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19
800년 이슬람믜 향기가 숨 쉬고 있는 곳
그러나 이제 그 향기는 거의 사라지고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곳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나스리왕조가
1492년 기독교세력인 이사벨여왕에게 패하여 왕궁을 넘기면서
'나라를 넘기는 것은 아쉽지 않으나
알함브라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이 한스럽다'고 탄식을 남겼다던 궁전.
(물론 이 말은 승자가 패자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200여년동안 그 화려한 집을 짓느라
국고를 탕진하여 결국 쇠망의 원인이 되었던 궁전이다.
18세기에는 그나마 잊혀져 집시와 부랑자의 임시 거쳐가 되었다가
미국인 영사관직원 어닝의 보고서에 의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정비되었다고 한다.
이미 궁전을 비롯한 각종 건축과 정원들의 95% 이상이
심하게 훼손되고 뜯겨져 나가 원형을 잃었지만
그나마 남은 유적 유물만으로도 스페인을 넘어
유럽 최고의 정원으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이니
만일 그 원형을 잃지 않았다면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얼마나 더 컷을까 생각해본다.
알함브라 궁전의 출입구는 4곳이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정의의 문이라 불리는 우람한 적벽돌 아치문이나
보통은 관광버스가 돌아나가는 로터리 광장쪽으로 진입한다.
매표소 입구에 들어서면 특별한 구획명이 없는 일반 정원이 나타난다.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정원들이 100여m에 걸쳐 펼쳐진다.
멀리 알함브라 궁전의 정전인 나스리궁과 그라나다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야외 행사를 위한 무대와 관람석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헤네랄리페 정원'
알함브라 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전인 나스리궁과 함께
여름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 헤네랄리페 정원이다.
이슬람 정원의 특색인 물을 중심에 둔 중정(중앙정원)이
건물과 정원 등에서 기하학적 대칭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높은 지대의 정원은 많은 아치형 테라스나 발코니를 통해
시원한 바람이 사통팔달로 통하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으로부터 물을 끌어들여 기온을 낮추면서
멋진 물줄기의 분수로 시각적인 청량감과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이슬람은 사막에서 발흥한 세력으로서
언제나 건축에 있어 물의 소중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은 오아시스이기도 하고 다산과 생명의 기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원 조성에서도 물을 다양한 형태의
솟구침이나 흐름으로 표현해낸다.
유명한 기타곡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은
작곡자이자 연주자인 프란시스코 파네가가
사랑하는 기혼 여제자 곤차부인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거절당하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 아파하며
헤네랄리페 정원 분수 물방울이 밤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청년시절 그 아름다운 선율을 기타로 쳐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