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한국의 6070에게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는 아련한 추억이고 낭만이다.
1940년대 영화 '카사블랑카의 추억'이 남겨 둔 흔적이다.
잘 생긴 남자 험프리 보가트와 매력적인 여자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가
시대적 아픔 속에서 적절히 버무려졌던 것 같다.
이제 오래된 영화의 시대적 상황과 달라졌지만
그 추억과 낭만을 이어가려는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영화 카사블랑카는 비극적이진 않지만 시대 상황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쉬움과 아련함이 짙게 드리운다.
이제 그 여운을 광고판에 담아 카메라 스팟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서양의 거센 바람에 펄럭이는 국기 계양대에는
서구사회 편입을 향한 희망이 펄럭이고 있다.
모로코의 지정학적 특성은 대서양과 이베리아반도를 가까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센 바람이 온종일 불어오는 대서양은 모로코에게 기회이다.
파도 일렁이는 바다는 세상을 향한 열린 손짓이고
동쪽으로 사하라 사막에 막혀 있는 국토의 숨통이다.
카페리로 불과 1시간 반이면 이베리아반도 스페인에 닿을 수 있는 것도
선진 서유럽사회와 언제라도 소통하고 연계할 수 있는 천혜적 조건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슬람 무어인은
800년 이베리아반도를 경영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
무슬림과 기독교의 대립이라는 장애로 인해 한계를 지녔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문화적 영향력과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슬람의 존재가 있다.
이슬람은 인류문명 가운데 최고의 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학 수학 의학은 물론 음악과 미술, 건축 등에서
현재의 서구문명의 기초가 되었다.
모로코에게 이러한 이슬람문명은 스스로의 정체성이면서
기독교 서구사회가 리드하고 있는 현 세계에
주도적으로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다.
아무래도 카시블링카가 가지는 감성적 인프라는
아직 한계를 지닌 듯하다.
기본적으로 대서양과 모스크 외에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하고
도로, 숙박, 먹거리 등 인프라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카사블랑카가 영화 한편의 추억만이 아닌
이슬람의 수준 높은 문화를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하루빨리 키워나가면 좋겠다.
하룻밤 기억만으로 카사블랑카를 평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더 많은 시간 속에서 그들의 삶을 깊이 접하고
열린 시각으로 그곳을 만나보아야 할 것이다.
멈추지 않는 대서양의 바람과 파도가
그들에겐 희망이 되고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