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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더 와이프 - The Wife >
- 성공을 꿈꾼 남자,
그리고 그를 선택한 여자...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인가요?
아님, 그 글이 읽혀지는 사람일까요?
여기,
남편의 '작가'로서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인 '킹 메이커'로
살았던, 아니 살아내야 했던 한 여성이자 아내의 서사가
있습니다.
문학계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 발표 전야,
존경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조셉 캐슬먼(조너선
프라이스 분)은 어린아이 같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잠을 못이루지요.
반평생 내내 그의 사생활과 집필 과정을 보살펴 온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스 분)은 그런 남편을 다독여줍니다.
드디어 스톡홀름에서 전화가 걸려오자 조안은
다른 방의 수화기를 들고 동시에 통화 내용을 듣지요
(휴대전화가 일상화되지 않았던 1990년대 초반).
" 캐슬먼 씨, 기쁜 소식을 전하게 돼 영광입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어요! "
감격적인 수상 통보와 남편의 들뜬 대답을 듣고 있는
아내 조안의 클로즈 업은 단 하나의 숏만으로도 부부가
겪어 온 세월을 오롯이 투영하기에 이릅니다만...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부부의 비밀, 영화 < 더 와이프 >는 그렇게
그 막을 열어갑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지인들이 마련한
파티에서 작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돈키호테
성찰(Meditation on Quixote)'을 인용한 조셉의
소감을 듣는 순간,
조안의 마음은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가득 차게 되지요.
화려한 남편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아내의
허허로움과 그 상실감만으로 여겨지기에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화의 농밀한 묘미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아내 조안을 통해 조망해 보는 부부 관계의 이면과
그 속에 내장된 퍼즐에 있습니다.
당시 대학신문에 글을 기고할 정도로 촉망받는
문학도였던 조안(애니 스컬트 분),
반면 조셉(해리 로이드 분)은 작가로서의 재능이
그다지 없는 대학 교수였지요.
조안은 자신의 재질을 알아주는 유부남 조셉과
사랑에 빠지며 연인관계를 맺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설가가 되리란 꿈을 계속 키워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세미나에서 조안은 조셉의 소개로
한 여성 작가를 만나게 되지요.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이는 내 삶이에요." 라고 화답하는
조안에게 그녀(엘리자베스 멕거번 분)는 기대와는
너무도 얼그러진 뜻밖의 냉혹한 조언을 들려주지요.
" 재능있는 분이라죠?
하지만 쓰지 마세요.
주목받을 거란 꿈도 꾸지 말고요!
남자들은 여성 작가의 글에 관심도 주지 않고,
결국 아무도 읽지 않게 될테니까요."
조안이 아무도 읽은 적이 없는 (그 여성 작가가 건네 준)
새 책을 펼칠 때 ‘쩍’하고 날카롭게 갈라지는 소리는,
고루한 남성 편집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대를
감내해야 했던 여성 작가들의 숙명을 알려주는
사뭇 서글프고도 절절한 효과음으로 울려옵니다.
한편 조안은 출판사에 보낼 조셉의 소설을 읽으며
예리한 지적을 하자, 조셉은 못난 열패감으로 이별을
선언하고 말지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조안은 연민어린 설득을
건넵니다.
" 내가 고쳐볼게요."
그렇게...
여성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한 줄의 글도 품으려 하지
않았던 시대를 거스를 자신이 없었던 조안은 작가의
꿈을 그만 접은 채 문장 속으로 숨어들며,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인, 남편 조셉 인생의 부분
집합이자, 아내로서만 살아가기로 하지요.
그녀는 남편을 대신해 매일 8시간씩 글을 썼고,
가족에게마저 비밀로 붙였습니다.
아버지가 자기가 쓴 소설을 읽고도 잘 읽었는지,
자기 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절한 피드백을
한마디도 않는 게 불만이었던 아들 데이빗,
그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어떻게든 아버지
조셉에게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하지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엄마 조안보다도...
하여,
영화는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여성 예술가의 삶과 그녀들의
결정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만,
조셉이 작가 인생 최고의 영광을 맞이하는 순간,
조안은 자신이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평생토록 조셉의 성공을 위해 희생해 왔지만,
결국 그녀에겐 허울좋은 빈 껍데기의 공허함만
남겨졌던 게지요.
스톡홀름 행 비행기 안에는 취재 정신으로 투철한
작가 나다니엘 (크리스천 슬레이터 분)도 타고
있었습니다.
조셉은 그가 자기를 전기 작가로 삼아 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며 그런 터무니 없는 꿈일랑 꾸지도 말라고
단호히 밀어냅니다만,
조안은 작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우리에게 좋지 않은
글을 쓸 수도 있다며 나다니엘에게 남편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하지요.
막상 스톡홀름에 도착한 이후 느리게나마 삐걱거리며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던 그들의 관계는 점점 파국을
향해 빠른 속도로 치닫습니다.
조셉은 노벨상 재단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여성 사진사
리니아(카린 프라즈 콜로프 분)를 소개받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둘 사이엔 벌써 뭔가 스파크가 통한 듯
한데...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G장조, Op.77 중 1번'의 선율이
경쾌하게 흐르는 가운데,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취재진의 질문 세례,
너무 뜨겁기만 한 세간의 찬사와 주목의 현장에서
조셉은 한껏 흥분에 취해 있지요.
" 지금 이 모든게 농담이 아니라고 말해줘! "
그런 남편을 '전부 현실이야'라고 시종 침착하게
격려하는데다,
수상 소감을 이야기할 때 제발 자기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며,
온전히 그의 주변부에 머무르던 조안...
하지만 그간 억눌러져 있던 조안의 감정은 일련의
과거 회상 장면과 조셉의 진실을 터뜨리고 싶어하는
나다니엘의 집요한 취재로 인해 서서히 수면 위로
꿈틀거리며 떠오릅니다.
" 몰래 신화를 만들어 내는 거,
이젠 지긋지긋 하지 않나요? "
이처럼 조셉의 과거 행적을 눈치채고 있던
나다니엘은 북유럽의 머나먼 스톡홀름에 도착해서도
한림원까지 쫓아와 조안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들
데이빗과 접촉하려 애쓰지요.
평소 외도를 일삼았던 조셉이 사진 작가인 젊은 여성
리니아를 향해 추파를 던지는 걸 본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조안.
그녀에게 넌지시 다가서며, 나다니엘은 술 한잔
할 것을 제안합니다.
'글을 쓰는 걸 그만 둔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나다니엘의 질문에 조안은 '여성작가로서 성취할 게
아주 조금 뿐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아직은 조심스럽고도 모호하게 답하죠.
이렇듯 호락호락하지 않은 조안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흐트러지는 모습은 절대 보여 주지
않습니다.
다만 진실의 일부분을 순간적으로 암시할 뿐이죠.
그럼에도 나다니엘은 조안을 끈질기게 압박합니다.
" 사모님이 학창 시절에 쓰신 소설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조셉의 소설은 실망스럽게도 수준 이하
였지요.
두분이 결혼하고 조셉의 소설은 이상하게도
훌륭해졌더군요.
이젠 진실을 털어놓아도 괜찮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머뭇거리는 조안...
자신의 말 한마디에 남편의 모든 것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남편을 향한 연민의 정, 그리고 젊은 시절 자신이 택한
삶에 대한 정당화가 그녀를 돌려세운 게지요.
시상식에서 '아내가 없다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라며, 최고의 헌사를 건네던 조셉...
하지만 그는 막상 요한 슈투라우스의 왈츠 곡 '와인,
여자, 그리고 노래 (Wein, Weib, und Gesang Waltz)'
가 흥겹게 흐르는,
환영 만찬 속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부부와의 만남에선
진정성보다는 뻔뻔함에 가까운 속내를 에둘러
드러냅니다.
" 아내가 글을 안 써서 다행이에요! ’’
더구나 '아들도 작가지만 정체성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는 조셉의 말은 그간 꾹꾹 눌러오고 있던 그녀의
마음을 격렬하게 뒤흔들어 놓습니다.
시상식 전 호텔 방으로 선물로 날라져 온 한 초콜렛
상자에는 조셉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쓰인
카드가 붙어 있지요.
" 이게 도대체 누구야? " 하고 조셉이 묻자,
아들 데이빗이 '아버지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잖아요'
라며,
그것도 모르냐는 듯 대꾸하는 정황에서 이미 조셉의
작가적 실체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가는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을 안쓰면 영혼이 굶주리죠."
대학시절, 눈빛을 반짝이며 들었던 조셉의 강의를
떠올리는 조안,
그녀의 표정 아래로 흘러가는 기쁨과 안도, 희미한
경멸과 처연함은 캐슬먼 부부가 함께 공유했던 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 반추케 만들지요.
플래시백 장면으로 교차되는 화면은 회한의 고통과
상처를 오로지 '문학'이라는 미명으로 승화(昇華)하며
참아내야 했던 조안의 질곡(桎梏)어린 삶을 애틋한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습니다.
그토록 떠올리고 싶지 않는 과거 속 내면 세계로
회귀하는 조안.
그녀의 지난 날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능이
사장당하거나 작품이 평가절하되는 불공정함,
거기에다 상습적이었던 남편의 불륜,
무엇보다도 창작가로서 저지르면 안되는 대필 작업을
합리화하는 남편을 본의 아니게 동행해야 하던 괴로움,
그럼에도 계속해서 가해지던 남편의 모욕적인 멸시로
얼룩져 있었지요.
하여,
관객의 시선은 극중 내내 조셉의 언행이 아닌,
끓어 오르는 비등점 직전까지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것에 무언(無言)의 코멘트를 덧붙이는 조안의
리액션에 못박히게 됩니다.
남편이 작가로서 별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괴로워하자, '그녀 혼자'만의 재능으로 '부부로서의
두 사람'을 지키기로 나서며, 조셉의 유령 작가가 된
아내 조안,
제임스 조이스의 시와 호두를 이용한 수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드르며 끊임없는 여성 편력을
일삼으면서도 조안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철부지 아이 같았던 조셉...
얼핏 보면 조셉은 아내의 달란트를 가로챈 파렴치한
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은 비자발적 강요가 아닌
그녀의 자의적인 선택이었으니,
조셉이 영화 말미에 '스스로 새장 안으로 들어간 건
당신이었고 끝끝내 나오지 않은 것도 당신이었다' 라며
조안에게 따져묻는 것도 꽤 일리는 있어 보이죠.
중요한 결혼 생활, 또한 그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은밀하게 타협했던, 둘 다 세상을 속인 공범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셈으로,
영화 < 더 와이프 > 속에서는 이를 꿰뚫어 내는
'비슷한 듯 또 다른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합니다.
이들 부부가 침대 위에서 손을 맞잡고 뛰는 몽타주
시퀀스이지요.
처음 조셉의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왔을 때
‘우리가 책을 냈다네’라며 흥얼거리던 조셉,
그랬던 그가 정작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는
'내가 노벨상을 탔다네’ 라고 아이처럼 기뻐하며 신나게
노래를 합니다.
'킹 메이커'로서 스스로 자족하며 남편 뒤에 서서
그림자로 살던 조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던 모멘트가
바로 이 지점이 아녔을까요?
조셉에게 자신을 향한 표현일 수도 있는 '상처 받은
작가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에둘러 말하는 조안...
카메라는 조셉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나, 이어지는
파티에서 소감을 얘기할 때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조안을 번갈아 가면서 비추어 줍니다만,
흘려보낸 세월을 고스란히 품어내며, 눈빛과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만으로도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45년차 여배우 글렌 클로즈.
온화한 미소를 두르고 있지만 참으로 헛헛한 표정으로
펼쳐내는 그녀의 연기는 가히 놀랍기만 합니다.
축하 만찬장에서 옆 자리의 스웨덴 국왕이 조안에게
묻지요.
" 부인은 무얼 하시죠?
직업이 있으신가요? "
의미심장하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조안,
" 전 킹 메이커랍니다! "
이 말에 담긴 함의(含意)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국왕은 '저희 아내도 같은 말을 할 겁니다' 라며
웃어넘깁니다만...
순간 연회장 자리를 박차고 호텔로 돌아온 조안은
남편 조셉에게 이혼하자며 소리칩니다.
"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어.
난 더는 이 수모를 못견디겠어.
옆에서 말없이 다소곳하게 당신의 코트를 들어주는
것도, 약과 셔츠를 챙겨주는 것도 더는 못해.
'당신이 남들에게 내 아내는 글을 쓰지 않아요'라고
떠들고 있는데 말야.
당신의 아내는 방금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
그렇게, 참고 참았던 조안의 폭발과 함께 클라이맥스로
치닫던 초긴장의 위기 상황은,
조셉의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인한 죽음으로 매듭져지는,
좀 생뚱맞고도 씁쓸한 호흡으로 마감됩니다만,
그녀의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한 남자이자
남편이 바로 자기 눈 앞에서 속절없이 스러져 가는
모습을 황망하게 지켜보는 참담함이란...
그녀의 잃어버린 과거는 영영 되찾지 못할 것으로,
옥쇄처럼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현실적인
엔딩으로 자리하지요.
그렇게, 모든 일이 폭풍처럼 지나간 후,
조안은 비행기 안에서 나다니엘에게 '항간의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만약 당신의 의도대로 조셉의 전기를 왜곡해
출간할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각오해야 될거에요' 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하죠.
아들 데이빗에게도 집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다 말해주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노트를 꺼내 하이얀 여백의 페이지를 펼치고선
손가락으로 무연(憮然)스러이 쓰다듬는 조안.
그동안 무수히 많은 작품을 고치고 또 다듬으며 집필해
왔지만, 동시에 아무 것도 쓰지 않았던 거에 다름 없었던...
이제야 비로소 그 누군가의 뒷그림자로서가 아닌,
어느 누구도 대신 쓸 수 없는,
하여, 본인의 빛이 온전하게 발하는 '그녀, 조안' 만의
진정한 이야기가 당당하게 세상에 펼쳐질런지요.
- 李 忠 植 -
1. 더 와이프(The Wife) 예고편
https://youtu.be/uTHKSu-9xhU
2003년 발표된 메그 울리처의 동명 소설을 스웨덴
출신의 감독 비욘 룬게가 스크린에 직조해낸
< 더 와이프 - The Wife >.
영화는 부부간의 뒤틀린 내면의 한(恨),그 관계를
정치(精緻)한 시선으로 파고들며,
사랑과 결혼, 그리고 거기에 어린 내밀하고도 강렬한
비밀, 특히나 여성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체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조안이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글을 쓰게 만든 힘은
바로 사랑이었지요.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완전 비대칭적이었다는 데서
비극적 운명으로 함몰됩니다.
'진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라는 숨겨진 비밀,
그 진실을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오묘하게 풀어낸
비욘 룬게 감독.
그는 조안이 자신이 내린 선택을 어떻게든 정당화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심경 변화를 한 편의 연극
처럼 섬세하고도 서늘하게 그려냅니다.
그는 절묘하게도 조안과 조셉 부부 사이에,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못받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아들 데이빗을 작가로 설정하며, 캐릭터들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을 극대화하고 있지요.
조안 자신의 신념과 노력으로 만들고 쌓아올린 성공과
명예, 그러한 킹 메이커로서의 존재적 삶이 훼손되거나
부정당하고, 또한 소멸되는 행위들을 용납하지 않으며,
나아가 이를 결단코 막아내기 위한 '조안, 그녀'의 선택은
자못 진중(鎭重)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2. 글렌 클로즈의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
https://youtu.be/hYMVMl0V3A0
조 라이트 감독의 연출작 < 다키스트 아워
-Darkest Hour > 에서 윈스톤 처칠 역으로
작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휩쓴
배우 게리 올드만이 발표한,
2019년 '골든 글로브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은 영화 < 더 와이프 - The Wife > 에서
아내 조안 캐슬먼 역을 맡은 '글렌 클로즈' 였습니다.
수상 후보자로서 그녀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레이디 가가, 니콜 키드먼, 멜리사 멕카시와
로자먼드 파이크,
그리고, 샤를리즈 테론, 에밀리 블런트, 로라 던과
타라지 P. 핸슨 등 쟁쟁한 스타 여배우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으며,
반세기에 가까운 연기 커리어에 빛나는'글렌 클로즈,
그녀'는 우아하고도 힘찬, 진심이 담긴 소감을 헌사했죠.
"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론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아빠를 위해서 평생 자신을 헌신하셨는데,
여든이 넘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난 아무 것도 이룬게 없는거 같구나'
그건 옳지 못해요.
이런 모든 경험들을 통해서 제가 배운건 우리 여성들이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당하며 살아왔다는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 자신의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꿈을 좇아야 해요!
그리고 말해야 합니다.
'나는 할 수 있어
또한 당연히 해야 한다고'. "
모든 배우가 기립박수를 치는 가운데,
감동의 메시지를 이어가는 글렌 클로즈...
" 어렸을 때 저는 복서가 될 운명이었던 무하마드
알리처럼 배우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고 느꼈죠.
초기 디즈니 영화들과 헤일리 밀스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할 수 있을거야'
그런데 오늘 여기 서있네요.
배우로 일한지 올해 45년 째가 됐는데,
이것보다 더 멋진 인생은 상상 못 하겠어요! ”
3. 하이든 '현악사중주 Op.77, No 1-2'
- 알반 베르크 콰르텟
https://youtu.be/E5bU2gm1Tes
4. 요한 슈투라우스의 왈츠 '술, 여자, 그리고 노래'
('Wein, Weib und Gesang' Waltz)
- 호바르트 얼레 지휘 오데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FwIDhX9tkoA
요한 슈투라우스 2세가 1869년 빈의 도시 생활을
감미롭게 그려낸 관능적인 왈츠 곡으로,
정열적이면서도 청순한 사랑과 그 아름다움,
아울러 섬세한 부드러움과 안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조 코커(Joe Cocker)의 'Do I still figure in your life?'
https://youtu.be/fGWsB0RW-UI
영화 < 더 와이프 - The Wife > 에서 삽입된
많은 팝송 중 영국의 블루아이드 소울 음악가
'조 코커'가,
특유의 거칠고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부르는
'Do I still figure in your life' 는 폐부를 찌르는
인상적인 울림으로 스며듭니다.
5 -1. 사만타 존스(Samantha Jones)의
' Do I still figure in your life? '
https://youtu.be/zy9QxuF1D3w
첫댓글 감사합니다
한 달 간격으로 개봉한 두 영화 '콜레트'와
'더 와이프'는 남편의 유령작가로 살아온 아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닮아 있지요.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간 것을 깨달았을
때에도 대부분 여성들은 '조안'처럼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지 못한 채,
'문학 속에 숨고', 또한 '시간 속에 묻는'
현실적인 서글픈 선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콜레트'는 달랐지요.
뒤늦게 깨달은 것을 과감하게 실천했던 그녀...
콜레트는 그녀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 캐릭터인
'클로딘'처럼 자유롭게 살았다고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