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1>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실행론」은 한국밀교 중흥조인 진각성존(眞覺聖尊) 회당대종사(悔堂大宗師)의 자증교설(自證敎說)을 지칭한다. 회당대종사 손규상(孫珪祥, 1902~1963)은 1947년 5월 16일, 경북 달성군 성서면 농림촌에서 대각을 성취하신 후 1963년 10월 16일, 경북 대구시 북구(북구 분구는 1963년 1월, 대구직할시 승격은 1981년 7월) 침산동 불승도량에서 열반하실 때까지 자증의 교설을 사자후로 설하셨다. 물론 그 밝은 영성으로 10세 시에 지은 “마음 하나 천만을 당적하고 흰 바탕에 단청을 그린다(心一當千萬 質白畵丹靑, 실행론 2-2-2)”는 성구 또한 넓은 범위의 자증교설에 포함된다.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대종사의 자증교설에 ‘실행(實行)’의 명을 붙이고 ‘논(論)’이라 칭한 점이다. 필시 대종사의 뜻이 배인 명칭이라 할 것인데, ‘실행’이라 한 것은 불교가 관념불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행불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혁신불교의 의미가 담겼으며, ‘논’이라 한 것은 여러 신흥교단에서 개창자의 말씀을 ‘경(經)’이라 한 것과 대비되는 심인거사(心印居士, 진각종단 초기의 교전인 「법불교문」에 표기된 대종사의 호칭)의 겸양겸손이라서 오히려 돋보인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실행론」을 독송해보면 그 새롭고 명료한 통찰은 깨달음의 세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하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신선하다! 또렷하다! 그렇기에 독송하는 이에게 환희심을 불러일으킨다. 방대호한한 팔만대장경을 실행불교와 혁신불교에 초점을 맞추어 대종사의 방식으로 해석해낸 변재(辯才)는 과거세 누겁의 선근공덕으로 얻은 근기(根機)에 인유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출(顯出)한 생이지지(生而知之)와 궁리(窮理)의 학이지지(學而知之)와 초극(超克)의 곤이지지(困而知之)가 합일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독송하는 텍스트는 대한불교진각종이 진기65(2011)년 11월 24일에 초판을 발행한 「실행론」이다. 이 이전에는 대종사의 자증교설이 「진각교전」에 포함되어 있었다. 간편(簡編)한 형태로 「실행론」이란 단행본으로 간행된 적이 두어 차례 있는데, 이들은 「진각교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진기65년에 발행한 「실행론」은 종단이 교법결집회의를 통해 「진각교전」에 포함되지 않은 대종사의 자증교설까지 온전히 결집해낸 명실상부한 결정체이다.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 텍스트의 속표지에 ‘진각성존 종조 회당대종사 자증교설’이라 명기하여 「실행론」을 정의하고 있다. 이 속표지에 대종사의 대표적인 자증교설이라 할 <당체법문>의 “밀(密)은 색(色)을 이(理)로 하여 일체 세간 현상대로 불(佛)의 범(法)과 일치하게 체득함이 교리이니, 체험이 곧 법문이요 사실이 곧 경전이라(실행론 2-9-1)”가 새겨져 있다. 두 번째 속표지에는 진각종의 이미지인 금강륜상(金剛輪相)과 대종사의 또 다른 대표적인 자승교설인 <자성법신> 곧 “비로자나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실행론 2-1-1)”가 새겨져 있다. 금강륜상에 대한 해설은 종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확인하기 바란다.
두 번째 속표지 다음, 서문 앞장에는 <진각종지>와 <진각종요>가 자리잡고 있다. 「실행론」을 소의경전의 하나로 하는 진각종을 개괄한 두 명문(銘文)이다. “진각종은 시방삼세 하나로 계시는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교주로 하고, 부처와 종조의 정전심인(正傳心印)인 ‘옴마니반메훔’을 신행의 본존으로 받들어, 육자관행으로 즉신성불하고 현세정화 함을 종지로 한다(진각종지).” 교주(법신불)와 본존(육자진언), 수행(육자관행)과 지향(즉신성불과 현세정화)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되어 있다.
“진각종은 불교의 심수(心髓)인 밀교정신을 본지로 하고, 밀교의 법맥을 심인으로 전수한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을 종지로 삼아서, 교법을 세우고 종문을 열어서 시대에 맞는 교화이념과 방편을 펴는 불교종단이다(진각종요).” 밀교정신을 본지로 하고, 대종사의 자증교설을 종지로 삼아서, 시대에 맞는 교화이념과 방편을 펴는 불교종단으로 종단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대종사의 자증교설을 종지로 삼는다고 하였으니, 위 진각종지의 내용은 대종사의 자증교설의 범주를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