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씨들의 전성시대 (한지혜, 한고은, 한가인, 한채영, 한은정, 한예슬)
"엄마, 소파에서 졸지 말고 고만 방에 들어가서 누우 자이소"
"야--가, 내가 언제 자불랏다고 그라노, 내사 하나도 안 자불랏다"
(자불다는 졸다의 경상도 방언)
20여 년 전, 저녁 식사 후 거실 소파에서 연속극을 보든 장모님과 아내,
두 모녀가 나누는 대화다.
식사 후 조는 건 장모님 뿐 만 아니다.
우리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의 또 하나 공통점은 졸다가도 방에 가서 주무시라면은 내가 언제 졸았느냐며
다시 TV를 보시다 금방 다시 존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아내가 그 시절 어머니들이 하시든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여보, 그만 방에 들어가 자지?"
거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아내에게 내가 이를라 치면, 금방 정신이든 아내는
"내가 언제 졸았다고 그래요, 생사람 잡네"
그렇게 항변을 하고서는 정신을 차리고 얼마간 TV를 보든 아내는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예 민망스러울 정도로 머리를 젖드리고 잠이 들고 만다.
"여보, 그러지 말고 들어가 자라니까"
"그 참, 이상하네, 방에 들어가면 잠이 안 오고 소파에만 앉으면 졸리네"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졸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아내의 궁색한 변명이다.
아 --- 아 --- !, 그러나 뉘 알았으랴, 그렇게 민망해 보이든 행동을 요즘 와서
내가 하고 있다니..............
"어--- 어, 또 조는 것 봐라, 나보고 존다고 흉 봐 쌓드니 요즘은 맨 날 당신이 조네"
졸다 깬 아내가 역시 졸고 있는 나보고 한다는 소리다.
TV는 켜 놓은 체 졸고있는 두 중늙은이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얼마나 가관일까?
요즘 들어서는 식곤증 때문인지, 나도 늙어서 그런지 저녁 식사 후 2~30분 후에는
십중팔구 졸음이 온다.
그렇다고 그대로 들어가 초저녁부터 자 버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몇 번
졸다 깨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 후로는 정신이 맑아지고, 때론 잠들 타이밍을 놓쳐
새벽녘까지 잠을 못 이룰 때도 있다.
조는 것말고 옛날 아내를 핀잔주든 행동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또 한가지 있다.
"허구 헌 날 연속극에만 목매지 말고 책도 좀 읽지!"
결혼하고 몇 년 후부턴 아예 책하고는 담을 쌓고 연속극만 집착하고 있는 아내가
딱하여 내가 하는 소리다.
심지어는 9시 뉴스 시간에도 연속극을 보겠다고 우겨 내게 핀잔을 맞기도 했다.
독서를 며칠만 게을리 해도 세월을 헛 보낸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든 나에겐
아내의 생활 방식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아!, 그러나, 그랬든 내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허구 헌 날 그렇고 그런 연속극에 목매는 사람들을 수준 낮은
사람들이나 하는 안일한 생활 태도라고 우습게 생각했든 내가..........
그런 내가 요즘 하고 있는 행동 좀 보소.
시간대 별로 연속극을 제다 꿰고 있고 빠지지 않고 다 본다.
연속극을 보는 취향도 시대극보다는 멜로나 트랜디 쪽이다.
책을 들고 앉는 건 왠지 부담스럽고 연속극을 보고 있으면 마냥 편안하다.
(아이고!, 게으름뱅이)
연속극 뿐 아니고 전반적으로 TV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늘어난 정도가 아니고 아예 집에 있는 시간 대다수는 TV 앞에 앉아 있다 시피 한다.
그러다 보니 TV 보는 시간과 정비례해서 잡다한 연예 정보 등이,
이를테면 가수, 탈랜트, 개그맨, MC, 아나운서 등, 각종 연예계 정보나 까십 등이
젊은이 뺨치게 빠삭(?)해 졌다. (살다 보니 나도 참 많이 변했다 ㅠㅠㅠ)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나 뿐만 아니고 우리형도 그렇다는 것이다.
형은 나보다도 훨씬 더 학구적이라서 연속극 알레르기는 나보다 더 심했든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어떤가 하면, (정년 퇴직 후 시간이 넉넉하고 무료해서 그런진 몰라도)
나보다 한술 더 떠서 같은 시간대 타 방송에서 하는 연속극까지 줴다 녹화 해 뒀다
두고두고 다 본다는 것이다.
옛말에 막말은 해선 안 된다드니, 세월 따라 변해버린 나의 자화상이여.................
그런데 요즘 연속극을 보다 우연히 발견한 사실인데,
예쁘고 연기 잘하고 인기 있는 여자 탈렌트들은 제다 한씨 성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 낭랑 18세, 여름향기, 섬 마을 선생님 등 연속극, MBC 생방송 음악 캠프 MC 등.
좌충우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지혜.
♥ 줄리엣의 남자, 그 여자 사람 잡네 이후 GOD 박준형과의 파경으로 다소 주춤하더니
다시 보디가드, 장길산, 봄날 등에 출연하며 여전한 인기를 확인 중인 한고은.
♥ 노란 손수건, 애정의 조건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더니 화장품, 식품, 음료, 이동통신,
항공회사등, 각종 CF를 휩쓸고 이번에는 연정훈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르고 있는 한가인.
♥ 정, 북경 내 사랑, 쾌걸 춘향 등 연속극, TV 연예 사회. 수많은 CF.
남자들이 뽑은 좋아하는 탈렌트 1위 등. 인기의 끝을 모르는 한채영.
♥ 오렌지, 명랑소녀 성공기, 남자의 향기, 풀 하우스 등의 드라마.
과자, 음료, 화장품 등. 수많은 CF. 나름대로 미의 카리스마를 뽐내는 한은정.
♥ 백설공주, 논스톱 4, 구미호 외전, 등의 드라마, TV 연예통신, 인기가요 MC 등. 최근에 와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한예슬.
♥ 아침 드라마 그대는 별, 일일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이의 타이틀 롤을 맡아 인기 급상승. 그 덕택에 농협과 하이마트의 CF까지... 소박하고 수수한 아름다움이 그녀의 매력인 한혜진.
♥ 대장금의 의녀 신비역과 올인의 송혜교 아역으로 이목을 모으더니 드디어 부활의 주인공을 맡아 포스트 김태희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동통신, 제과, 아이스크림, 화장품의 CF로 명성 을 떨치고 있는 단아한 용모의 한지민.
모두 하나 같이 한씨들이다.
한씨가 그렇게 흔한 성도 아닌데 비슷한 시기에 그 많은 탈렌트들 중에서 유독 한씨 성
가진 여섯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기 경쟁을 벌이는 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이러다 연예계 데뷔하는 신인들 모조리 예명을 한 아무개로 짓는 건 아닌지 몰라.
이런 쓰잘대기 없는 까십에 불과한 얘기를 뭐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양, 글의 소재로 삼아
게시판 지면을 낭비하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다.
(옛날엔 상상도 못했든 일)
이왕 내친 김에 쓰잘대기 없는 일 한가지 더 벌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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