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가 나른하게 피어오르는 정원에 산들 바람이 불어옵니다.
파란색 개집 앞에서 강아지 포미가 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생금이가 돌아옵니다.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응 생금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니?"
"예 엄마, 받아쓰기 백점 받았어요"
"그러니 우리 생금이 정말 똑똑하네"
강아지 포미가 생금이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달려 갑니다. 생금이의 두 발에 포미의
두 발을 갖다 대며 반갑다고 "컹컹!" 짖습니다. 그런데 생금이는 포미를 발로 차며
"에이, 저리가"
소리를 꽥 질러버립니다.
"케갱" 비명을 지르며 포미가 나가떨어집니다.
정원을 청소하고 계시던 어머니가 나무랩니다.
"강아지를 그렇게 발로 차 버리면 어떻게 하니?"
생금이는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면서
"옷이 다 버렸잖아요."
투덜거립니다.
생금이는 포미를 아주 싫어합니다. 그런 생금이를 볼 때마다 포미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입니다. 왜냐하면 생금이와 포미는 태어나기 전 천국에서 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생금이는 태어나자 마자 다 잊어버렸지만 포미는
그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거실로 들어오던 어머니는
"생금아, 포미에게 밥 좀 갖다 주겠니"
다정스럽게 말합니다.
"엄마는 왜 나에게만 자꾸 개밥을 주라고 해요"
"포미가 귀엾지 않니? 밥도 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그래야만 동물을 사랑하게 되는
거란다"
"알았어요."
생금이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부엌으로 가서 포미의 밥을 퍼다가 문 밖으로 들고 나갑니다.
포미는 생금이가 밥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펄쩍펄쩍 뛰며 꼬리를 흔들면서 생금이에게 달려 갑니다. 포미가 생금이에게 두 발을
갖다 대면서 반가와 하자
"저리가 있어"
또 발로 포미를 차 버립니다.
그래도 포미는 반갑다며 토끼처럼 깡총깡총 뜁니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지 생금이는 말뚝에다 포미를 묶어버리고
들고 온 밥을 포미의 밥그릇에 "퍽" 소리나게 붓고는 휑하니 집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포미의 눈에는 또 눈물이 글썽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깜깜해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대로 비를 맞고 있던 포미의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하나님, 생금이가 저를 좋아하게 해 주세요."
포미는 울면서 기도를 합니다.
생금이는 비가 내리는줄도 모르고, 말뚝에다 포미를 묶어둔 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깊은 잠에 빠져버립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방 안이 환하게 밝아지며 새 한마리가 날아옵니다.
"생금아, 일어나!"
눈을 비비며 일어난 생금이는 깜짝 놀랍니다.
"어떻게 들어온거니? 어, 새가 말을 하네!"
"내 이름은 도브야, 포미가 하나님께 기도를 했는데 그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너에게 프레세페에서 있었던 너와 포미의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나를 보내신 거야"
"개가 기도를 한다구?, 프레세페란 또 뭐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생금이가 의아하게 묻습니다.
"프레세페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태어나기를 기다리며 머무는 천국이란다"
도브는 생금이에게 '프레세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도브가 하는 이야기는 비데오의 영화가 되어 생금이의 눈 앞에 펼쳐집니다.
구름이 끝없이 펼쳐진 프레세페, 태어나기 전의 아이의 모습은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모습인데, 프레세페에서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이 걸어가는 발자욱마다엔 꽃들이 피어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은 새들의 노래처럼
즐겁습니다.
그곳에서 생금이와 포미는 언제나 함께 손을 잡고 즐겁게 뛰어 놉니다. 둘은 너무나 다정해
프레세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저 두 아이는 너무나 다정한 친구야. 나도 저런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네"
라고 말하며 모두들 생금이와 포미의 우정을 부러워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하나님이 생금이를 찾습니다.
"생금아, 어디에 있니? 생금아,생금아,"
아무리 찾아도 생금이와 포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생금아, 이제 네가 태어날 때가 다 되었단다. 이리 나오너라 너를 기다리는 엄마, 아빠에게
가야지"
하나님이 생금이를 부르며 찾아다니지만, 생금이는 포미와 사과나무 뒤에 꼭꼭
숨어 있습니다. 포미와 헤어지기 싫은 것이지요.
프레세페를 두루두루 찾아다니던 하나님은 결국 사과나무 뒤에 숨어있는 생금이와 포미를
찾아냅니다.
"생금아, 이리 온, 너를 기다리는 엄마 아빠에게 갈 시간이 다 되었단다"
"싫어요, 저는 포미와 헤어지기 싫단 말이에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생금이는 포미와 헤어져 지금의 엄마 아빠에게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헤어질 때 생금이와 포미는 새끼 손가락을 걸며 약속합니다.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친구로 살아가기로,
그렇게 약속하고 생금이는 먼저 천국의 프레세페를 떠납니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이제 포미가 태어날 차례 입니다,
"하나님, 생금이와 같은 집에 태어나게 하여 주세요"
포미는 하나님께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집에는 아이들이 다 태어나서 그 집에는 너가 태어날 수가 없단다.
너는 다른 집에 태어나야 한단다."
하나님도 안타깝게 포미를 바라봅니다.
"하나님, 그래도 저는 생금이를 다시 보고 싶어요."
포미가 다시한번 하나님께 간청을 하자
"그렇게 간절하다면 생금이 집의 강아지로 태어나도 되겠니?"
하나님이 묻습니다.
"예,강아지로 태어나도 좋아요, 생금이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알았다, 너희들의 우정이 그렇게 깊으니 너의 소원대로 하여주마"
그래서 포미는 생금이 집에 강아지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프레세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준 후 도브는
"앞으로 포미와 사이좋게 잘 지네"
하고는 창 밖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영화처럼 프레세페에서 일어난 일을 도브를 통해 보고난 후 생금이는
프레세페에서 있었던 일을 그제서야 기억하고서는 깜깜한 마당으로 달려갑니다.
아직까지도 불쌍한 포미는 말뚝에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생금이는 포미 목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며 말합니다.
"포미야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너를 못살게 했구나, 나의 친구야 정말 미안해"
포미를 꼭 껴안아 줍니다.
포미는 너무나 기뻐하며
"컹컹"
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