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어둑한 겨울을 거슬러 성큼성큼 해를 찾아가는
눈 맑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가슴속에 고운 씨앗 한 개 품고 있는
가슴 저 깊은 곳에 빛나는 칼 하나 마련해둔
그대는 지금 어느 들을 걷고 있는가
멀리 개 짖는 소리 그치지 않고
어둠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는데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어딜 갔는지
아아, 살고 싶다
그대 앞에 늘 깨어 있고 싶다
2
나는
나를 살고 있는 건지
누군가 내 자리에 버티고 서서
자꾸만 떠밀어내는 것 같다
무엇일까
그게 무엇일까
깜깜어둠 아래 나는 점점 작아지고
길 떠난 내 노래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데
언제쯤이면 내 마음속 별 하나
그 빛을 찾게 될까
그립다
날마다 푸른 별처럼 타오르는
가슴 따뜻한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3
가슴
다
망가지기 전에
세상에 물들어
통째로
무너져내리기 전에
첫 아침 맑은 바람 몰고 다니는
고운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4
이렇듯 하루하루 사는 게 힘겹고
자꾸만 마음의 문 굳게 닫고 싶어질 땐
내가 아주 작아 보일
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습니다
망가진 가슴에
다시 도랑 하나 흐르게 할
그런, 고운 사람의 노래
듣고 싶습니다
5
내겐
변변한 노래 하나 없지만
민들레 꽃씨처럼, 낮은 자리에 내려앉아
봄날 환히 피어날 고운 시 하나 없지만
아침이면 늘 새롭게 눈 뜨는 그리움이 있어
아직은 그런 대로 살 만합니다
추운 세상, 곳곳에 어둠 들어차고
사람들은 서둘러 불을 끄는데
그대, 깨어 있는 이여
한밤중에도 잠들지 못하고 무엇을 꿈꾸는지요
보고 싶습니다
향기로운 차 한잔 달여 마시며
사람 내음에 흠뻑 취하고 싶습니다
백창우
어느 겨울 한 낮, 기차소리가 끊이지 않는 철길 옆 작은 집에서 태어나 의정부·양평·상계동·성남 등지를 떠돌며 자란 시인 백창우는 김민기·조동진·한돌 이후 한국 포크음악의 맥을 잇고 있는 음유시인으로, 열여섯살부터 시와 노래를 쓰기 시작하여 「시인/인생」(백창우 독집), 「그대 어느 어둠 앞에 서더라도 혼의 노래 잃지 않기를」(노래마을 1집), 「평화의 아침을 여는 이」(백창우·주현식·류형선 CCM 작곡집),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백창우 독집),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노래마을), 「해야해야 잠꾸러기 해야」(굴렁쇠) 등의 작곡집을 냈으며, 창작민요 '남누리 북누리' '장작불' '은자동아 금자동아'를 비롯해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노래마을 노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임희숙 노래), '사랑'(강영숙 노래), '벙어리 바이올린'(윤설하 노래), '나이 서른에 우린'(노래마을 노래) 등 이백 여 곡의 노래를 발표했다.
시집으로「가을편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1·2」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가 있으며, 요즈음은 아이들을 위한 노래 이야기책 「백창우 아저씨의 노래편지」와 「노래로 만나는 도종환의 시」를 작업하고 있다. [리브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