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는 雨中山行 11시간
[2차 훈련산행기 ‘04.05.31]
부산세관산악회에서는 해외등반 10주년을 맞이하여 금번 하계철에 제4차 부산세관 해외등반(북알프스 대종주)등정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산악회에서는 꾸준한 산행경험과 기술등반을 바탕으로 1994년도 대원 8명이 북알프스 상고지에서 야리가다께(3,190m), 남악을 거쳐 상고지로 하산하고 익일 후지산(3,776m)까지 경비절감차원에서 단기산행을 시점으로 1996년도에는 대원 7명이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여 14박 15일동안 네팔국 히말라야산맥 칼라파타르(5,545m) 등정에 성공하였고, 2001년도엔 대원 4명이 일본국 남알프스(기타다께 3,192m)산맥 3천고지 12봉을 밟아 일본 산악인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번에 5명의 대원이 도전하는 북알프스 대종주는 직선거리 100Km가 넘는 북알프스 산맥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산행기간 7박8일 동안, 하루 평균 11시간, 총 78시간동안 성공적인 안전등정을 위하여 평소와는 다르게 강인한 체력은 물론 기술, 팀웍 그리고 모험과 도전정신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동반 스텦은 신은호 대장, 김병철, 서영철, 이기홍, 이상관 고문으로 한정하여 선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난주(8시간산행)에 이어 본격적인 훈련산행을 작심하고 30일 오늘은 대원 4명이 원동에서 토곡산 헬기장→ 성호목장→ 오룡3봉을 경유하여 양산 통도사까지 12시간 산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어제 일기예보 상으로는 익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하였는데 부산역에서 출발하려니까 하늘은 검은색으로 변하여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이구 이거 오늘 산행 시간을 줄이든가 중도 포기하든가 고려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원동역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후덕지근하여 곧 비라도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열차내에서 입었던 우의를 벗어버리고 아침 8시에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웬걸? 30여분 지나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여 우의를 걸치다가 잠시 비가 그쳐 다시 우의를 벗어 배낭속에 넣었는데 장난도 아니고 비가 내려 우의를 입었다, 벗었다 몇 번 반복하다보니 이미 상의는 땀과 가랑비에 이미 다 젖여 있었고 이제는 갈아 입는게 귀찮아 비가 와도 아예 우의를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중산행중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면 힘이 들기 때문에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안정과 신뢰를 상징하는,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한 꿈과 희망을 불어주는 연록의 산하에 넘실대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의 대잔치! 5월 푸른 정기를 크게 호흡하며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약속된 북알프스 대종주의 꿈을 키우며 우리의 발길을 힘차게 내 딛었습니다.
상의는 젖어도 설마 등산화까지 물이 들어가겠나?...1시간정도 지날 때 쯤 혹시...염려...걱정...우려는 커녕 바지, 양말을 타고 슬그머니 스며오는 물기를 발바닥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이러면 않되는데...
빗물이 등산화속으로 스며들지 않게 바지를 손으로 흔들어 가면서 잠시 걸어봤지만 헛수고에 불과했습니다. 마치 골탕이라도 주려는 듯 빗줄기는 장대같이 더 쏟아지고 뽀송뽀송한 등산화에 그만 물기는 점점 고이기 시작하여 뻘밭에 빠진 것처럼 질퍽거리며 걸을 때마다 “찌걱 찌걱”소리가 심심치는 않았지만 계속되는 비를 피할 수 없어 등산화 방수는 아예 포기했습니다. 비를 맞으면 마음과 가슴이 시원함, 개운함, 상쾌함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빗물에 완전포위되어, 마치 수중산행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요? 잠시 비가 덜 내릴 때 땅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흔건히 젖은 양말을 짜서 다시 신고 걸어봤지만 갈길은 멀고 다리힘은 빠지고 그렇다고 여기서 돌아갈 수 없고....
12시쯤 허기가 져 식사를 해야 하는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굶고 산행할 수 없는 노릇이니 우중에 도시락 먹기로 하고 성호목장에서 뻥뚤린 하늘 아래 아무런 방치도 없이 빗줄기 고스란히 맞으며 대원 모두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습니다. 막걸리도 기울이면서 시원한 비를 맞으며 밥을 먹기는 20여년 산행 중 처음이었습니다. 차를 몰고 가족과 함께 올라왔던 행인이 비맞으며 밥먹는 꼴이 우습고 측은하게 여겨졌던지 우리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해외등정 훈련중이기에 정중히 사양하고 우중오찬...시간을 통하여 서로 우의를 돈독히 다지면서 일생일대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도시락에서 밥풀이 술술 잘 떨어져 깨끗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고 별도의 국물이 있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반찬그릇은 빗물로 설것이 하기에 안성마춤이고 술이 약한 저에게는 1/3가량 빗물로 채워져 도수가 낮아진 막걸리가 기분은 솔솔 맛은 술술 잘 들어갔습니다.
조직운영도 마찬가지지만 산행에서도 설정된 목표와 책임을 각 구성원이 중요하게 관리, 실천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전체에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우중체험을 통해서 가슴깊이 깨닫게 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능성 의류 착용은 물론, 배낭속에 내용물(우의, 휴대폰, 지갑 등)은 투명비닐로 각각 포장하고 배낭은 방수재질, 간이천막, 간식, 열량식품, 어느 한가지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우의를 입으면 내의는 땀으로 흠뻑 젖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우의를 벗어버리면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등산화에 타격이 간다는 사실을 염두하셔야 합니다. 배낭속에 우의는 꺼내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겠죠?
비는 산행중 열기를 식힐지는 모르지만 미끄럼과 저체온현상 등으로 안전산행에 위험하므로 서행과 대원간의 거리확보 등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일입니다. 우중 서너시간까지는 견딜 수 있었지만 산행 11시간동안 그리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퉁퉁 부은 발바닥 통증으로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과 같이 무모한 산행은 두 번 다시 없기를 기대합니다. 등산화에 물에 젖으면 발이 퉁퉁 불어 터져 이틀이상 연속 산행을 포기해야 합니다. 안이한 생각과 설마하는 방심으로 힘들고 어려운 산행을 자초하였습니다. “비가 내리면 당연히 우의를 입어야 한다”라는 평범한 사실을 가볍게 여겼던 것입니다.
한가지 괄목할만한 것은 우중에서도 누구나 아무도 짜증내지 않고 대자연의 순리를 겸허이 순응하면서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산행 11시간동안 우리의 대종주 전략에 대하여 안건을 제시하고 토론한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하여 공동목표달성을 위하여 자신이 처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반성할 수 있고, 어려운 환경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하며 파트너와 팀웍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조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 산행중 일부지도(성호목장에서 통도사까지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