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개국이래 고려 초기까지 독창적인 문화권을 형성했던 우리 민족은 원나라의 침략 이후 중국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배 계층의 학문과 이념이 성리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 민족은 중화사상에 함몰되고 의학도 그 영향권 아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동양의학의 최대의 집대성이라고 불리는 허준의 ‘동의보감’도 따지고 보면 중국의 한의학 이론을 빌어다 정리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려 중엽 이후 우리의 독창성은 사라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양반 계층이 사대주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수많은 민초들은 우리만의 독창적인 사상과 의식을 지켜가고 있었다.
이렇게 면면히 흐르던 의식이 표출된 것이 조선 말기의 실학이며 동학 사상이다. 공리공론에 젖은 성리학을 과감하게 비판하면서 실사구시 정신의 실학과 백성이 중심이 되는 동학 사상은 그동안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던 많은 분야에서 한민족 중심의 사상과 이론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의학도 마찬가지였다.
四象醫學은 모든 인간을 하나의 원형으로 발전해 온 여타의 의학 이론에 비해 인간의 체질을 크게 넷으로 나누어 그 체질과 성정에 맞는 음식과 약재가 따로 있음을 밝혀 냈다는 점에서 현대 의학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엄격한 의미로 우리 의학의 시발점은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풍요로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점차 건강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우리 국민들이 ‘보신 관광’으로 국제적 망신을 살 정도로 건강에 집착을 보이고 드라마 ‘허준’의 높은 시청율도 이와 같은 현상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로초라 불리는 ‘인삼’이 남에겐 ‘약’이 되어도 내 체질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드라마는 그러한 점에서 한국인의 체질을 분석하고 임상적 경험을 토대로 오랜 세월 각고의 노력과 인내 속에 이제마가 완성한 ‘사상의학’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건강에 대한 현대인의 지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체질에 따른 건강 상식을 유익하고 재미있게 풀어 줄 것이다.
백년 전에 살았던 이제마가 아니라 현대, 아니 우리의 식탁에 함께 앉아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 오늘에 살고있는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