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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호 스님은 “사람뿐만 아니라 책도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다”며 편견없는 책읽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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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짐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버거울 때,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며 삶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때 자연스럽게 찾는 존재가 있다. 신(神)이다. 신은 보통사람들에게 불가사의한 능력을 갖고 있어 자연계를 지배하며 우리 인류에게 화(禍)와 복(福)을 내릴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눈앞에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초월적 존재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 인간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물론 이 신을 바라보는 입장이 모두 같지는 않다. 절대적 유일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종교가 있는가 하면,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신론자까지 인식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그래서 신이 실제 존재하는가를 두고도 오래 전부터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은 우리 생활 속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대와 분야에 따라 그 개념과 성격도 다양하게 함께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신과 소통하며 다른 사람의 앞날을 예언하는 무속인이 이 땅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고, 빙의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신과 나눈 이야기’ / 닐 도날드 월쉬 지음 / 조경숙 역 / 아름드리미디어 |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 안내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일들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 닐 도날드 월쉬는 1992년부터 신과 주고받은 글을 ‘신과 나눈 이야기’로 펴내, 전 세계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세상 사람들은 이 책의 신을 저자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일축하기도 하고, 그 신의 존재가 어떠한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선지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세간의 엇갈린 평가와 관계없이 동국대 석․박사 과정에서 선학을 전공하고, 쌍계사 승가대학 강주로 학인들을 지도하고 있는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은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스스로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일러주는 선지식”이라고 단언한다.
‘신과 나눈 이야기’는 다섯 번 이혼한 후 매달 아홉 명의 자녀에게 양육비를 보내야 하는 전직 지역 라디오방송 토크쇼 진행자인 닐 도날드 월쉬가 신과 대화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이처럼 그리 평탄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한 인생경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다. 건강도 좋지 않고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한 그는 마흔 아홉 살의 어느 날 잠에서 깨어 자신의 인생을 그토록 엉망진창으로 만든 신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썼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놀랍게도 신에게서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월쉬는 신의 말을 받아썼고, 1992년부터 시작된 이 신과의 대화를 옮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여기서 월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에서의 고통을 비롯해 성공, 사랑, 미래, 신, 인간관계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영혼에 이르기까지의 궁금증과 의문을 쏟아냈고, 그를 대화상대로 삼은 신은 하나하나의 질문에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단순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나눈 둘의 대화는 1권에서 개인 차원의 진리, 2권에서 지구 차원의 진리, 3권에서 우주 차원의 진리를 다루며 모두 세권의 책으로 엮어졌고 무려 전세계 34개국에서 번역됐을 정도로 널리 읽혔다.
종교를 초월한 정신적 존재로서의 신
월호 스님은 10년도 훨씬 전, 지인의 소개로 이 책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단 거슬리는 제목을 뒤로하고 책장을 넘기면서 “기독교의 신도, 이슬람의 신도, 그 어떤 종교의 신도 아닌 종교를 초월한 정신적 존재의 신이 내놓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 사람들을 향한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먼저 ‘나는 너의 인생을 주관하지 않는다’는 말부터 기존에 생각하던 신과 달랐다. 책에서 신은 철저하게 ‘관찰자’의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자유의지를 줬다. 그러니까 나는 너의 인생을 주관하지 않는다. 너의 인생의 주인공은 너다’라는 대목에서는 부처님을 떠올렸다. “인간은 신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고 자유의지를 가진 신적인 존재라는 말인데, 책 전반에 걸쳐 신이라는 존재가 하는 말의 95% 정도가 불교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스님 생각이다.
스님은 또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 방식, 그리고 해학과 유머를 곁들인 표현들을 예로 들면서 여기서의 신을 “멋진 신”으로 소개했다. “우리가 마음공부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알쏭달쏭하게 표현하는 것들이 많아서 정말 알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기도 한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신은 어디에도 없다’에서 ‘no where’를 끊어 읽기를 달리해 ‘now here’로 읽습니다. 그래서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로 설명하지요.” 단순하지만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언제 어디나 계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신에 대한 개념 타파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길을 가다가도 심심치 않게 ‘애기보살’, ‘선녀보살’, ‘동자보살’ 등 남의 앞날을 예언해주는 무속인들의 문패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떠한 신의 계시를 받아 자기 이야기가 아닌 그 신의 이야기를 내담자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 저자 역시 그런 존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내 말이 곧 진리’라는 식의 기존 신들과는 달리 시종일관 철저하게 관찰자 입장을 견지하는 선지식을 닮았다.
스님은 특히 ‘나는 누구인가’를 찾지 말고, ‘내가 만들고 싶은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라’는 말에서 창조하는 삶의 중요성을 짚었다. “삶은 발견이 아니라 창조이니, 발견하려는 삶을 살지 말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불교 참선수행의 현주소를 고찰하기도 했다. “‘이뭣고’하고 평생을 앉아 있는데, 그러지 말라는 것입니다. 육조단경에서도 ‘너의 행위가 바로 너다’라고 합니다. 또 다른 선어록에서도 ‘부처의 행위가 부처’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인간은 출생에 의해서 귀천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행위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하신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기 내면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지 말고 행위에서 찾으라는 것이지요. 보살이 있어서 보살행을 하는 게 아니고 보살행을 하는 자가 보살인 것입니다.”
코페르니쿠스적 사고 전환에 감탄
이 이야기는 한국불교 수행현장 일반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스님은 “몸과 마음에서 나를 찾으려고 하면 기껏 찾아봐야 소아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특히 선 수행자들이 자기 깜냥을 벗어나고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들 몸속에 마음이 있고, 마음속에 성품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때문에 “몸 안 어딘가에 내 마음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소아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이와는 반대로 내 마음은 내 몸보다 크다는 점을 이해해야 남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여기서도 “성품은 우주보다 커서 우주가 성품에서 나온 것이고, 몸이 마음속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묻어나는 구절들이 마음공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비견할 만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데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식이 대상에 의거한다고 생각하던 습을 벗어날 때 비로소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선 수행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는 점에서 스님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는다.
체험에 대한 의구심 일거에 해소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삶은 발견이 아니라 창조다’, ‘나는 누구인가 하지 말고, 내가 만들고 싶은 내가 누구인지 만들어가라’,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창조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등 신이 월쉬에게 전한 말들은 불교 가르침과 너무나 닮아 있다. 선학을 전공하고 수행을 하면서 나름대로 체험을 했던 스님은 ‘내 체험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던 중 이 책에서 체험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체험을 체계화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다. 이어서 ‘정법안장’을 보며 갑갑했던 모든 것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뿐만 아니다. 스님은 신이 말하는 ‘원하지 말라’를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구걸형 기도를 하지 말고, ‘어떻게 하겠습니다’라는 서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었다. ‘바로 지금이야 말로 최상의 선물이다’는 대목에서는 ‘지나가버린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대는 행복하게 살아가리라’고 한 ‘법구경’ 게송을 떠올렸다. 현재야 말로 최상의 선물이니 과거나 미래에 정신 팔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제대로 살라는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신은 죽음에 대해서도 ‘죽음이라는 것은 없다. 삶은 영원히 계속된다. 단지 형태만 바꿀 뿐’이라고 말한다. 불교의 윤회를 표현한 구절이다. 그래서 스님은 이 책이 불교적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 신은 ‘범천’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내․외전 모두 삶에서 훌륭한 스승
전통강원의 강주로 학인들을 지도하는 스님은 평소 내전을 주로 읽는다. 하지만 책을 대하는데 편견은 없다. 외전도 기회가 닿는 대로 읽는다. 사람만 선지식이 아니고 책도 훌륭한 스승이자 선지식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선지식이라는 개념을 인간으로서의 스승에게만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마음을 열면 선지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다. 때문에 강원 교육 중에 외전 이야기도 하고, 영화이야기도 한다. 특히 저작 중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은 해인사 강사 시절 학인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방편으로 삼아 내전 내용을 비유하며 곁들였던 영화이야기를 엮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전 강독에 있어서도 하루에 몇 독을 했느냐 보다는 그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내용도 모른채 읽기만 하는 것은 마치 약을 먹지 않고 처방전만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일례로 ‘금강경’은 깨달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수보리의 질문에, 부처님이 ‘일체중생을 제도하겠다고 원을 세우고 머무는 바 없이 베풀라’고 일러준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앉아서 읽기만 하지 말고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푸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다.스님은 스스로도 실천의 한 방편으로 직접적인 전법은 물론, 책 집필을 택했다. 지금까지 10여권의 책을 출간한 이유이기도 하다. 책이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는 스님은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삶을 강조한다. 신을 주인으로 섬겨 신의 종이 되고, 술을 주인으로 섬겨 술의 종이 되고, 돈을 주인으로 섬겨 돈의 종이 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부분해탈이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오늘도 “깨달음은 깨어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관찰자를 관찰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혜가 생겨납니다.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 함께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며 삽시다”라며 실천하는 불자로 살아갈 것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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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 스님이 추천하는 책
‘정법안장’ / 보광 스님 역 / 여래장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 교수 한보광 스님이 번역한 ‘정법안장’이 제게는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일본 조동종 개조 도원 스님의 대표적 저술인데, 선이 추구하는 불도의 바른 안목에 대한 깨달음 등을 설하고 있습니다. 선 수행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할 나침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 행불선원서는 지금도 경기도 이천 선원에서 매월 셋째 주 토․일요일에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겐선사의 좌선관을 석사 논문을 썼는데, 당시 3학기 때 이 책을 보고 눈이 확 뜨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사어록이 많지만 그 중에서 한권만 꼽으라면 단연코 ‘정법안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전체가 다 번역된 것은 없지만, 불교의 핵심을 선적으로 잘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청정도론’ / 대림 스님 옮김 / 초기불전연구원
남방불교의 대표적 수행지침서입니다. 저자는 청정도론의 성립배경과 불교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성격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어본과 일어본을 갖고 공부했는데, 지금은 번역본이 나와 있어서 불자들도 보기가 쉬워졌습니다. 특히 한의학에서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로 분류하는 사상체질이 있는 것처럼, 사람을 여섯 가지로 분류하는 ‘육성행자’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요. 사람들 특성에 따라 어떤 수행을 해야 하고, 어떤 수행 장소를 선택해야 할지 등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처님 당시의 설법을 잘 정리해 놓아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법구경 이야기’ / 무념․응진 스님 역 / 옛길
이 책은 무념 스님과 응진 스님이 번역을 한 것으로 전체 3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어떤 사건 끝에 함축적인 게송을 읊어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한 가르침을 모은 ‘법구경(法句經)’뿐 아니라, 그것에 얽힌 사건에 대해 세세하게 담아냄으로써 고대 인도의 문화, 역사, 사회, 관습, 그리고 삶에 대해 보여주는 ‘법구경 주석서(Dhammapada Attakatha)’를 완역한 것입니다. 이 책을 보면 정말 부처님의 원음을 자세히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석서가 있어서 재미있고 스토리텔링도 있습니다. 초기불교와 선불교는 근본에서 통하는데, ‘법구경 이야기’는 불자로서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올바른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길잡이가 될 만합니다.
‘왓칭’ /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왓칭: 신이 부리는 요술’은 25년차 MBC기자이자 앵커인 김상운 씨가 들려주는 내면세계 ‘왓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만물이 사람의 생각을 읽고 변화하는 미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양자물리학의 ‘관찰자 효과’에 주목하고, 인생의 모든 고민과 생각들을 살짝 바꾸어 바라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체유심조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불교를 현대 과학적 용어로 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어렵지 않아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신과 나눈 이야기’처럼 불교 이야기는 없지만, 내용은 불교를 현대적으로 풀이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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