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을수록 강해지는 시멘트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주택이나 도로, 다리, 빌딩, 댐 등 곳곳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건축물을 튼튼하게 해주는 콘크리트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고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콘크리트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콘크리트의 원리는 시멘트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늘 꼭대기까지 쌓으려 했던 바벨탑의 이야기를 아는가. 바벨탑의 주재료는 벽돌이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여럿으로 나눠 바벨탑 쌓는 일이 중단됐다고 쓰여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하늘 꼭대기까지 쌓지는 못했을 것 같다. 벽돌로 올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시대에 시멘트가 있었다면 바벨탑의 높이는 훨씬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시멘트는 틀에 부었다가 굳게 하면 돌처럼 단단해져 더 빠르고 튼튼하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건축으로 한정 짓는다면, 시멘트의 등장은 건축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바꾼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놀라운 건축 재료, 시멘트는 어떻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됐을까?
시멘트의 발견
인류 문명 초기에는 토굴이나 동굴 같이 자연적인 지형을 거처로 사용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집을 직접 만들게 됐다. 인류가 만든 최초의 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추측건대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썼을 것이다. 예를 들면 흙이나 나뭇가지, 나뭇잎 같은 것 말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갈대와 점토로 만든 일종의 벽돌로 건축물을 지었다. 이후 이집트 건축은 점차 돌을 사용하는 쪽으로 발전했는데, 기원전 5000년경에는 소석고와 모래를 섞어 회반죽으로 만든 다음 돌과 돌을 이어붙이는 접착제로 썼다. 소석고는 수분을 흡수하면 굳어지는 성질이 있어 조형물을 만들거나 의료용 깁스에 쓰인다. 어쨌든 ‘시멘트’라고 부를 수 있는 최초의 사례가 등장한 셈이다.
오늘날과 비슷한 시멘트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쓰였다. 시멘트라는 단어가 접착제를 뜻하는 그리스어 ‘cemento’에서 유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소석회는 석회석을 구워서 만드는데, 소석고와 마찬가지로 수분을 흡수하면 굳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소석회가 처음부터 건축자재로 쓰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화산재를 섞어서 물잔 등을 만드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소석회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사람들은 시멘트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현대 시멘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포틀랜드시멘트는 1824년 영국의 애스프딘이 발명했다. 석회석 가루를 불로 굽고, 점토와 물을 섞어 건조한 뒤 다시 고온에서 구웠다. 이렇게 하면 덩어리가 생기는데, 이를 잘게 부순 것이 포틀랜드시멘트다. 영국 포틀랜스섬에서 나오는 천연석과 색깔이 비슷해서 포틀랜드시멘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철근과 시멘트 찰떡궁합인 이유는?
시멘트의 장점은 물을 섞었을 때는 찰흙처럼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고, 굳으면 돌처럼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시멘트를 물로 반죽하면 돌처럼 굳어지는 이유는 시멘트의 성분이 물과 반응해 화학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불안정한 물질이 물과 섞여 결정 성질을 가진 안정한 물질로 바뀐다.맘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으니 건축가들이 시멘트의 등장을 환영한 것은 당연하다. 단단히 굳고 나면 압축강도가 강해서 층층이 높이 쌓아 올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게다가 모래, 자갈 등에 시멘트를 부어 섞으면 시멘트가 이들 재료를 단단히 결합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시멘트와 모래·자갈을 섞어 만든 것을 콘크리트라고 부르는데, 그냥 시멘트를 단독으로 쓸 때보다 훨씬 강하다. 시멘트·모래·자갈을 1:2:4로 섞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콘크리트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눌렀을 때 견디는 압축 강도는 세지만, 당겼을 때 견디는 인장 강도는 약하다는 것. 충격이 반복되면 부서질 위험이 존재해서 콘크리트 사용은 꽤 오랫동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 단점은 19세기 들어 콘크리트에 철근을 넣는 아이디어로 완벽하게 보완됐다.
철근은 인장강도에 강하다. 철근과 콘크리트가 찰떡궁합인 이유는 온도에 따라 변형되는 비율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물질은 더우면 늘어나고, 추우면 줄어든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이 비율이 비슷해서 거의 하나처럼 움직인다. 서로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최고의 건축 재료가 등장한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를 발명한 사람은 건축 관계자가 아니다. 심지어 재료공학자나 과학자도 아니다. 놀랍게도 그는 나무를 돌보는 정원사였다. 1867년 프랑스의 조제프 모니에는 철사로 만든 모형에 콘크리트를 발라 정원용 물통을 만들었고, 이를 파리 박람회에 출품했다. 그는 이 재료가 건축에도 유용할 것으로 생각해 특허 신청을 했다.
최고의 발명품은 종종 엉뚱한 곳에서 등장하곤 한다. 인류 건축사에 혁명을 일으킨 철근 콘크리트도 역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