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성지순례 #로사리오의 기도
2024.10.16-27
모로코 스페인 포루투갈 3국을 돌아보는 12일간의 짧은 여정 가운데
포루투갈 파티마성모성지에 들렀다.
파티마는 프랑스 루르드, 멕시코의 과달루페와 함께
세계 3대 성모발현성지 중의 한 곳이다.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13일마다
성모는 루시아, 히야친다, 프란치스코 등 세 목동 어린이 앞에 나타나
인류평화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계시하였다.
하루 저녁을 머무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티마성당과 광장에서 경험했던 강렬한 신앙 체험은
나의 해외여행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 경험 속에서도 특별한 것이다.
늦은 오후 성지에 도착하여 곧장 찾아간 성지 광장의 넓이에 경탄하였다.
광장 한 켠에 각 진 쇠파이프로 날카롭게 서 있는 큰 십자가는
예수의 고통을 날카롭게 전해 주는 듯하다.
텅 빈 광장은 가능하면 어떤 건축이나 장식도 배제하려는 느낌이었다.
광장 입구에서 성당에까지 이르는 바닥의 긴 흰색 줄은
성지를 찾아 온 신자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오직 무릎으로 걸어 가는 용서의 길이다.
맨 무릎으로 딱딱한 시멘트 광장을 한 무릎씩 간다는 것은
왠만한 고통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세 어린아이는 각자 다른 운명을 맞이하지만
그들은 성모발현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고
결국 이곳 파티마의 성당에 안치되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성모발현은
이후 지금까지 발현 현장에서 성모를 찬양하는 촛불행렬로 이어진다.
로사리오의 기도로 이름 붙여진 이 촛불기도 행렬의 느낌은
장엄하고 장대하며 강렬하다.
먼저 성모 발현 현장의 기도소 파빌리온에서 10여개 언어로 성모송을 연창하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가장 마지막 순서로 40-50대의 한국인 여성이
한국어로 성모송을 낭송하였다.
서양인 위주의 수 많은 군중에 둘러 싸여 있는 중에도
한국어로 계응하는 것은 한국 천주교신자의 자부심이다.
성모상을 가마에 태우고 광장을 한 바퀴 도는 로사리오 기도 행렬은
가마를 메고 앞장 선 사제단의 성모송 선창에
4-5천명으로 보이는 많은 신자들이 촛불을 들고
아베마리아를 합창하며 뒤따른다.
때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이 촛불행렬은
신앙의 힘이란 얼마나 강렬한 가를 느끼게 한다.
행렬 무리에 섞여 한 목소리로 아베마리아를 부르며 걷다보면
같은 신앙을 가진 온갖 민족과 인종의 평등한 형제애를 느끼기도 하고
가슴 따뜻하게 솟아오르는 신앙의 열기를 느끼기도 한다.
행렬을 마치고 광장을 나서는 길,
60대의 유럽인 여성 한 명이 남편의 격려를 받아가며
무릎걸음으로 회개의 길을 가고 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러나 강한 의지가 묻어나는 표정으로 나아가고 있는 노년의 여성에게서
성모를 기다리는 루시아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