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한 그림일기-1주] 삶의 흐름 찾기
어린이집에 3년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은 누구나 예술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빈 종이를 주면 아이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슥슥삭삭 이렇게 재밌는 놀이는 난생 처음이란 듯 몰입하고 집중해서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림 그리기 재미없어요, 나는 그림 못 그려요"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변화를 위한 그림일기' 저자인 정은혜(예술 치료사이며 화가임)님을 초빙해 달리에서 8주간의 강좌를 시작했습니다.
2시간 30분 넘게 쉬는 시간도 없이 진행된 강좌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 삶의 예술가이며 자신의 삶 전체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사람이자, 일상을 통해 자신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그림으로, 글로, 몸으로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막연한 바람일 뿐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무언가 가슴속 깊은 곳에 부글구글 끓고 있는 혹 덩어리가 얹혀있는 듯 답답했습니다.
또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가득 들어차 있는 듯했습니다.
백지를 마주하면 두렵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아무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좌절 모드로 무기력해져 있을 무렵 '변화를 위한 그림일기'책을 접했고 곧이어 강좌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 기대와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타로카드를 뽑아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접하는 타로카드는 무척 인상적이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지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나는 타로가 점쳐준 즐거운 나의 미래를 믿어봅니다.
오늘 새롭게 깨달은 진리가 있습니다.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세상이 이상한 거지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가 막힌 사실을 인정한 이후로 아주 이상한(?)일이 벌어졌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더이상 겁나지 않을 뿐더러 자꾸만 속속들이 나의 내면을 들춰보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변화는 어쩌면 이 사소한 진실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그림을 그립니다.
각자 그린 그림을 있는 그대로 설명합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모두 나와 비슷하게 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섯 명의 그림은 정말 하나도 같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나는 내 그림을 골똘히 바라보며 알아차렸습니다.
나의 내면에 고정관념과 정형화된 틀이 자리잡고 있음을...
오랜 세월 그것을 깨부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고집하고 또 고집했음을...
다른 사람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는 또 이상한 생각을 합니다.
'와! 그림 잘 그렸네! 구도도 잘 잡고, 원근법도 살아있고, 정경도 멋지고...내 그림은 좀 창피한데.'라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습관처럼 판단하고 평가하고 규정하고 비교하는 나의 모습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내 부끄러운 내 자아를 알아차립니다.
"그래요. 나 이상한 사람 맞거든요. 좀 부끄럽지만 기다려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별사람 그리기 기법도 배울거라구요. 단번에 삶의 예술가로 변화될 수는 없잖아요!"
첫댓글 아, "내가 이상한 사람인줄 깨달았다"라는 말이 이런 거였군요! 생생한 리뷰 잘 읽었어요. 내 생각이나 내가 보는 것이 온 우주가 그럴것만 같은데, 안 그렇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가오는 자유를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글도 너무 잘 쓰세요. 재밌어요^^ - 은혜 그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