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六과 고바야시고이치(小林光一)九단이 생애 처음으로 대국을 한다. 신나고 즐겁고 흥분이 되
는 일이다.
유창혁六단(당시), 그는 오늘날 한국바둑계의 자랑이자 희망이다.이창호六(당시)과 쌍벽을 이루고 있
지만 그 색깔이 다르다,화려하고 현란하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는 그의 호방한 기풍은 세파에 찌들린 팬들의 마음을 상쾌하고 시원하게
해준다
당시 그는 후지쯔배 선수권자, 그러나 일본 제일인자인 고바야시와 대국한 적이 없어 일본은 유창혁
의 선수권로서의 권위에 흠집을 내고 싶어 해왔다.
유창혁六단은 이제 일본의 자존심인 고바야시九단을 맞아 자신의 강함과 한민족의 뛰어남을 증명해
보일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고바야시九단, 우리는 그를 잊을수가 없다, 1986년 초 불의의 교통사고로 휠체어대국을 감행한, 한민
족의 자존심이었던 조치훈九단 으로부터 기성(期聖)을 빼앗아 일본 제일인자로 군림한 사람, 그로부
터 8년간, 조치훈九단에게 다시 기성위를 빼앗길 때까지 그는세계 제일인자를 지켜왔다.
일본은 그를 일부러 국제대회에 참가시키지도 않았다.
다케미야로부터 지하철바둑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을 만큼 철저한 승부사, 중국과 수퍼대항전
에서 지고는 머리를 삭발했던 사람,
그 까까머리를 보고 우리는 일본 민족에 대한 야릇한 전율을 받은적이 있지 않은가.
전야제때의 소감
유창혁: "일본의 최고의 기사와 대국하게 된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고바야시 고이치:"나는 일본 최고의 기사가 아니다. 나에게서 기성위를 빼앗아 간 조치훈씨가 최고의
기사다. 유창혁은 굉장히 센줄 알고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아직 한번도 두어본 적이 없어 얼마나 센
지 알수 없다.
후지쯔배를 차지해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고바야시九단다운 당당한 말이다. 유六단과 두게된것을 즐겁게 생각하는 어투다.
고바야시九단은 후지사와,다케미야,오오다케九단 등에 비하면 한국의 팬들에게는 별로 사랑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원인은 그에게는 인간적인 신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그에 대한 보도는 항상 현실적
계산이 깔린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그를 본 사람은 그는 인간적 매력이 풍부한 사람이
라고 한다.
고바야시九단이 흑 대마를 살리고자 하는 몸부림은 처절하게 보인다. 그 몸부림에는 고바야시 개인
의 명예와 자존심 뿐만 아니라 일본 민족의 자존심과 명예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참
으로 허망한 종국이었다.
저녁 5시반부터 현도회가 주관하는 숲속 불고기 파티장에는 선수들을 비롯한 각국의 모든 관계자들
이 참가하였는데 얼마나 잘먹고,즐거워하는지 서로가 놀라는 눈치들 이었다.
특히 고바야시,가토,조치훈九단이 한 자리에 같이 앉아 해가 빠지고 어두워져 잘기가 파할때까지 동
동주와 불고기의 맛에 취해 파안대소하면서 어린이들처럼 재미있게 노는것이 참으로 보기좋았단
다.
미야모토九단,요미우리 신문사기자 등 일본의 관계자들은 동동주를 단지째 호텔방으로 가지고 가서
퍼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