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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선 (36. 한산악회)
빙벽대회 다수 입상
암벽대회 다수 입상
2002 요세미티 엘캐피탄 조디악 등반
2006 제 5회 익스트림라이더 인공등반대회 3위
선운산 호의 기다림(5.12d) 등반
선운산 샌드월(5.13a) 등반
선운산 진달래 탈춤(5.13b)등반
인터넷 사이트에 ‘한산악회’라고 처보면 한산악회의 홈페이지가 나오는데,
여기를 들어가보면 산악회의 등반계획이나 후기, 게시판에 매주 어김없이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현재 산악회의 등반대장을 맡고 있는 한미선.
여자가 등반대장이다 라는 고전적인 생각은 그녀의 등반실력과 경력을 보면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 녀를 만나려면
아니면 선운산이나 간현암에 가면 된다.
내가 알기론 그 녀는 매주 산행을 쉬는 적이 없는 것같다.
그것도 항상 그녀의 곁에는 딸 유빈이가 함께 한다.
한 달 전 후배와 함께 선인봉등반을 위해 도봉산을 오르다 미선을 만났다.
역시나 딸 유빈이가 옆에 있다.
남편
바로 여성대원들로 구성된 2008년 남미 파타고니아 원정대 훈련을 위해서라고…
작년에 알프스원정을 다녀온 ‘아줌마 원정대’의 속편이라고 보면 된다.
멤버는 좀 바뀌었지만 뭐 그게 그거다.
아,
아뭏튼 함께 오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푸른샘에서 명선과 명희를 만났다.
열혈용사들 좀 무시무시한 아줌마들이다.
1972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36살,
재작년에 정주가 1년이 넘는 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암장운동을 시작할 때 나는
거기서 미선을 처음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다가 동애와 함께 떡볶이를 먹다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얼굴에 씌여있는 것만큼이나 미선은 성격이 착하고 유순하다.
우리는 보통 착한 사람을 만나면 ‘착하다’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착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미선의 성격은 그야말로 착하다.
그야말로 법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이다.
내가 가끔 글을 쓸 때 자주 인용하는 것이 있는데 ‘외유내강’이라는 말이다.
‘외유내강형의 클라이머’라고 할 때
여자 클라이머 중에 외유내강형의 클라이머를 꼽으라면 단연
성격이 약간 내성적인 면도 있겠으나, 가끔 그녀가 쓴 등반기 등을 보면 굉장히 내면이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글은 선운산 ‘호의 기다림’을 등반한 후 그녀가 쓴 글이다.
호의 기다림(5.12d or 13a)은 하기 싫은 루트중의 하나였다.
좌에서 우로 길게 이어지는 등반라인, 검고 각 쎈 오버행. 그리고 그 마지막 오버행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사람들의 탄식을 익히 알고 있기에, 가급적 미뤄두고 싶었는데…
속살로 내려가 같이 등반할 파트너가 없는 인간관계의 빈약함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호 기다림'을 하게 되었다.
6월 10일, 처음 등반에서 별 생각없이 올라가다 두번째 퀵드로우에 클립을 못하고 추락하였다. 이런..갑자기 이 루트가 나의 마음을 확 땡긴다. 오 이런 동작도 있었구나.
왼발 높이 찍고 오른 손 엄지손가락으로 바위를 밀며 상체를 올려 왼손으로 크림프성 언더 홀드를 잡는다. 참, 삼삼한 동작이 아닐 수 없다. 이 동작에서 힘의 2/3를 쓴다.
이제 퀵드로우 2개에 겨우 클립했을 뿐인데…갈길은 멀고도 먼데, 시작부터 헤매고 있다.
두번째 크럭스 4번째 퀵드로우 지나서 우측의 약간 먼 언더포켓을 잡고, 왼손의 미세한 핀치홀드, 그리고 오른손은 다시 오른쪽 사이드 언더홀드를 잡고 발 정리하여 12시방향의 좋은 홀드를 향해 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흉내내 보았는데..내 몸이 거부한다. 이 동작은 아닌데.. 몇 번 실패하고 뚫어지게 쳐다 보다 처음에 몸이 자연스럽게 취했던 오른발 카운트발란스 동작으로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곳을 통과하고 나면 상단 오버행은 체력을 비축하여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포켓홀드가 양호하다. 체력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동작풀이 3번하고 맛이 가서 등반을 접었다. 특히, 두 번째 크럭스를 넘어서지 못하고 떨어질 때 왼쪽으로 날아가는 추락공포에 마음이 쫄아들었나 보다.
6월 11일, 월요일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다. 등반에 집중이 잘 된다. 3번 정도 등반하고 나니 난감하던 무브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동작을 정리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추락에 대한 공포는 사라진다.
오후 4시쯤, 바람이 선선하게 풀어올 때 바위에 붙었다.
첫 번째 크럭스 약간은 힘들게 돌파하고, 두 번째 크럭스.'얏!'하며 나도 모르게 나오는 기합소리로 통과.
그러고 나니 오늘 끌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어깨에 들어간 힘이 쑤욱 빠지고 몸이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마지막 오버행 크럭스, 마지막 퀵드로우에 클립할때 약간 흔들렸으나 빠르게 핀치를 잡고 오른 발 올렸더니 어느덧 앵커가 눈앞이다.
진달래탈춤 끝난 이후, 약간 공황상태였었던 나를 다시금 잡아준 것이 '호의 기다림'이다. 그리고, 등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줬다.
남들 올라가는 것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에 맞는 나만의 동작으로 그 루트를 완벽히 이해해야 만이 오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난이도는 그 다음이다. 난이도를 올리기에 앞서 바위를 이해하는 눈을 더 키우는 것이 빠른 길이다.
다른 사람들 올라가는 것을 보며, 같은 동작으로 수십 번 붙는 것 보다 그 밑에 앉아서 그리고 또 다른 위치에서 루트의 모든 홀드를(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는 홀드까지 모두) 관찰하고, 그 홀드를 쓸 때의 이미지를 상상해 본다.
그래서 등반은 몸으로만 하는 엑서사이즈가 아니라, 기억하고, 상상하고, 창조하며, 실행하는 행위예술의 지위를 얻게 된다.
마지막에 쓴 그녀의 글은 많은 것을 공감하게 하는 글귀다.
같은 동작으로 수십 번 붙는 것 보다, 그 밑에 앉아서 그리고 또 다른 위치에서 루트의 모든 홀드를(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는 홀드까지 모두) 관찰하고, 그 홀드를 쓸 때의 이미지를 상상해 본다.
그래서 등반은 몸으로만 하는 엑서사이즈(Exercise)가 아니라, 기억하고, 상상하고, 창조하며, 실행하는 행위예술의 지위를 얻게 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리는 간현이나 선운산에서 심지어 인수나 선인에서도 정해진 동작과 무브로써 루트를 오르는 클라이머를 많이 본다.
오죽하면 ‘홀드와 동작을 몰라서 못가지, 실력이 없어서 못가는 사람은 없다’는 우스개 말까지 나오겠는가,
생각하는 클라이머가 곧 창조적인 클라이머다.
슈퍼 알피니스트니 슈퍼 클라이머니 하는 말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베이스캠프에 죽치고 앉아있다가 대원들이 깔아놓은 고정로프에 어센더 끼워서 셀파 앞세우고 정복한 14좌, 16좌가 뭐가 그리 자랑스럽단 말인가.
자일없이 토왕폭을 완등한
하드프리 등반 그게 뭐 그리 어렵냐고?
당신은 그러한 상황에서 5.13b 난이도인 ‘진달래 탈춤’을 끝낼 수 있는가?
혹은 엘 캐피탄의 조디악을 등반할 수 있는가?
난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볼 때
그것도 겸손하고 내성적이고 예의바른…
아, k2에서 실종된 ‘엄마의 산’의 주인공 엘리슨 하그리브스 라면 또 모를까…
노스페이스 빙벽대회에서
선운산 '남자예선'
딸 유빈과 함께
선운산 진달래 탈춤(5.13b)
첫댓글 2007년에 쓴 글인데 다시 여기에 올려봅니다. 시간되면 다른 분들 글도 써보려고 하는데... 잘 될지요 -.-;
대회 출전을 하게되면 꼭 들어가는 멘트있다.. 바로 앙케이트를 조사다.. 질문 내용중 필수는 이것 ' 가장 존경하는 산악인은 ..? 내 머리속에 여러 잡지에 이름이 올라갔던 유명산악인들을 떠올린곳했고 또한 그들의 이름들을 채워졌다.. 그런데 그녀알고부터.. 난 그녀의 이름 적는다.. 그녀는 그 어느 유명 산악이보다 내게는 존경할만한 ..닮고싶은 사람이다
오호, 미달이가 이런 멋진 글을... 역시 최강의 클라이머는 겸손한 클라이머야
그런데 성훈아, 이렇게 칼럼이라고 메뉴를 만들어놓으니까 쑥쓰럽고 창피해서 어떡하냐? 감당하기 힘들 것같은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채미선, 한미선을 알게되어 항상 힘이 된다. 나에 부족함을 그녀들에게서 많이 배운다.
암장에서 운동할때 아름다운 클라이머가족이구나 생각했고 개인프로필에 대해 많이 알수있는 기회가 없던 초보지만... 이 한편의 칼럼을보고 또 한분의 진정한 대한의 클라이머를 만난 기쁨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모습 보여주세요~
참 조용한것 같으면서도 강한사람 남에게 사랑을 베플줄 아는 여자.
참 멋진여자...내가좋아하는 사람... 아그그 성훈이가 오해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