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4. 베트남전쟁 격전지 DMZ를 투어하다.

노트에 쓰는 것도 하루 중 일과라서 기회가 나면 여기에다 일기를 써야겠다. 오늘은 아침 6시15분에 프런트에서 wake up call을 해 주었다. 오늘 DMZ 투어를 신청해 놓았기 때문이다. 프런트에서는 역시 가이드가 호텔로 나를 픽업하러 왔을 때 전화를 한 것이다. 하롱베이 투어 때처럼 씻지도 못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 하나를 메고 나섰다. 다른 호텔을 들러서 여행객들을 픽업해서 출발했다. 먼저 동하라는 곳에 가서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동하라는 곳에서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을 가진 베트남 아저씨가 오늘 영어가이드로 나섰다. 그런데 발음을 별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른 여행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ㅋㅋ 가이드 아저씨는 연거푸 자기 발음이 괜찮냐고 물었는데 다들 반응들이 ㅋㅋㅋ 여하튼 가이드 아저씨는 오늘 최선을 다해서 가이드를 했다. 발음만 좋았다면 최고였을텐데... 그 아저씨는 베트남전에서 참전해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다고 했다. 가이드를 하며 그때 친구들에게 받은 사진들을 바탕으로 설명도 해 주었다. 가는 도중에 좋은 곳이 있으면 설명을 그때그때 해 주었다. 동하에서 아침을 먹을 때 자기 이름을 적는 출석표(?) 같은 것을 적었는데 한국인 일행이 네 명이나 있었고 일본인 일행도 세 명. 프랑스인 다수, 미국인 다수, 기타 독일인 등등 있었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에 비해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나름대로 지식의 나래를 펼치며 열띤 대화를 하였다. 일본인 친구들은 모두 2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거의 말수가 없고 별로 재미가 없는 듯 보였다. 내 옆자리에는 독일인 여자애가 앉았는데 연신 땅굴과 DMZ에 관련되 자료를 보거나 잠을 자기 일쑤였다. 창밖은 별로 쳐다보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같은 식탁에 앉은 프랑스 여자도 잠에 졸려서 부시시한 머리로 테이블에 엎드리곤 하였다. 아마도 모두 아침 일찍 나섰기 때문일 것이다. 오전에 실제로 내려서 탐험한 곳은 땅굴이다. 그 앞 박물관에서 지도를 보며 가이드 아저씨의 열띤 설명을 듣고 모두 땅굴로 들어갔다. 땅굴은 비좁았으며 처음 입구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조금 들어가니 사면이 모두 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떻게 흙으로 단단한 땅굴을 만들었는지 신기했다. 땅굴에서는 실제로 600여명이 살았으며 땅굴에 화장실 부엌, 우물, 분만실, 회의실 등등 많은 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말이 시설이지 모두 협소한 공간이었다. 화장실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한국인이 어떻게 그리 많은 인원이 화장실 하나만 이용했는지 이상하다고 말을 꺼냈다. 내가 보기엔 그 말이 일리가 있지만 그 사람은 왠지 또 다시 자신의 지식을 나래를 펼쳐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ㅎㅎ 땅굴을 둘러보니 우물은 아직도 물이 채워져 있었고, 땅굴의 높이는 지하 30미터까지 되어있었다. 통로의 높이는 베트남인의 키에 맞췄는지 모두 허리를 숙여서 다녀야 했고, 미팅룸만 서서 지나갈 수 있었다. 미팅룸이라 그런지 다른 통로보다 높이와 넓이가 컸다. 땅굴만 본 것만으로도 베트남이 이길 수 있었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땅굴은 나오니 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밖으로 나와 땅굴입구를 사진 한장을 찍었다. 사람들을 따라 가는데 어떤 정신장애인처럼 보이는 애가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을 더러 다른 쪽을 자꾸 가리킨다. 외국인이 어리둥절하길래 엎에 가서 보니 수풀 사이로 조금만 또 다른 동굴을 볼 수 있었다. 그 베트남 아이는 그걸 가르쳐 주려고 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 입구를 사진 찍었다. 그러니 베트남 아이가 돈을 달라는 시늉을 한다. 동굴 입구를 가르쳐 준 댓가를 원하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돈 버는 수완이다.ㅋㅋㅋ 나는 1000vnd을 기분 좋게 주었다. 천동은 시내에서 거의 쓸데가 없는 돈이긴 하다... 우린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마이너리티 빌리지라는 마을인데 가이드의 설명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인 것 같았는데 그 옆에 호치민 하이웨이가 있었다. 그 마을의 특징은 물론 몇 채 없었고, 집이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집을 만든 것이다. 물론 나무로 만든 집이고 가제도구도 거의 없다. 옷은 그저 입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 아이들은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랑 다른 방법으로 상대방 구슬을 맞히는데 신기하게도 잘 맞췄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그런 방법으로 하는게 정말 신기했다. 여자아이들은 강아지를 들고 있거나 나름대로 놀고 있었다. 광광객들이 도착하니 다들 우리들로 모였다. 나는 집 아래에서 놀고 있는 돼지가 신기해서 그리로 갔다. 그곳의 개나 돼지를은 우리를 보고 짖는데 짖으면서 도망간다.ㅋㅋㅋ 한국의 강아지들보다 순박했다.ㅎㅎ 돼지 역시 따라가니 도망가는 모습이 무지 웃겨서 외국 관광객들이랑 한참을 웃었다. 아이를 업은 여자아이가 내게 오더니 사진을 찍으라는 몸짓을 한다. 나는 그 아이가 사진 한장 찍어달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사진을 찍었으니 돈을 달란다. 다른 영어는 못해도 연신 "머니"를 외쳤다. 그래서 500동을 주니 업힌 아이 몫도 달란다.ㅋㅋㅋ 결국 주지 않았다. 줘도 상관없지만 왠지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서..ㅋㅋ 흑돼지같이 생긴 돼지가 있었는데 생긴 것이 신기해서 사진 한장을 찍었다. 다시 동하에서 점심을 먹고 반나절 투어 신청한 사람들은 봉고로 다시 후에로 돌아갔고 나머지 관광객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유명한 미국 캠프가 있는 케산기지로 갔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주위 정원에는 미군 헬리콥터, 수송기, 탱크, 포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밖으로는 커피 농장이 있었다. 어제 한국인 형에게 들은 말이 기억났다. 베틈남이 세계 제2의 커피생산국이라는 말이... 투어를 하는 후에 근처에는 산을 볼 수가 없었다. 모두 평지였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산이 많아졌고 고지도 높아졌다. 북쪽으로 갈수록 베트남 전 당시의 모습들을 회상할만한 풍경들을 볼 수 있었고 흥분되었다. 박물관이나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연을 보며 베트남전을 상상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4시 가량 모든 투어를 하고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제법 내렸다. 동하에서 가이드 아저씨와는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어떤 여자가 탔는데 추측하기로는 운전사 부인 같았다. 부인은 나이가 좀 어려보였는데 남편을 보고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둘은 방금 가져온 빵을 다정하게 함께 먹었다. 그리고 서로 말을 몇 마디 나누었다. 관광객들도 조용하고 기사도 부인도 모두 조용했다. 나중에는 기사가 부인을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지 휘파람을 불러니 음악을 튼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오토바이, 자전거 마주오는 차량들로 위험해 보였다. 거의 6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나는 프런트에서 뜨거운 생수를 부탁해서 하노이에서 사 온 신라면을 봉지라면으로 해 먹었다. 그리고 호텔을 나서 생수와 우산을 하나 샀다. 원래 론니플래닛 동남아시아편 책을 사려고 했는데 이제 베트남 관광도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태국부터는 책이 있기에, 필요하면 사이공에 가서 사기로 마음 먹었다. 우산가격을 물어보니 3만동 달란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그냥 나왔다. 생수를 사고 다시 걸어가서 우산이 보여서 물어보니 역시 3만동을 달랜다. 나는 싫다고 하고 2만동이면 사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움직이니 알았다고 하고 우산을 판다. 여기는 타이핀 호텔 근처인데 여기 올 때에도 씨클로를 타고 5천동에 왔다. 예전같으면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만동에 왔을텐데 이제는 그 사람들 사정 안 보고 흥정을 제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베트남은 다른 것은 마음에 드는데 가격이 너무 천차만별이라서 그게 짜증난다. 여러번 대강 사다보면 많은 가격을 손해보게되고, 결국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옆에는 베트남 학생이 한국 드라마를 보며 채팅에 열중이다. 아까는 여러 개의 채팅창으로 얘기를 하는 모습이 마치 114직원을 보는 듯 했다.ㅋㅋㅋ *베트남의 모든 외국드라마는 한 사람이 모든 인물을 목소리를 말한다.ㅎㅎ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의 희생자를은 의미있는 전사이며, 패전국의 전사자들의 희생은 무의미하며 그저 잊혀져도 상관이 없는 것인가. 전쟁에서 얻는 댓가가 과연 희생자들의 목숨과 문화유산 그리고 황폐한 토지보다 더 가치있는 것일까. 오늘 케산기지에서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베트남 사람이 파는 어느 훈장 하나를 샀다. 3달러나 4만동을 달랜다. 나는 1달러 짜리도 없었고 만동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고 싶은게 하나만 있었다. 상인은 다른 것을 보여주며 사라고 했지만 나는 사지 않았다. 그랬더니 결국 내가 원하던 것을 만동에 샀다. 혁명박물관에서 본 전쟁의 모습, 호이안에서 본 수감자들의 모습, 케산기지에서 본 전쟁의 모습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전쟁 그것은 악마의 화신이 벌이는 파티일뿐이다. 그 파티는 인간을 악마의 노예로 만들 뿐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악마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