자 수준으로 한문으로 쓰인 고전(古典)을 읽을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다 부질없는 짓이다.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한자를 배우기가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그 좋은 한자를 배우지 않을까? 익히기 어렵고 한번 익혀도 기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자를 몰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글자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 일이지 어찌 한자배우기를 강요해야 하는가? 과거 가부장적 시대에 아버지가 권위로 자식들에게 한자 배우기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신들이 그런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더욱이 한자를 모르면 반지성적이고 문화가 없으며 심지어 유치하고 사상적 기반이 없고 공산주의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아래 인용한 글들에서도 사용된 한자의 수나 수준을 보면 왜 이 정도의 몇 자 되지 않는 한자를 가지고 그렇게 엄청난 주장들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기분에 따라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몇 자의 한자가 어떻게 지성이니 문화니 하는 개인의 품성이나 사회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한글을 쓰는 것이 공산주의까지 퍼지게 만든단 주장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무식의 소치다.
나는 이런 글들을 오랜 기간 지켜보아 왔지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의해서 읽어야 할 글들은 별로 없었다. 이들은 단지 한자가 섞이지 않은 글이 싫을 뿐이다. 한자가 섞이면 무조건 좋아 보이는 것이다. 그 정도의 인식수준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 하면 학문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또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래 인용한 글들이 이를 증명한다. 사회과학적으로 논증할 수 없는, 아니, 논증이 되지 않은 주장으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무책임하다.
이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한글만 쓰자고 주장할 때 한자를 배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자는 배우되 쓸 때는 한자를 쓰지 말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자의 습득 수준은 교육수준에 비례하고 교육수준은 소득수준에 일반적으로 비례하기 때문에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이 한자를 섞어 쓰면 그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할 사람들이 많은지라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한자를 쓰지 말자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한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정책적 문제다.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우리가 어릴 때 도수체조(徒手體操)란 말을 많이 들었고 또 썼다. 이 말의 뜻을 알자면 한자 공부를 꽤 많이 하여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것을 맨손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쉽고 편한가? 또한 수도(水稻)란 말도 많이 들었다. 알기 어렵다. 이 말을 물논벼라고 하니 이해하기 쉽다. 한자를 쓰면 도수체조니 수도니 하는 말들이 사라지지 않으며 그런 식의 낱말이 생성되게 된다. 그러나 한글만 쓰면 도수체조니 수도라는 말이 맨손체조니 물논벼라는 말로 대체된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자명하지 않은가?
교과서를 한글로만 출판하여도 한문 과목이 있다. 한자를 배울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중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 어찌 세계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 중국인이나 인본인과는 그 몇 자 되지도 않는 한자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믿을까?
또한 한글만 쓰자고 주장할 때 모든 글을 한글만으로 쓰자는 것이 아니다.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서적이라든가 또는 동호인들끼리만 읽는 문서는 어떻게 쓰든 상관이 없다. 한글전용은 오직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할 때만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 말하였다.
내 자신 이 들을 쓰면서 약간 흥분하여 글이 좀 과격해진 것 같다. 우리 모두 차분하게 생각하자. 한자는 배우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쓰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이니 자제하는 것이 소위 군자(君子)의 도리가 아닐까? 내가 한자를 안다고 마구 쓴다면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불편할까? 그 불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굳이 한자를 쓸 이유가 없다. 배우는 것과 쓰는 것은 그 사회적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자.
趙淳 전 부총리, "한글專用이 反知性 분위기 확산"
"한글專用으로 얻은 것은 경박함이고 잃은 것은 문화이다"
趙甲濟
오늘 오후 서울 水雲회관에서 열린 漢字교육추진총연합회 주최 강연회에서 趙淳 전 경제부총리는 "한글專用이 확산되어 反지성적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고 개탄하였다.
그는 "한글專用으로 얻은 것은 경박함이고 잃은 것은 문화이다"고 말하였다. 趙 박사는 "한글전용으로는 知性을 만들지 못한다. 知性이 없으면 文化를 만들 수 없다. 문화를 만들 수 없는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그는 한글전용으로는 책도 제대로 번역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한글전용이 확산되면 인간의 생각과 사상과 행동이 유치해져 난장판의 文化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하였다.
趙 박사는 경제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語文정책이라고 강조하였다.
"語文정책이 제대로 되어 文化를 창조할 능력을 갖추면 경제, 정치, 지성의 바탕을 갖추게 되므로 일시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져도 문제가 안된다"
경제학자인 趙 박사가 경제보다 語文정책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趙 박사는 한글전용론자들을 비판하였다. 그는, 적개심, 애국심, 콤플렉스가 그들의 맹목적인 생각의 바탕이 된 것 같다는 분석을 하였다.
그는 한글전용론자들이 漢字를 구축하였다고 생각하나 실은 한글을 쫓아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파트 이름 등 생활어에 영어가 대거 등장하여 한글을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趙 박사는 한글전용으로는 人文學뿐 아니라 과학도 불가능하다고 말하였다. 漢字문화권인 東北亞가 세계의 중심적 문화권이 될 것인데, 한국만이 漢字를 버린다면 앞으로 미아가 되고 말 것이다.
그는 李明博 대통령이 語文정책을 바로 세운다면 다른 정책에서 실패하더라도 역사에 남을 사람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글專用정책이 좌익 量産"
한자교육 대강연회: "漢字말살 신문사 상대로 不買운동해야"
조갑제
오늘 오후 2시 서울 水雲會館에서 歷代 국무총리 및 교육부장관 전원이 서명한 '초등학교 한자교육 촉구 대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하였다. 나는 이런 요지의 연설을 하였다.
"한글 전용을 저지하여야 선진화가 이뤄진다. 좌파득세와 한글전용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두 가지 장애물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닢처럼 연관되어 있다. 좌파가 한글전용을 확산시키고, 한글전용이 좌파가 득세할 수 있는 천박한 문화적 풍토를 만들었다.
漢字-한글혼용에 의한 한국어 정상화 운동은 정치적으로, 공격적으로,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한글전용하는 신문과 출판물에 대하여는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어의 파괴를 걱정하는 기성세대는, 한글전용으로 한국어를 파괴하는 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을 낙선시키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한글전용에 반대하는 건전한 시민들이 다수이고 대부분이 유권자들이므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신문사에 대하여 최소한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해야 한다. 고유명사는 반드시 한자-한글混用으로 적어야 한다. 부고란의 이름은 漢字로 적어야 한다. 略語나 同音異義語도 한자를 써야 한다.
한글專用은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천박하게 만들어 잘 속는 사람들로 전락시키고 있다. 난장판 문화의 원인이 한글專用이다. 정치적 선동에 잘 속는 국민, 저질문화로는 一流국가를 만들 수 없다."
행사장 입구에서 한자善用국민실천회가 나눠준 전단지에는 李容完(이사)씨가 쓴 재미 있는 글이 실려 있었다. 제목은 '학생운동의 질적 향상을 위해'이고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였다.
<독서 못하는 대학생, 사상적 기반이 없는 대학생, 사고방식이 유치한 저질대학생을 양산하는 한 공산주의 오염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그 책임은 한글전용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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